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성공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주어진 실패와 내 도전으로 인한 실패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
3일,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가 개봉했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 힘든 훈련에도 홀로 눈을 떠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이 있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북에 홀로 남은 규남은 오랜 군 복무를 마칠 일만 남았다.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그에게 후임들은 할 것도 없는데 뭐하러 나가냐며 미래를 그리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규남은 탈북이라는 꿈이 있다. 모두에게 큰 비밀을 간직한 채 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떠 부대를 가로질러 지뢰 위치를 파악하고 휴전선을 넘을 준비를 철저히 마친다.
"남한으로 가실거지요?"
이제 실행만 남은 순간. 그의 계획을 지켜보고 있던 한 눈길에 의해 그의 계획은 이리저리 처참히 무너진다. 하지만 규남은 불굴의 의지로 어떤 방식으로든 탈주 계획을 실행하고자 한다. 어차피 북에 남아봤자 당이 정해주는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야 할 뿐이다.
그런 규남과 정반대의 인물이 있다. 있는 집 아들로 태어나 러시아 유학까지 다녀온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이다.
현상은 규남을 이해하지 못한다. 탈주병으로 찍힐 뻔한 규남을 데려와 상도 주고 좋은 자대에 배치해주며 선심을 베풀었는데 전혀 기뻐하지 않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너 탈주할 박력있는 종자는 아니잖아"
"받아 들여"
현상은 규남을 협박하고 회유하고 결국에는 깔아 뭉개려고 노력한다. 규남의 환경은 그에게 선택권을 준 적이 없다. 과연 규남은 현상의 다채로운 방해공작에도 원하는 목표를 향해 탈주할 수 있을까.
"죽어도 내가 죽고, 살아도 내가 산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무(모)한 도전'이지만 규남에게 운명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선택하는 것이다.
'탈주'를 탈북 추격 액션 영화로 받아들였을 때의 짜릿함도 있지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오늘날의 우리의 주변과 사회에도 규남과 현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편안함에 안주하며 가만히 앉아 찾아오는 소소한 행복을 맞이하는 삶도 택할 수 있고, 실패 가능성이 가득한 상황 속에서 희망을 맛보고 땀을 닦는 운명에 뛰어들 수 있다. 어쨌든 선택권이 있다.
규남의 선택이 틀리지만은 않다. 모든 걸 다 가지고 태어난 것 같은 '럭키 가이' 현상도 운명 앞에 순응한 경험이 있다. 자신이 뭘 바라는지도 알 필요가 없던 그는 규남을 보며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 그의 미묘한 답답함은 현대인의 마음과 가장 맞닿아 있는 부분일 수도 있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지뢰밭을 넘고 늪을 지난 규남을 따라 달리는 현상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제훈이 흘린 간절한 땀과 급박함을 구교환의 집념과 복잡한 마음이 완성한다. '탈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호흡이다.
결국 '탈주'는 관객이 규남과 현상 중 누구에 자신을 투여하는지, 난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비춰보게 만든다.
처절한 흙맛 액션 속 간절한 이제훈의 몸짓과 알 수 없어 더욱 깊은 구교환의 눈빛이 합쳐졌다. 탈주하고 싶은가. 무엇을 위해 탈주를 꿈꾸나.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3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12세이상관람가.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