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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효진, 사격 입문 3년→올림픽 금메달…16세 천재 총잡이 신화 쓰다 [2024 파리]

기사입력 2024.07.29 19:11 / 기사수정 2024.07.29 19:20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사격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올라 금메달까지 수확했다.

만화가 따로 없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고생 소총수' 반효진(16·대구체고)이다.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승에 출전, 총점 251.8점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황위팅(중국)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황위팅과 슛오프(SO)를 접전 끝에 0.1점 차로 이기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각각 황위팅, 오드리 고냐트(스위스)에게 돌아갔다.

반효진은 이날 우승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 사격 역사를 갈아치웠다. 우선 한국 사격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만 16세 10개월 18일에 메달을 획득하면서 2000 시드니 올림픽 같은 종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당시 만 17세 11개월 4일)이 보유했던 기록을 경신했다. 여기에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 황위팅이 지난 27일 10m 공기소총 혼성에서 우승할 때 기록한 17세 328일 금메달 획득 기록을 뛰어넘고 하계올림픽 여자 사격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이라는 기록까지 작성했다.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22위에 그쳤던 반효진은 28일 공기소총 10m 여자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을 쏴 전체 1위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동시에 자네트 헤그 뒤스타드(노르웨이)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세운 종전 올림픽 기록(632.9점)을 뛰어넘은 올림픽 본선 신기록을 수립했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사격에서 신기록을 수립한 건 1988 서울 올림픽 남자 공기소총 본선 안병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 진종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반효진은 그 흐름을 결승까지 이어갔다. 공기소총 10m 결승은 선수들이 1발당 10.9점 만점으로 10발을 격발한 뒤 두 발씩 사격해 최하위가 한 명씩 떨어지는 '서든데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효진은 첫 다섯 발 합계 52.8점으로 3위를 마크했으며, 이후 10.5점, 10.4점으로 순항을 이어가다가 9.7점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이후 10.8점과 10.6점을 쏘면서 합계 104.8점으로 3위에서 2위로 순위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

반효진은 매 사격마다 10점 이상의 고득점으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황유팅을 끌어내리고 1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경기 후반 황유팅이 9.6점을 기록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반효진과 황유팅의 격차가 1점 이상으로 벌어졌다.

경기 후반 반효진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반효진은 마지막 두 발에서 9.9점, 9.6점을 나타내면서 추격을 허용했고, 결국 반효진과 황유팅 두 선수가 나란히 251.8점을 마크하면서 슛오프에 돌입했다.

슛오프는 한 발씩 발사해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황유팅이 먼저 10.3점을 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효진이 방아쇠를 당겼고, 표적지에 10.4점이 찍혔다. 일부러 만들기도 힘든 명승부로 금메달을 확정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 황유팅과 슛오프 접전 끝에 0.1점 차로 1위를 차지하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연합뉴스
중국 황유팅과 슛오프 접전 끝에 0.1점 차로 1위를 차지하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연합뉴스


반효진이 본격적으로 사격을 시작한 건 2020 도쿄 올림픽이 개최된 지난 2021년 7월이었다.

친구를 따라 사격장에 가면서 사격에 입문하게 됐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경력이 길진 않았지만, 반효진은 집중력과 승부욕을 앞세워 금세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다. 올해 진행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고, '한국 사격 올림픽 최연소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반효진은 사실 이번 파리 올림픽 출전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경력이 짧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5월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개최된 파리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2025년에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게 원래 목표였다. 경험을 쌓기 위해 편한 마음으로 선발전에 출전했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감사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들어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격을 권한 친구가) 사격이 매력 있다면서 '네가 한다면 정말 잘할 것'이라고 설득하더라. 사격을 시작하고 2개월이 좀 안 돼서 대구광역시장배에 출전해 1등을 했는데, 그 때부터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대하던 엄마도 본격적으로 밀어주게 된 계기"라고 돌아봤다. "사격을 시작하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도쿄 올림픽이 시작했다. 그때는 편하게 봐서 내가 저런 무대에 설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반효진이다. 반효진은 지난달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잠재력을 나타냈지만, 기복이 크고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진 못했다. 반효진이 메달권 진입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

하지만 반효진의 생각은 달랐다. 반효진은 "경험이 없는 게 단점이지만, 오히려 부담이 없을 것 같다. 단점이 장점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고 얘기했다. 경험 부족이라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개의치 않으려고 했던 반효진이다.

반효진은 파리 입성 이후에도 차분하게 대회를 준비했고, 그 과정이 금메달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금메달 여갑순,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은메달 강초현에 이어 반효진이 '여고생 소총수 메달' 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여갑순 사격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감독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소총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으며, 강초현은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 소총 은메달을 획득해 전국에 '강초현 신드롬'을 일으켰다. 반효진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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