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한국 여자 탁구가 16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노리는 가운데 상대팀인 독일의 18세 초신성 아네 카우프만 경계령이 떠오르고 있다.
역시 어릴 때부터 기량을 인정받아 한국 탁구의 기둥으로 올라선 20세 신유빈과의 맞대결이 주목된다. 신유빈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독일에 당했던 뼈아픈 패배를 갚기 위해선 카우프만을 제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유빈, 전지희, 이은혜가 호흡을 맞추는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오후 5시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3~4위전에서 독일과 붙는다.
파리 올림픽 기간 내내 국민들을 울고 웃게 했던 한국 탁구의 마지막 경기다. 단체전이 올림픽 탁구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던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의 동메달 이후 처음으로 한국 여자 대표팀이 입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앞서 한국은 16강에서 브라질은 매치 점수 3-1로 이긴 뒤 8강에선 북유럽 탁구 강호 스웨덴을 매치 점수 3-0으로 완파했다.
그러나 세계 최강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실력 차를 뚜렷하게 드러낸 끝에 매치 점수 0-3으로 패하고 3~4위전에 나서게 됐다. 독일은 미국과 인도를 16강과 8강에서 각각 3-2, 3-1로 이긴 뒤 4강 일본과의 대결에서 1-3으로 졌다.
한국은 여자 단체전 세계 3위, 독일은 5위를 달리고 있어 팽팽한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개인 세계 랭킹에선 한국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여자단식 세계 7위 신유빈, 15위 전지희, 44위 이은혜로 팀을 짰으며 첫 게임 복식에 나서는 신유빈-전지희 조는 여자 복식 세계 2위다. 독일은 여자 단식 새계 40위 산샤오나, 96위 완위안 등 중국계 두 선수에 100위 카우프만으로 팀을 짜서 한국과 붙는다. 산샤오나-완위안 복식 조는 세계 랭킹이 없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독일을 랭킹 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파리 올림픽 들어 카우프만이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독일의 준결승행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카우프만은 당초 이번 올림픽에 올 운명이 아니었다. 그러나 41살 중국계 선수 한잉이 부상으로 파리에 오지 못하면서 대체 선수로 단체전만 뛰게 됐다.
그런데 카우프만의 발탁이 독일 입장에선 '신의 한 수'가 됐다. 16강에서 카우프만이 릴리 장, 레이청 성 등 미국 두 선수와의 단식에서 각각 게임스코어 3-0, 3-1로 이겨 8강행 주역이 됐기 때문이다. 변칙 탁구로 가끔씩 중국도 힘들게 하는 인도와의 8강전 역시 카우프만이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마니카 바트라, 스리자 아쿨라 등 두 선수와의 단식을 모두 돌려세워 여자복식 승리와 함께 독일이 인도를 잡는 원동력이 됐다.
카우프만은 준결승에선 단식 한 경기만 뛰었는데 일본 탁구의 미래인 하리모토 남매 중 동생인 하리모토 미와를 게임 스코어 3-0으로 완파하면서 제 몫을 해냈다. 5단식에서 이번 대회 여자 단식 동메달리스트 하야타 히나와의 승부를 기다렸으나 독일이 게임 스코어 1-3으로 지면서 맞대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카우프만은 독일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아버지, 카자흐스탄 스키 선수 출신 어머니를 두고 있다. 운동 신경이 타고 난 가운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셈이다. 한국전에서도 단식 두 경기를 책임지는데 이은혜와 2단식으로 붙은 뒤 신유빈과도 단식에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유빈과의 대결은 이날 승패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신유빈과 카우프만 두 영건의 테이블 위 싸움이 치열하게 됐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 여자 단체전 8강에서 독일에 매치 점수 2-3으로 역전패,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하고 짐을 싼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첫 게임 복식에서 신유빈-전지희 조가 산샤오나-페트리자 솔야 조를 게임 스코어 3-2로 누르고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최효주가 한잉에게 게임 스코어 0-3으로 완패했고, 이어 3단식에선 전지희가 솔야를 게임 스코어 3-0으로 이겨 매치 점수 2-1로 앞섰다.
그러나 거기서 신유빈이 한잉에 밀려 게임 스코어 1-3으로 지면서 승부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최효주가 산샤오나에게 게임 스코어 0-3으로 지면서 역전패했다.
신유빈은 한국의 역전패가 확정된 뒤 자책감에 사로잡혀 눈물을 쏟아냈고 이는 TV로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많은 감정이 들도록 했다. 이 눈물로 신유빈이 유명세를 탄 것도 사실이다.
당시 신유빈을 울렸던 백전노장 한잉이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오지 않았지만 그를 대신해서 참가한 카우프만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드러내는 중이다. 한국 탁구의 파리 올림픽 마지막 경기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고된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