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산, 임재형 기자) 한국에서 열리는 '발로란트' 종목 최강자전 '2024 발로란트 챔피언스 서울(이하 챔피언스 서울)'이 1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퍼시픽 내 총 4팀이 출전하는 '챔피언스 서울'은 한국 지역 소속으로 젠지, DRX가 우승컵을 향해 진격할 채비를 마쳤다.
올해 VCT 퍼시픽은 다른 지역 대비 경쟁력을 꾸준히 쌓으면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우승이 적기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4팀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팀은 젠지, DRX다. 두 팀은 앞선 퍼시픽 최종 결승전 무대에서 대결하는 등 성공적인 리빌딩에 더해 서구권 팀을 위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젠지, DRX를 이끄는 '명장'들은 강근철 감독과 편선호 감독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종목에서 동료로 활동했던 두 감독은 이제 '발로란트' 무대에서 국제무대 트로피를 향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근처 한 카페에서 두 감독을 만나 '챔피언스 서울'에 출전하는 소감과 각오, 목표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젠지 2024년 호성적 비결은 '단단함'... 젊은 패기 보여줄 DRX
2024년 젠지는 '발로란트' e스포츠에서 남다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다. 첫 대회 '킥오프'부터 우승을 차지했던 젠지는 이후 펼쳐진 4번의 대회에서 모두 결승전에 올랐다. 지금까지 총 5번의 결승전에서 젠지가 확보한 트로피는 3개다. '챔피언스 서울'까지 최종 무대에 오르게 된다면 2024년을 완벽하게 '젠지의 해'로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시즌 초에는 젠지가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성적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우려가 있었다. 젠지 강근철 감독은 "시즌을 거치면서 경기력이 너무 단단해졌다. 게임 외적으로도 가족같은 팀이 됐고, 서로 믿고 의지한다"며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한다면 이번 '챔피언스 서울'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DRX의 2024년 여정은 험난했다. 다만 한국 발로란트 e스포츠에서 대표적인 강팀으로 손꼽히는 만큼 DRX는 착실한 리빌딩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겨룰 수 있는 강팀으로 거듭났다. '마코' 김명관, '버즈' 유병철 등 베테랑들과 3명의 신예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올해 VCT 퍼시픽 마지막 대회에서는 결승전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DRX 편선호 감독은 "아직 리빌딩이 '완벽한 성공'이라고 확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챔피언스 서울'도 시험대다"며 "김명관, 유병철 선수를 핵심으로 잡고 리빌딩을 단행했다. 현재 팀 합은 60~70%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제 제대로 팀 플레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FPS 선수에서 감독까지... 서로에게 남다른 동료애 드러낸 강근철-편선호 감독
두 감독은 FPS의 오래 된 종목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절부터 동료로 활동했다. 현장에서 함께 팀워크를 맞추던 두 감독은 이제 젠지, DRX의 지휘봉을 잡고 국제 무대에 나서게 됐다. 먼저 커리어의 꽃을 피운 감독은 편선호다. 편선호 감독은 DRX의 전신인 '비전 스트라이크' 시절부터 팀을 맡아 강력한 팀을 만들어냈다. 그간 '미완의 대기'였던 강근철 감독도 올해 젠지를 맡아 상당한 지도력을 뽐내고 있다.
두 감독은 서로에게 "한국 '발로란트' e스포츠 내 최고의 감독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먼저 강근철 감독은 DRX의 꾸준한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강근철 감독은 "편선호 감독은 여전히 한국 내에서 제일 잘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코치진도 매우 뛰어나다"며 "올해 리빌딩을 하고 있지만 작년까지는 DRX가 최고의 팀이었다. 젠지 합류 전에도 '편선호 감독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편선호 감독 또한 "강근철 감독은 다른 팀에 있던 시절부터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기회만 잡으면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올해 성적으로 증명했다"며 "과거 같이 활약했던 동료들이 '챔피언스 서울'에 4명이나 나서게 됐다.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이제 증명할 때라고 함께 다독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로의 전략을 지켜보며 가장 경계되는 점은 무엇일까. 편선호 감독은 젠지에 대해 "택틱(전술)의 완성도가 너무 높아서 빈 틈이 없다. 이를 경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강근철 감독은 "DRX는 스파이크 설치 이후 시간 활용이 매섭다. 특히 다대1 교전은 절대 실수하지 않으려고한다. 이러한 탄탄한 플레이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미래 밝은 韓 '발로란트' e스포츠... 토대 마련한 젠지-DRX
젠지, DRX는 각각 1일, 2일 '챔피언스 서울'의 첫 경기를 치른다. 업계의 "퍼시픽의 우승 적기는 올해다"라는 전망에 대해 두 감독은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퍼시픽의 상승세는 유저 수 증가에 기인한다. 이전까지 FPS 장르 게임들의 유저는 서구권이 훨씬 많았다. 최근에는 '발로란트'의 한국 내 유입 유저가 증가하면서 선수 지망생도 늘어나고 있다.
편선호 감독은 "예전엔 아시아 지역의 팀이 별로 없었다"며 "시간이 흐르고 선수들 간의 '인게임 개념'이 좁혀지면 재능 측면에서 퍼시픽 선수들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상승세를 이뤄낸 것 같다. 올해 DRX, 젠지, PRX 중 1팀은 무조건 '톱4'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부터는 완전히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편선호 감독은 "초창기 점유율이 1%도 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 11%를 넘겼다"며 "2년 전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에게 '발로란트'의 주 연령층이 14~16세라고 들었다. 어린 유저가 즐기는 만큼 미래가 더욱 밝다고 생각한다. 우리같은 '발로란트' 관계자들에게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다"고 알렸다.
강근철 감독 또한 "FPS 장르가 익숙한 북미, 유럽이 피지컬적으로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그러한 측면은 충분히 시간이 지나면 아시아 선수들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권 선수들이 절대 북미, 유럽 대비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만간 아시아 선수들의 실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두 감독은 '챔피언스 서울'에서 꼭 최종 무대에 올라서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강근철 감독은 "개인적으로 DRX와 함께 결승전에 올라서고 싶다"며 "퍼시픽의 올해 성적이 좋다.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편선호 감독은 "퍼시픽 11팀 중에서 한국을 대표해 2팀이 '챔피언스 서울'에 진출했다"며 "두 팀이 나서게 돼 올해 대회는 '축제'라고 생각한다. 꼭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리빌딩의 결과를 '챔피언스 서울'에서 꼭 증명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임재형 기자, 라이엇 게임즈 플리커
임재형 기자 lisc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