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예'로 신념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 허미미가 심판의 석연 찮은 판정에 의해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패하고 은메달을 따낸 가운데 유도 종주국 일본 팬들은 유도가 반칙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격투기가 된 것에 허탈해 하는 한편 허미미가 재일교포라는 점을 들어 비판 넘은 비난까지 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독립운동가 후예'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심판의 석연 찮은 판정에 의해 결승에서 패하고 은메달을 따낸 가운데 유도 종주국 일본 팬들은 유도가 어쩌다가 반칙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격투기가 됐는지 허탈해 하는 한편 허미미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재일교포라는 점을 들어 일본 대회에 나오라는 비판 넘은 비난까지 하고 나섰다.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 분전하고도 지도 3개를 받고 반칙패, 은메달을 차지했다.
허미미의 은메달은 한국 유도가 이번 파리 올림픽 사흘 만에 받은 첫 메달이다. 앞서 이틀간 치러진 남녀 4개 체급에서는 메달이 나오지 않아 한국 유도의 하락세가 뚜렷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허미미가 그나마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한국 여자 유도의 은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48kg급 정보경 이후 8년 만이다.
허미미는 이번 대회 대표팀 감독으로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한국 여자 유도의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김미정 감독, 그리고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조민선의 뒤를 이어 28년 만에 한국 여자 유도의 올림픽 금메달 명맥을 이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매트에 올랐으나 심판이 지도 3개를 주고 반칙패를 선언하면서 씁쓸하게 개인전을 마감했다.
허미미는 단체전에서 한 번 더 메달을 노릴 수 있다.
'독립운동가 후예'로 신념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 허미미가 심판의 석연 찮은 판정에 의해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패하고 은메달을 따낸 가운데 유도 종주국 일본 팬들은 유도가 반칙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격투기가 된 것에 허탈해 하는 한편 허미미가 재일교포라는 점을 들어 비판 넘은 비난까지 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일본 국적으로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달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해 이듬해부터 한국 대표로 활약했다.
그는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라는 점에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결승에서 허미미는 이 체급 최강자 데구치를 상대로 박빙의 경기를 펼쳤다. 둘은 경기 초반 별다른 공격 없이 탐색전을 벌이다가 경기 시작 56초에 나란히 지도를 받았다.
그러다가 허미미는 2분 4초에 위장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두 번째 지도를 받았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가 선언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지도 2개를 받은 것은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열세에 몰린 허미미는 경기 종료 1분여를 앞두고 바닥에 웅크린 데구치를 뒤집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데구치가 허미미의 다리를 붙잡아 가까스로 방어해냈다.
둘은 결국 정규시간(4분) 안에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독립운동가 후예'로 신념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 허미미가 심판의 석연 찮은 판정에 의해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패하고 은메달을 따낸 가운데 유도 종주국 일본 팬들은 유도가 반칙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격투기가 된 것에 허탈해 하는 한편 허미미가 재일교포라는 점을 들어 비판 넘은 비난까지 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연장전 초반 허미미는 밀리지 않고 체력이 떨어진 데구치는 계속 밀어붙여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는 듯 헸다. 앞서 준결승에서도 브라질의 하파엘라 실바를 연장전에서 누르기 절반으로 이긴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연장전에서의 좋은 기억을 되살리는 듯 했다.
이에 힘입어 데구치도 연장전 시작 1분 48초에 두 번째 지도를 받아 둘 모두 지도 2개가 됐다.
하지만 허미미는 데구치가 두 번째 지도를 받고 16초 뒤에 허무한 반칙패를 당했다. 메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위장 공격 판정을 받았고 지도 3장이 쌓이면서 반칙패한 것이다.
연장전에서 허미미의 공격만 막는데 급급하다가 반칙승을 거둔 데구치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잠시 허공을 바라봤고, 매트에서 내려와 코치의 축하를 받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데구치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다소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데구치는 지도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에 "어려운 질문이다"면서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왜 우승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었다.
데구치는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바꿔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독립운동가 후예'로 신념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 허미미가 심판의 석연 찮은 판정에 의해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패하고 은메달을 따낸 가운데 유도 종주국 일본 팬들은 유도가 반칙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격투기가 된 것에 허탈해 하는 한편 허미미가 재일교포라는 점을 들어 비판 넘은 비난까지 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김미정 감독도 반발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허)미미가 절대 위장 공격을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며 "미미가 주저앉고 안 일어난 것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서 공격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다만 일부 국내 지도자들은 허미미의 공격이 위장 공격으로 판단될 수 있다며 위험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도 허미미와 데구치의 결승전은 화제가 됐다. 데구치는 일본인의 피가 반이 섞이 혼혈이고, 허미미는 재일교포 3세로, 현재 일본에서 명문대인 와세다대를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유도팬들은 허미미의 반칙패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 한 기사엔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일본 팬들은 우선 호쾌한 기술의 유도가 사라지고 어느 샌가 반칙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팬들은 "지금의 룰을 보면 지도를 주는 것이 너무 이르다. 파리 올림픽을 보면 연장전에 가서 반칙패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옛날처럼 제대로 기술이 정해져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최고", "최초의 룰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것은 유도라고 할 수 없다. 기술을 걸고 던지는 것이 진짜 유도", "데구치는 도망 다니며 승리하는 스타일이다. 프랑스와 같은 전법 주심이 아니라 지시를 내린 심판단은 제대로 보고 있던 아무것도 문제는 없다", "유도는 일본의 유도에서 세계의 유도로 바뀌고 있다. 규칙도 자연스럽다" 등 반칙패에 대한 한탄을 적지 않게 내비쳤다.
'독립운동가 후예'로 신념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 허미미가 심판의 석연 찮은 판정에 의해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패하고 은메달을 따낸 가운데 유도 종주국 일본 팬들은 유도가 반칙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격투기가 된 것에 허탈해 하는 한편 허미미가 재일교포라는 점을 들어 비판 넘은 비난까지 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하지만 상당수의 팬들은 허미미의 반칙패가 맞다는 의견도 내면서 그가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트집 잡기도 했다.
일본 게시판의 일부 네티즌들은 "도망치면서 싸우는 척 하고 있으면 이기는 경기였나. 기술보다 심판에 신경을 쓴 경기가 되고 있다", "허미미의 수많은 위장이 보이는 기술에 심판도 눈치채고 있는 것 아닌가", "허미미가 적극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소매에 매달릴 뿐 도망치는 것 같은 느낌도 많았다"라며 허미미의 공격이 상대 선수의 지도를 받아내기 위한 트릭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몇몇 일본 유도팬들은 "일본에서 와세다대를 다니는 선수라면 일본에서 겨루고 우승하라", "일본에선 이길 수 없는 것인가"라며 자신의 신념에 의해 한국 국적을 선택한 허미미를 인신공격하기도 했다.
참고로 이 체급에서 일본 대표로 나선 후나쿠보 하루카는 8강에서 사라 레온 시시크(프랑스)에게 8초 만에 한판패를 당하고 패자부활전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허미미보다 오히려 나쁜 성적을 냈다.
'독립운동가 후예'로 신념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 허미미가 심판의 석연 찮은 판정에 의해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패하고 은메달을 따낸 가운데 유도 종주국 일본 팬들은 유도가 반칙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격투기가 된 것에 허탈해 하는 한편 허미미가 재일교포라는 점을 들어 비판 넘은 비난까지 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