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이 홍명보 감독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부임을 주목했다.
'ESPN'은 9일 "한국이 전설 홍명보를 선임했지만, 그는 정말 그 자리를 원하는가?"라는 제하의 기사로 홍 감독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부임한 사실과 그간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홍 감독을 선임한 과정을 조명했다.
매체는 홍명보 감독이 현역 시절 A매치 136경기를 소화하면서 네 번의 월드컵에 출전했고,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하지만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많은 선수들이 증명하듯, 감독의 삶은 전혀 다른 문제다"라고 했다.
'ESPN'은 "한국이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인 제시 마치 감독과 사전 협상을 진행했고, 다비드 바그너 감독과 거스 포옛 감독 등의 이름이 거론된 가운데 홍명보 감독이 그 자리에 임명됐다는 사실은 그다지 별 볼일 없어 보인다"라면서도 "이론적으로 보면 이것이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매체가 내세운 주장의 근거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한국이 겪은 어려움이었다. 매체는 한국이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으로 이끈 것을 비롯해 한국을 지휘하는 동안 61.4%의 승률을 기록하는 등의 성공을 기대하면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으나 클린스만 감독이 외유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홍 감독은 지난 3년 반 동안 K리그1의 울산HD를 지휘한 만큼 국내 선수들과 친분이 있고, 필요하다면 대표팀 차출을 꺼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홍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과 달리 국내 선수들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ESPN'이 주목하고 싶은 점은 따로 있었다. 'ESPN'은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가 정말 그 일을 원하는가이다"라면서 "홍명보 감독은 울산에서 2년 연속 K리그1 우승을 이끌었지만, 그동안 나온 추측 속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이름인 것은 분명하다"라며 홍 감독이 진정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원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모든 지도자들의 꿈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ESPN'이 이런 의문을 던진 이유가 존재했다. 바로 홍명보 감독이 10년 전이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담한 성적을 거둔 이후 비난 여론 속에서 사퇴한 경험이 있기 때문.
'ESPN'은 "홍명보 감독은 이전에 맡았던 직책에 대해 그다지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그가 처한 상황의 본질을 아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 최하위를 기록했고,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욕설과 사탕(엿) 공격을 받으며 팬들의 분노에 직면했다"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감독직을 계속 맡으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결국 실패로 이어진 실수에 대해 사과하면서 사임을 결정했다"면서 "홍명보 감독은 감독직을 전적으로 원해서 선택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관대하게 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결국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홍명보 감독은 국가가 부를 때 거절할 수 없는 길로 갈 수도 있다. 그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2014년 이후 얻은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더 잘 준비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ESPN'은 현재 국내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다뤘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브리핑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사실상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건너뛰고 홍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고 말했다. 이는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 위원의 폭로와 맞물려 그간 감독 선임 작업에 주력했던 전력강화위, 나아가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에 대한 의심으로 번진 상태다.
'ESPN'은 이를 두고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정말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질문은 홍명보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현재 엄격하게 조사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발 과정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엑스포츠뉴스 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