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성별 논란으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격 처분을 받은 여자 복싱 선수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와 린위팅(28·대만)이 2024 파리 올림픽에 정상 출전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9일(현지시간) "칼리프와 린위팅은 IOC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으며, 두 선수는 파리 올림픽에 정상적으로 출전한다"고 알렸다. 칼리프는 8월 1일 여자 66㎏급에, 린위팅은 2일 여자 57㎏급에 출전할 예정이다.
2020 도쿄 올림픽(코로나19로 2021년 개최)에 출전했던 칼리프와 린위팅은 각각 여자 66㎏급, 여자 57㎏급에서 활약한 정상급 복서다. 칼리프는 2022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린위팅은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의 '성별 논란'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해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2023 세계선수권대회였다. 당시 칼리프는 결승전을 앞두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하면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린위팅도 동메달을 박탈당했다.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칼리프와 린위팅은 XY염색체(남성 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두 선수는 XY 염색체를 갖고 있기에 여자 종목 출전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게 IBA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IOC의 생각은 달랐다. 성소수자들의 성별 문제에 관해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IOC는 염색체만으로 두 선수의 성별을 결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두 선수의 올림픽 출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IBA는 지난해 IOC의 징계를 받아 올림픽 복싱 종목을 주관할 수 없으며, 파리 올림픽 복싱 종목은 IOC가 설립한 임시기구인 파리 복싱 유닛(PBU)이 관장한다.
직전 올림픽이었던 2020 도쿄 대회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뉴질랜드의 로럴 허버드가 출전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허버드는 여자 최중량급(87㎏ 이상) A그룹 경기에 출전, 인상 1∼3차 시기에 모두 실패했다.
결과보다 주목받은 건 그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점이다. 남자로 태어난 허버드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자로 올림픽에 나선 최초의 선수로 기록됐다. 허버드의 출전은 성전환 선수의 남성 호르몬 수치를 따져 여성부 출전을 결정키로 한 IOC의 방침 덕에 실현된 것이다.
IOC는 2004년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고, 도쿄 대회 이후 허들을 더욱 낮췄다. 2021년 11월 발표한 권고안을 통해 그 이전까지 성전환 선수들에게 적용되던 '테스토스테론 혈중 농도 기준'도 없앴다.
당시 250명이 넘는 선수,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힌 IOC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만으로 경기력이 뛰어날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성 전환 선수 출전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호르몬 수치가 아니라 성 전환이 실제 '경기력 우위'로 이어졌다는 경험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IOC의 입장이다.
올해 미국에서 진행된 여자 사이클 대회에서는 성 전환 선수가 속한 팀이 1~3위를 차지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레드먼드의 사이클 전용 경기장에서 펼쳐진 메리무어 그랑프리에서 최소 3명의 성 전환 선수가 엘리트 여자부 2인 릴레이 경기에 참여했다.
대회 종료 이후 주최 측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경기 결과에 따르면, 상위 3개 팀에 모두 생물학적 남성이 포함됐다. 이들은 조던 로스롭, 제나 링우드, 에바 린으로 모두 성염색체는 XY로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한 MTF 트랜스젠더로 알려졌다.
대회 주최 측은 인종과 신조, 종교, 성정체성, 성적 지향, 국적,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와 관련한 괴롭힘이나 모욕적인 발언에 대해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성전환자의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사진=이마네 칼리프·린위팅 인스타그램, AP/연합뉴스, X(구 트위터)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