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한때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과 경쟁을 펼치며 손흥민이 다른 팀 이적을 고려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에릭 라멜라가 그리스 수페르리가 엘라다(1부리그)의 명문구단 AEK 아테네 FC에 입단했다.
AEK는 21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AEK는 라멜라 영입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인 라멜라는 2027년 여름까지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 스페인 라리가의 세비야FC에서 뛰었던 라멜라는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운 뒤 FA(자유계약) 신분이 되어 세비야를 떠났다. 이후 새 팀을 찾던 도중 그리스리그의 AEK가 접근, AEK에 입단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리스에서 새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아르헨티나의 재능 중 하나로 꼽힌 라멜라는 보카 주니어스와 함께 아르헨티나리그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리버 플레이트 유스를 거쳐 프로에 데뷔했고, 2011년 19세의 나이에 AS로마를 통해 유럽 빅리그에 발을 내딛었다.
이후에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로마의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받은 라멜라는 장기적으로 로마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로 여겨졌다. 그러나 로마가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결국 매각될 수밖에 없었고, 이전부터 라멜라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던 토트넘이 2013년 당시 구단 최고 이적료였던 3000만 유로(약 454억)를 투자해 라멜라를 데려왔다.
라멜라보다 2년 늦게 토트넘에 합류한 동갑내기 손흥민과는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영입된 초기에 두 선수는 측면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손흥민은 토트넘 첫 시즌인 2015-2016시즌엔 라멜라에 밀려 확고한 주전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입단 1년 만에 독일 볼프스부르크로의 이적을 심각하게 고려했고 실제 갈 예성이었으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당시 토트넘 감독의 만류로 잔류했다.
이후 둘의 운명은 180도 바뀌었다. 손흥민은 2016 리우 올림픽을 다녀온 뒤 같은 해 9월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를 아시아 최초로 타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라멜라는 플레이 스타일과 포지션이 바뀐 데다 잦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손흥민이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부동의 주전으로 올라서면서 경쟁 구도는 손흥민 쪽으로 기울었다.
서브 자원으로 추락, 토트넘의 실패한 영입 중 하나로 꼽힌 라멜라는 결국 2021년 세비야의 유망주 브리안 힐과 스왑딜 형식으로 토트넘을 떠났다.
세비야 이적 후에는 부활에 성공하는 듯했다. 비록 유리몸 기질을 극복하지 못해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프리미어리그(PL)에서 뛰던 시절과 달리 라멜라는 출전할 때마다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22-2023시즌에는 세비야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는 과정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결승전에서 친정팀 로마를 꺾으며 세비야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활약 덕에 라멜라는 2023-2024시즌까지 세비야에서 뛰었으나 이후 재계약을 맺지 않고 팀을 떠났다.
곧바로 새 팀을 찾기는 했으나, 이전 소속팀들에 비하면 급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당장 토트넘에서 경쟁했던 손흥민은 물론 모하메드 살라, 다비드 알라바, 다니 카르바할 등 함께 92년생 최고의 재능들로 꼽히던 선수들이 여전히 빅클럽에서 뛰고 있는 모습과는 상반된다.
물론 쿠티뉴나 네이마르, 사디오 마네 등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고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라멜라가 커리어 막바지에 AEK로 이적한 게 이상하지는 않지만, 이 선수들에 비해 커리어의 고점은 낮은 편이었다.
사진=토트넘 SNS,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