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3관왕 위업! 남자개인전도 금메달…한국 양궁 5개 종목 '싹쓸이' 신화 달성 [파리 현장]

(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남자 양궁 에이스 김우진이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면서 이번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아울러 올림픽 통산 금메달 5개를 기록, 한국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가장 많이 거머쥔 선수가 되는 역사를 썼다. 한국 스포츠의 '리빙 레전드'가 됐다.

김우진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양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레이디 엘리슨(미국)을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6-5(27-29 28-24 27-29 29-28 30-30 10+-10)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우석은 앞서 열린 남자 개인전 3~4위전에서 플로리안 운루(독일)를 세트스코어 6-0(29-28 29-27 29-27) 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우진은 이날 금메달로 이번 대회 자신이 출전한 3개 종목 금메달을 모두 거머쥐었다. 지난달 29일 이우석, 김제덕과 힘을 합쳐 남자 단체전 우승을 일궈내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거머쥔 김우진은 지난 2일엔 여자 대표팀 에이스 임시현과 혼성팀을 구성,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 2관왕이 됐다. 그리고 남자 개인전 금메달까지 쓸어담으며 3관왕까지 내달렸다.

김우진은 이미 지난 2016 리우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선 금메달 3개를 따내면서 올림픽 통산 금메달 5개가 됐다.



종전 올림픽 최대 금메달리스트는 총 3명으로 김수녕(양궁)과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 나란히 4개를 따냈다. 김우진이 파리에서 3관왕 위업을 달성, 이들보다 통산 금메달이 하나 더 많게 됐다.

김우진은 아울러 한국에서 하계올림픽 3관왕에 처음 오르는 남자 선수가 됐다. 동계올림픽에선 지난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 안현수(2011년 러시아 귀화)가 쇼트트랙 3관왕을 달성한 적이 있다.

한국은 김우진의 각종 기록 외에도 김우진과 이우석이 함께 메달을 따내면서 사상 처음으로 단일 올림픽 남자 개인전 복수의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앞서 남자 개인전에선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오진혁과 구본찬이 각각 금메달을 따내는 등 한국은 이 종목에서 금2 은3 동1를 기록하고 있으나 단일 대회에서 남자 개인전 복수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적은 없었다.

다만 김우진과 이우석이 준결승 맞대결을 펼치면서 한국 선수들끼리 결승을 치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우진은 이번 대회 8강과 준결승, 결승에서 연달아 역전승을 일궈내는 등 엄청난 드라마를 썼다.

양궁 개인전은 선수당 세트마다 3발을 쏜다. 세트마다 이기면 2포인트, 비기면 1포인트, 지면 0포인트가 주어진다. 총 5세트까지 진행되며 세트스코어에서 6점을 먼저 달성하는 선수가 이긴다. 5세트까지 5-5 무승부가 되면 슛오프에 진입, 한 발로 승자를 가린다. 과녁 정중앙에서 가장 가깝게 쏘는 선수가 슛오프 승자가 된다.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한 번씩 따냈던 베테랑 엘리슨을 맞아 첫 세트를 27-29로 졌던 김우진은 이후 마음을 다잡고 2세트를 28-24로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4세트를 서로 주고받은 둘은 5세트에서 모두 30점 만점을 따내며 피말리는 승부를 펼쳤다. 마침내 접어든 슛오프에서 김우진이 쏜 화살은 과녁 정중앙에서 55.8mm 떨어진 곳에 꽂혔다. 이어 엘리슨이 쏜 화살은 60.7mm 떨어진 곳에 꽂혔다. 김우진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김우진은 우승 직후 박성수 대표팀 감독과 함께 큰 절을 하며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준결승 '코리안 더비'에서의 뒤집기 승리도 인상적이었다.

1세트를 28-29로 내준 김우진은 2세트 30점 만점을 쏘며 28점에 그친 이우석을 따돌렸다. 3세트에선 이우석이 30점 만점 쇼를 선보이며 29점을 기록한 김우진을 제쳤다.

세트스코어 2-4로 뒤진 상황에서 4세트는 29-29 동점이 됐고 5세트에서 김우진이 29-27로 이기면서 슛오프에 돌입했다. 김우진이 여기서 웃었다. 김우진은 10점을 쏘긴 했지만 화살이 다소 먼 거리에 꽂혔다. 그러나 이우석이 9점을 쏘면서 김우진이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우진은 8강에서도 도쿄 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메테 가초즈(튀르키예)에 첫 세트를 내주는 등 고전했으나 세트스코어 6-4(25-28 29-28 29-26 26-27 28-26)로 역전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16강에선 한 수 위 경기력으로 세계랭킹 1위 브라질 대표 마르쿠스 달메이다를 7-1(29-29 30-27 30-29 30-28)로 물리쳤다. 달메이다는 국제대회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포인트를 쌓아 세계 1위에 오른 상태다. 월드컵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누르기도 하는 등 좋은 실력을 갖고 있지만 김우진 앞에선 자신감을 잃고 와르르 무너졌다.



동메달을 따낸 이우석도 선전했다. 특히 3~4위전에서 준결승 슛오프 탈락 아쉬움을 쏟아내듯 최고의 경기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환하게 웃었다.

이우석은 3위가 확정된 뒤 펄쩍펄쩍 뛰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이우석은 김우진과 준결승에서 패하기 전 8강에서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마우로 네스폴리(이탈리아)를 세트스코어 6-4(27-28 29-29 29-29 30-29 28-27)로 이겨 메달권에 진입했다.

다만 막내 김제덕은 미국의 베테랑 엘리슨에 시종일관 뒤지면서 세트스코어 0-6으로 졌다. 김제덕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첫 세트를 27-28, 2세트를 28-29로 내준 김제덕은 3세트에서도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27점에 그쳤다. 한국 선수 3명이 준결승에 모두 진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우진의 금메달을 끝으로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 5개 전종목을 석권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과거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전종목 싹쓸이를 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엔 혼성 단체전이 정식종목이 아니어서 금메달 총 수가 4개였다. 도쿄 올림픽부터 혼성 단체전이 추가된 가운데 한국은 도쿄 올림픽에서 놓쳤던 남자 개인전까지 이번에 정상에 올라 5개 전종목 싹쓸이 신화를 썼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