(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정몽규 회장이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잔니 인판티노 회장을 만나 자서전을 선물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7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솔로몬제도축구협회장, 필리핀축구협회장,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장과 만난 사진을 공개했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인판티노 회장을 만나기 위해 3개국 축구협회의 회장들이 파리의 FIFA 사무실로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인판티노 회장은 파리에서 만난 세 명의 축구협회장과 찍은 사진을 따로 게재하며 하나하나 다른 내용의 글을 적는 정성을 보였다. 정몽규 회장의 방문을 반기는 모습, FIFA 사무실에서 접견하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이 게시글로 올라왔다.
세 명의 축구협회장 외에도 인판티노 회장은 일본, 가나, 불가리아, 에스와티니, 그리스, 튀르키예 등 다양한 국가들의 축구협회장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기념촬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눈에 띄는 건 정몽규 회장이 최근 발간한 자서전 '축구의 시대'를 들고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정 회장과 인판티노 회장은 표지를 넘긴 '축구의 시대'를 함께 든 채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촬영했다. 표지 뒤에는 정 회장이 인판티노 회장을 위해 쓴 것으로 보이는 다섯 줄 분량의 편지가 적혀 있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오늘 파리에 있는 FIFA 사무실에서 내 친구이자 대한축구협회의 회장인 정몽규 회장을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우리는 2016년 내가 FIFA 회장이 된 이후 처음 만났고, 이후 우리는 한국과 전 세계에 축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엄청난 여행을 하고 있다"며 정몽규 회장을 반겼다.
이어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의 훌륭한 업적에 감사드린다. 그 덕에 대한민국은 여자 축구와 남자 축구 모두에서 축구 강국이 될 수 있었다"며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정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에 감사를 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계속해서 "9월에 홈리스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소식에 기쁨을 표했다. 축구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경기를 할 기회를 제공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축구가 분단된 지구촌에서 세계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걸 나와 정몽규 회장은 잘 알고 있다"며 자신과 정 회장이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마지막으로 나는 FIFA 포워드 프로그램이 대한축구협회가 새롭게 건립하는 축구센터의 경기장 건설에 큰 도움을 줬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우리의 아름다운 경기가 전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우리 모두의 의지를 상징한다"며 FIFA의 포워드 프로그램(Forward Programme)이 천안축구센터의 경기장 건설에 도움을 줬다는 점을 언급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말한 FIFA 포워드 프로그램은 ▲더 많은 투자 ▲더 큰 영향력 ▲더 철저한 관리라는 세 개의 원칙을 기반으로 FIFA 회원국들이 발전하기 위한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FIFA는 이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전 세계의 축구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방식을 개선해 모든 국가에서 축구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축구에 참여하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잇다.
인판티노 회장은 끝으로 "자신의 회고록인 <축구의 시대> 한 권을 준 정몽규 회장에게 감사하다. 정몽규 회장의 친필 편지를 받게 되어 영광이며, 이 책을 통해 정몽규 회장과 당신의 업적에 대한 것들을 더 알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정몽규 회장의 자서전 선물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인판티노 회장과의 만남은 정몽규 회장의 일정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이 파리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데다, 최근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의문이 가득한 가운데 정 회장의 자서전이 발간된 이후 논란과 의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 회장의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5월 황선홍 감독이 이끌던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지 못했다. 황 감독은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입장문 하나로 갈음했고, 정몽규 회장은 이에 대해 끝까지 침묵을 지켰다.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A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지도자들을 후보로 두고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최종 선택은 울산HD를 지휘하고 있던 국내파 감독인 홍명보 감독이었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브리핑은 의문점만 남겼고, 대한축구협회의 해명도 시원하지 않았다. 이 기술이사와 홍명보 감독은 모두 정몽규 회장이 이번 선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정작 정 회장은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과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규 회장의 자서전 출간은 논란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축구의 시대'에서 정 회장은 스스로를 축구를 사랑하는 인물로 묘사했지만, 그의 주장은 무능과 더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많다.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및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서전을 홍보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의 행보가 얼마나 지지를 받을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지안니 인판티노 회장 SNS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