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홍현빈이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3루타를 친 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수원,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KT 위즈 홍현빈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교체 출전했다.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팀에 5-4 끝내기 역전승과 2연승을 선물했다.
홍현빈은 8회초 수비를 앞두고 대타 장성우와 교체돼 우익수로 투입됐다. 9번 타순에 자리 잡았다. 3-4로 뒤처진 9회말 KT의 공격은 6번 타자 황재균부터 시작됐다. 삼성은 배터리를 모두 바꿨다. 베테랑 마무리투수 오승환과 포수 강민호를 투입했다.
선두타자 황재균이 좌전 2루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단숨에 득점권에 들어섰다. 김상수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오윤석의 대타 강현우가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내 1사 1, 3루로 기회를 이었다. 후속 타자는 홍현빈이었다. 오승환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2타점 끝내기 우전 적시 3루타를 터트렸다. 3루 주자 황재균과 1루 대주자 김건형이 모두 득점해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다.
홍현빈은 2017년 2차 3라운드 21순위로 KT에 입단해 그해 데뷔했다. 이후 줄곧 백업으로 지냈다. 지난해까지 1군서 6시즌 동안 210경기에 출장했다. 꾸준히 경험을 쌓았으나 주전으로 도약하진 못했다. 이날 홍현빈의 끝내기 안타와 3루타는 모두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값졌다.
KT 동료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격한 세리머니로 홍현빈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서로를 얼싸안고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홍현빈이 중계방송사와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 물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왼쪽부터 KT 위즈 신본기와 홍현빈. 홍현빈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3루타를 때려냈다. 수원, 고아라 기자
경기 후 홍현빈은 "정말 꿈만 같고 얼떨떨하다. 내가 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떻게 쳤는지 가물가물하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를 만큼 믿기지 않는다"며 상기된 목소리를 들려줬다.
붉어진 얼굴에 혹시 울었는지 묻자 "아니다. 울진 않았다. 물을 너무 많이 맞아서 그렇다"며 "너무 좋아서, 기뻐서 그런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야구 인생을 통틀어 끝내기 안타가 처음이다. 2군 퓨처스리그서도 쳐본 적이 없다. 홍현빈은 "중학생 때쯤 외야 뜬공으로 한 번 끝내기를 기록했던 기억은 있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안타로 쳐본 적은 없다. 진짜 처음인 듯하다"고 밝혔다.
차분히 경기를 돌아봤다. 홍현빈은 "9회초에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면서 보니 (9회말) 우리 타순이 6, 7, 8번이더라. '잘하면 내가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이렇게 돼서 믿기지가 않는다"며 운을 띄웠다.
홍현빈은 "(강)현우나 (김)건형이 형, (장)준원이 형 등 대기 선수들이 몇 명 남아있었다. 찬스가 오면 내가 대타와 교체돼 경기에서 빠질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다"며 "(9회말) 타석에 들어갔는데 최만호 코치님이 선수를 바꾼다고 하셨다. 내가 아닌 1루 주자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아, 됐다. 내가 친다'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고 싶었다. 요즘 훈련하면서 타격감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다"며 "같이 훈련하는 현우에게 계속 '형 감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원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와 결과가 나온 듯하다"고 덧붙였다.
KT 위즈 홍현빈이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3루타를 친 뒤 오재일과 포옹하고 있다. 수원, 고아라 기자
삼성 투수는 끝판대장 오승환,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홍현빈은 "(황)재균이 형에게 패스트볼로 승부했다가 안타를 맞은 것 같았다. (김상수의) 번트 때도, 현우에게도 어렵게 승부하는 듯했다"며 "내 뒤에 KBO리그 최고 타자인 로하스가 있었기 때문에 내게도 어렵게 승부할 것이라 예상했다. 높은 변화구를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코스대로 들어왔다. 원하는 대로 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부연했다.
타격한 순간 느낌은 어땠을까. 홍현빈은 "'이거 끝났다' 싶었다. (끝내기 주자인) 건형이 형이 제발 홈으로 들어오길 바랐다"며 "계속 주자를 보면서 뛰었다. '제발, 제발' 하면서 달렸다"고 전했다.
선배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다. 9회말의 문을 연 황재균은 "(홍)현빈이가 끝내기를 쳐주니 더 기뻤다"고 힘줘 말했다.
홍현빈은 "아무래도 난 주전이 아니고, 백업으로 오래 머물던 선수다. 아마 다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삼진당하지 않을까', '병살타만 치지 마라'라는 마음으로 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운 좋게 안타를 쳤다. 선배님들을 다 당황하게 하는 끝내기 안타를 친 것 같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번 경기가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홍현빈은 "지난해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해 마인드 등을 잘 준비해 묵묵하게 임하자는 각오로 뛰고 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만족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을 물었다. 홍현빈은 "2군에 계신 모든 코칭스태프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믿고 써주신 (이강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며 "사실 요즘 안타를 치기도 했지만 깔끔한 안타가 없었다. 더 신경 써주신 타격 코치님들, 유한준 코치님과 김강 코치님께 특히 감사하다. 김태균 수석코치님과 박기혁 코치님 등 모든 코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 위즈 홍현빈이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3루타를 친 뒤 질주하고 있다. 수원, 고아라 기자
사진=수원, 고아라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