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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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 결산 ①] 볼트의, 볼트에 의한, 볼트를 위한 대회

기사입력 2011.09.05 06:5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 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는 지난 열흘 동안 극적인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볼트는 4일 막을 내린 '제13회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지난달 28일 남자 100m 결승에 진출한 볼트는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해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남자 100m는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다. 볼트의 경쟁자인 타이슨 게이(29, 미국)와 아사파 포웰(28, 자메이카)은 모두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수년 동안 볼트와 치열하게 경쟁해온 스프린터들이 빠졌지만 요한 블레이크(22, 자메이카)라는 '신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2관왕이자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 우승자인 모리스 그린(38, 미국)은 볼트 대신 블레이크를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그린의 예언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볼트는 부정 출발로 더 이상 트랙에 서지 못했다.

볼트는 자신의 주력 종목인 100m에서 실격을 당했지만 빠른 시간 안에 극복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100m의 악몽을 털어버린 볼트는 3일 열린 200m에서 19초40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세계기록인 19초19를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최고 기록을 수립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고 4일 펼쳐진 400m 계주에서 세계신기록(37초04, 종전 기록 : 37초10)을 세웠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볼트는 폭발적인 질주로 기록을 갈아치우는데 일조했다. 볼트의 질주를 직접 관람한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고 명예회복에 성공한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수많은 육상 종목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종목은 단거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승부가 결정되는 짜릿함에 많은 이들은 열광을 보내고 있다. 게이와 포웰의 불참으로 볼트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이번 대회가 '기록 흉작'이 이어지면서 많은 이들은 볼트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지난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볼트는 정상적인 시즌을 보내지 못하고 올 시즌까지 회복기에 있었다.

200m 우승을 달성한 볼트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기에 대해 만족한다. 아직 내 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47번째 종목으로 이번 대회 대미를 장식한 400m 계주에서도 세계신기록 작성은 불가능해보였다. 하지만, 3번 주자로 나선 블레이크와 함께 '빛의 속도'로 달린 볼트는 4년 만에 이 종목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볼트는 뛰어난 실력과 함께 화려한 쇼맨십으로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경기를 펼치기 전, 재미있는 세리머니로 볼거리를 선사했다. 또한, 200m 준결승을 마친 뒤, 자신의 신발을 관중석에 던지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은 마지막으로 열린 남자 400m에서만 나왔다. 볼트가 200m와 400m 계주에서 살아나지 못했다면 '볼거리 없는 대회'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회 초반 최고의 화제는 볼트의 부정 출발이었다. 그리고 대회가 막을 내릴 무렵, 2관왕에 등극하며 화려하게 부활을 신고했다. 볼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육상의 전설'로 가는 터널을 통과했다.

최고의 실력과 더불어 겸손한 성격을 지닌 볼트는 관중들을 즐겁게 하는 쇼맨십도 갖췄다. 볼트는 '최고의 스프린터'임과 동시에 '트랙 위의 엔터테이너'였다. 열흘 동안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는 하루가 빠지지 않고 볼트의 이름이 거론됐다.



[사진 = 우사인 볼트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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