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8.31 09:18 / 기사수정 2011.08.31 09:23
[E매거진·황하민 감독의 톡톡]
"재밌어?"
영화를 두고 많은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첫 질문일 것이다.
대화 속 '재미'는 다양한 개개인의 성향을 고려한 관점의 평을 묻지만 대중적인 관점에서 재미있느냐는 의미를 함께 던지고 있다. 결국 "내가 봐도 될까?"라는 질문으로 뒤집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푸른소금'은 망설임의 찰나를 만들지만 영화가 주는 다양한 즐거움으로 저울질해본다면 순간의 고민은 쉬이 잊을 수 있다.
영화는 간결함과 그 간결함을 힘 있게 만드는 이미지들로 채워나간다.
간결함에는 절제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하지도 않고 허전하지도 않을 절묘한 균형이다. '푸른소금'은 간결함을 통해 자칫 통속적인 멜로로 빠질 수 있는 장애물들과 장르의 경계를 묘하게 허문다. 간결한 대사와 사건전개, 구구절절 설명하고 이해 시켜야 할 것들을 조금씩 쌓여가는 이미지들을 통해서 풀고 이해시킨다. 스크린 위에 펼쳐진 '푸른소금'의 이미지들은 자칫 가벼워질 간결함에 힘을 더한다.
간결함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들을 만들어 낸다. '푸른소금'은 치밀한 사건의 두뇌 싸움이 아닌 감정의 줄타기를 관객들의 몫으로 전하고 마치 수공예 같은 영화 속 이미지들로 감정의 길안내 역할을 하고 있다. 말이 아닌 이미지로 소통하고 있다.
영화 속 이미지들은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도 좋을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영화는 연극이 아니다. 배우들을 통해서 감정을 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이미지를 통해 풀어나간다.
그 이미지 속에 배우들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그 이미지가 힘을 얻는다. 그런 지점에서 배우 송강호와 신세경이 보여주는 간결한 연기는 스타일리스트 이현승 감독이 빚어낸 세련된 이미지 속에 잘 녹아 있다.
그러나 지울 수 없는 모호함.
'푸른소금'의 간결함은 모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두 주인공의 감정과 소통은 빛났지만 마지막을 향한 치달음, 갈등과 선택은 명확하지 못한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와 이로 인한 행동들에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친절한 설명과 사건전개에 익숙한 대중들에게는 다소 어색함을 주지만 간결함과 이미지를 통해 풍부한 감성으로 다가가는 '푸른소금'은 선선한 바람, 가을과 어울리는 잔잔함으로 휘몰아쳤던 여름 극장가의 숨고르기를 위한 좋은 쉼표가 될 것 같다.
[글] 황하민 (엑스포츠뉴스 칼럼니스트 · 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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