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짐 랫클리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주가 네덜란드 방송에서 회담 내용을 떠벌린 에릭 텐 하흐에게 분노했다.
영국 더선은 21일(한국시간) "랫클리프는 네덜란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비자 회담의 세부 사항을 공개한 텐 하흐의 폭탄 발언에 화를 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이비자 섬에서 휴가를 보내던 텐 하흐는 그곳에서 맨유 측과 감독직 유임 관련 회담을 가졌고, 최근 네덜란드 밧옹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랫클리프 구단주는 회의 내용이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았고, 이를 고깝게 여긴 맨유 고위층은 텐 하흐와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텐 하흐는 이번 시즌 종료 후 경질될 운명이었다. 맨유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18승6무14패, 승점 60으로 8위를 기록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또한 2013-2014시즌 이후 최저 승점을 기록했으며, 처음으로 골득실 마이너스(-1)를 기록했다. 1976-77시즌 이후 단일 시즌 최다 실점 기록을 갈아치운 건 덤이다.
하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맨체스터 시티와의 FA컵 결승전서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후 상황이 바뀌었다. 맨유는 텐 하흐 후임으로 토마스 투헬을 비롯해 여러 감독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FA컵 우승으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을 확정하자 텐 하흐 유임을 결정했다.
텐 하흐는 내년 6월까지 맨유와 계약돼 있으며,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맨유는 텐 하흐와 계속 함께하기 위해 텐 하흐가 휴가를 떠난 이비자 섬을 찾아갔다. 거기서 텐 하흐와 감독직 유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제는 텐 하흐가 최근 네덜란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공개적으로 떠들었다는 것이다.
텐 하흐는 "격동적인 시즌이었고, 매우 격동적인 한 해였다. 맨유에서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조금 쉬고 싶었는데 갑자기 구단 사람들이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나 힘들었다"라면서 "구단은 나와 계속 함께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그들은 다른 감독 후보들과 대화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들은 결국 최고의 감독과 함께하기로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라며 투헬을 포함한 다른 감독들보다 자신이 더 뛰어난 감독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면서도 재계약에 합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좋은 대화를 나눴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어떤 종류의 합의에 반드시 도달해야 한다. 아직 하나, 둘 남아있는 게 있다. 아직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라고 감독직을 유임할 것인지 확실히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더선에 따르면 랫클리프 구단주는 텐 하흐가 방송에서 이러한 발언으로 회의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더선은 "텐 하흐는 편안한 휴식을 취해야 할 때 자신이 대우 받은 방식과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에 대해 화가 났다. 랫클리프 구단주 또한 비공개 회의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네덜란드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라며 "맨유는 텐 하흐가 새로운 3년 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건 당연한다"라고 협상이 틀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맨유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휴가지까지 찾아가 협상을 진행했던 상황에서 텐 하흐의 발언에 랫클리프 구단주가 분노한 만큼, 양 측이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더선,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