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박세웅이 정규시즌 경기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하마터면 '진실의 방'이 열릴 뻔했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선발투수 박세웅의 투구를 복기했다.
박세웅은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다. 타선이 초반부터 맹타를 휘둘러 2회초까지 6-0으로 득점 지원을 해줬음에도 다소 불안한 투구를 펼쳤다. 4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6실점을 떠안았다. 5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구원투수 김상수에게 공을 넘겼고, 김상수가 양석환에게 만루홈런을 맞아 박세웅의 자책점이 올라갔다.
총 투구 수는 90개(스트라이크 58개)였다. 패스트볼(29개)과 커터(22개), 스플리터(18개), 체인지업(14개), 커브(7개)를 섞어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km/h였다. 롯데는 6-7로 역전을 허용한 뒤 7-7로 균형을 맞췄지만 결국 8-13으로 패했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의 투구에 관해 "어제(3일)는 6회까지 그냥 쭉 가야 하는 경기였다.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야 하는데 변화구를 너무 많이 던졌다"며 "상대는 물론 우리가 봤을 때도 '이 구종을 많이 던진다' 하는 게 있지 않나. 조금 아쉬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보여주는 공을 연속 두 개 정도는 던져야 하는데 그런 패턴이 조금 아쉬웠다. 본인이 알아서 던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수코치가 아닌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박세웅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감독은 "주자 신경 쓰지 말고 타자 한 명, 한 명과 승부하라고 말했다. 주자만 나가면 자꾸 공을 어렵게 던지려고 한다"며 "점수 다 준다고 생각하고 그냥 타자 한 명만 보고 하라고 했다. 본인은 그게 잘 안 되는 듯하다"고 밝혔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정규시즌 경기 시작에 앞서 국민의례를 위해 더그아웃 앞에 나와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김 감독은 "너무 잘 던지려고 해서 그런가. 아우 정말 진실의 방으로 부르고 싶더라고. 진짜 진실의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싶었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보다 자세히 설명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가운데에 던지면 타자가 칠 것 같으니 어렵게 승부한 것 같다. 볼카운트가 유리할 땐 조금 어렵게 갔다가, 불리하면 (승부하러) 들어가곤 했는데 그럴 때 들어가는 공은 그리 힘 있는 공이 아니다"며 "자꾸 공을 빼고 또 빼서 타자에게 흐름을 빼앗기면 그만큼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3회말 양의지에게 홈런 맞은 것을 예로 들었다. 박세웅은 2사 1루서 양의지와 대결을 펼쳤다. 볼카운트 1-1서 3구째로 121km/h의 커브를 구사했으나 비거리 115m의 좌월 투런 홈런으로 이어졌다. 6-3, 추격을 허용했다.
김 감독은 "커브를 던지려면 높게 던질 것인지 아예 낮게 던질 것인지 확실히 정해야 한다. 팍 떨어트려야 하는데 그냥 슝 하고 들어갔다"며 "보통 스트라이크존에서 타자의 무릎 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가장 잘 맞아 나간다. 그런 부분에서 선택을 잘해야 한다. 물론 포수도 리드를 잘해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멘털 부분도 작용하는 것 같다. 원래 투수라는 포지션이 그렇다"며 "감독도 항상 말은 쉽게 한다. '여기서 그냥 붙어라', '이렇게 줘라'라고 하는데 막상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 타자를 보면 다를 수 있다. 잘 이겨내야 진짜 에이스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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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