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밝은 얼굴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개회식 진행을 맡은 장내 아나운서는 한국 선수단을 불어 영어 모두 북한으로 소개하는 실수를 범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프랑스 파리, 김지수 기자)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한 대회 조직위원회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27일(현지시간) 오후 9시 30분(현지시간 27일 오후 2시30분) 프랑스 파리의 2024 파리 올림픽 메인 프레스 센터(MPC)를 찾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기흥 회장과 장미란 차관은 이 자리에서 27일 새벽에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이 두 차례나 북한으로 잘못 소개된 부분에 대한 관련 입장 및 대응책 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선수단 50여명은 이날 프랑스 파리의 센강(Seine River) 일원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다. 여자 수영의 김서영(30·경북도청), 남자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28·용인시청)이 기수를 맡았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은 주 경기장이 아닌 센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입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대회 메인 스타디움이 아닌 야외에서 개회식을 치렀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밝은 얼굴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개회식 진행을 맡은 장내 아나운서는 한국 선수단을 불어 영어 모두 북한으로 소개하는 실수를 범해 논란을 빚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 206개 참가국 중 48번째 순서로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했다.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6km 구간을 지나면서 파리 시민들과 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팬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한국 선수들은 배를 타고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 시청,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파리의 명소들을 두루 지나 에펠탑 인근에 도달했다.
문제는 한국 선수단이 에펠탑 인근에 마련된 개회식 메인 행사장에 도착한 뒤 벌어졌다. 개회식 진행을 맡은 장내 아나운서가 올림픽 무대에서 보기 힘든 실수로 논란을 빚었다.
프랑스어로 먼저 우리나라 선수단이 입장할 때 '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는 북한을 가리키는 프랑스어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광장에 설치된 개회식장에서 관객들이 센강을 따라 선상행진을 하는 북한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출전하는 북한은 기계체조 안창옥, 레슬링 이세웅, 김선향 등 7개 종목에 16명이 출전한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의 정식 명칭은 프랑스어로 'République de corée', 영어로는 'Republic of Korea'다. 그러나 장내 아나운서는 프랑스어, 영어 모두 북한을 가리키는 말로 한국 선수단을 소개했다.
북한은 프랑스어 국가명 표기법에 따라 153번째 순서로 개회식에 입장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북한을 프랑스어와 영어 모두 제대로 호명했다.
보통 올림픽과 같은 메이저 국제대회의 경우 개회식 같은 메인 이벤트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참가국을 잘못 호명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진행자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데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리허설도 여러 차례 치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7일(현지시간)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함께 2024 파리 올림픽 메인 프레스 센터(MPC)를 찾아 한국 취재진과 만나 개회식에서 발생한 한국 선수단이 북한으로 호명된 부분에 대한 입장과 대응책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한국과 북한의 입장 순서는 차이가 컸다. 장내 아나운서가 큐시트만 제대로 점검했더라도 한국을 북한으로 혼동하는 잘못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올림픽 개회식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든 초보적인 일처리였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발생한 주최 측의 실수를 대단한 스포츠 외교 결례로 판단,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통 동하계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에서 대한체육회장이 특정 시간대 취재진과 만남을 자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국은 직전 올림픽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개회식에서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가 등장했는데 이때 조선족 여성이 한복을 입고 나온 장면이 문제가 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7일(현지시간)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함께 2024 파리 올림픽 메인 프레스 센터(MPC)를 찾아 한국 취재진과 만나 개회식에서 발생한 한국 선수단이 북한으로 호명된 부분에 대한 입장과 대응책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년 전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도 한복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연합뉴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황희 장관은 개회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한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에서 한 나라로 성장하지 못한 민족을 주로 가리키는 소수 민족으로 조선족을 과감하게 표현한 것은 양국 간 오해 소지가 있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주권 국가에 대한 명백한 문화침탈이자 '함께하는 미래'라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슬로건을 무색하게 하는 무례한 행위"라고 대회 조직위원회를 비판했다.
베이징 올림픽 한복 논란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하계올림픽 때 한국이 북한으로 소개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