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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유럽인의 전유물' 리듬체조에 새 바람

기사입력 2011.09.08 09:41 / 기사수정 2011.09.08 09:4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는 아시아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기계체조와는 달리 유럽 국가의 전유물이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까지 리듬체조 최강국은 불가리아였다. 이러한 판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쟁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러시아가 '절대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리듬체조는 긴 팔과 다리, 여기에 고무줄 같은 유연성과 강인한 체력을 요하고 있다. 일본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정상권에 도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유명 선수를 초청해 '이온컵'같은 국제대회를 열며 리듬체조 강국이 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동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리듬체조의 흐름에 합류하지 못했다. 동유럽 선수들의 신기에 가까운 난도(리듬체조의 기술)를 따라잡지 못하고 번번이 세계정상권 도약에 실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척박한 환경 속에 있는 한국 리듬체조는 새 바람을 일으켜왔다. 신수지(20, 세종대)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권을 획득하는 쾌거를 올렸다. 올림픽 무대에 선 신수지는 개인종합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손연재(17, 세종고)는 지난 2007년 슬로베니아 주니어 월드컵에서 5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지난해부터 시니어 무대에 도전하기 시작한 그는 작년 5월에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 프랑스 코르베유대회에서 개인종합 11위에 올랐다.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FIG가 공인한 국제대회 성적 중, 가장 좋은 순위였다. 그리고 시니어 데뷔 2년차인 올해, 손연재는 견고한 탑을 쌓듯이 차근차근 성장했다.



손연재는 올해 총 6번의 월드컵시리즈에 출전했다. 지난 5월 중순 프랑스에서 열린 코르베유 월드컵에서 106.375점을 받았다. 상반기에 열린 월드컵 시리즈 중, 가장 좋은 점수였다.

하반기 첫 대회는 헝가리 인터내셔널 대회였다. FIG에서 공인된 대회는 아니었지만 실전 감각을 찾기 위해 출전해 개인 최고 점수인 110.443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헝가리 대회에서 자신감을 찾은 손연재는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월드컵에서 107.075점을 받았다. 그리고 7일(한국시각) 막을 내린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월드컵에서는 109.500점을 획득했다.

손연재는 기록에서 보듯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타쉬켄트 월드컵은 허리 근육 통증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연습 도중, 통증이 너무 고통스러워 눈물까지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모든 종목에서 최선을 다했다.

결국, 개인종합 '톱10'안에 진입했다. 또한, 후프결선에서 5위(27.975점), 곤봉결선(27.375)에서 6위에 올랐다.

'리듬체조의 여왕'인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1, 러시아)는 개인종합에서 29점대를 넘기는 유일무이한 선수다. 카나예바의 도전자들은 28점대의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 후프 결선에서 28점대에 거의 근접한 점수를 받았다. 모든 종목에서 27점대를 받은 점이 이번 대회 최고의 성과다. 여기서 한 단계 도약해 4개 종목(후프, 볼, 곤봉, 리본)에서 평균 점수가 28점대를 넘기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세계랭킹 1위부터 10위까지의 선수들은 모두 유럽 국가 선수들이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이스라엘, 오스트리아 등의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동아시아 선수들이 힘을 쓰지 못했던 리듬체조에서 손연재는 분전하고 있다. 또한, 세계정상권의 선수들 중, 다리아 드미트리예바(러시아, 18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20세를 넘길 것을 생각할 때, 여전히 성장 중에 있는 손연재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동안 동양인들이 도전하기 힘든 종목으로 여겨졌던 리듬체조에 한국 선수들은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손연재는 타쉬켄트 월드컵 후프 종목 결선에서 5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성장해나가야 길이 더 많은 손연재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 = 손연재,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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