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영웅에서 한 순간에 역적이 됐다. 바이에른 뮌헨 주전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레알 마드리드전 최악의 실수로 '기름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뮌헨은 9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2로 역전패 했다.
앞서 홈에서 열린 1차전서 2-2로 비겼던 뮌헨은 알폰소 데이비스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막판 베테랑 공격수 호셀루에게 멀티 실점을 내줘 합산 스코어 3-4를 기록,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믿었던 노이어의 실책이 뼈아팠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43분 비니시우스의 중거리 슛을 노이어가 제대로 잡지 못하고 흘렸다. 바로 앞에 있던 호셀루가 달려들면서 이를 밀어넣어 동점골 주인공이 됐다.
승리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갑자기 동점골을 얻어맞은 뮌헨은 크게 흔들렸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2분 안토니오 뤼디거의 패스를 호셀루가 골문 앞에서 밀어넣었다. 처음엔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으나 비디오판독(VAR) 끝에 온사이드로 판정되면서 골로 인정됐다. 레알이 2-1로 승부를 뒤집은 것이다.
사실 노이어는 이날 수많은 선방을 기록했다.
전반 13분 레알의 오른쪽 측면 공격 상황에서 비니시우스가 때린 슈팅이 골 포스트를 강타한 후 흐르자 호드리구가 이를 재차 슈팅으로 이어갔다. 노이어는 정면에서 동물 같은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전반 39분에도 레알의 세트피스에 이은 비니시우스의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 크로스가 두 팀 선수들 사이를 지나 절묘하게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갈 때 이를 반사 신경으로 쳐내 박수를 받았다.
후반 초반에도 호드리구의 오른발 프리킥을 막아낸 노이어는 후반 15분 비니시우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때린 오른발 슛을 손 끝으로 쳐냈다.
레알은 경기 내내 노이어를 뚫지 못하고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후반 막판 그 실수가 나오기 전까지 노이어는 이날 양 팀 선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한 순간의 실수가 모든 걸 망쳤다. 월드클래스 골키퍼답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경기 후 토마스 투헬 감독은 "노이어는 경기 내내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100년 동안 나오지 않을 실수를 저질렀다"라며 공개적으로 실책을 비판했다.
노이어 또한 DAZN과의 인터뷰를 통해 "축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 알 것이다. 85분까지 1-0으로 앞서다 경기 막바지에 무너져서 안타깝다. 런던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패배로) 할 말을 잃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스페인에서도 노이어를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2017-18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서 레알을 상대로 허망한 실수로 2골을 내준 '기름손' 로리스 카리우스가 베르나베우에 돌아온 것 같다고 수위를 높였다.
당시 리버풀 골키퍼였던 카리우스는 후반 6분 손으로 수비수에게 패스했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대기하던 레알 공격수 카림 벤제마를 인식하지 못했고, 벤제마는 발만 뻗어 공을 건드려 득점에 성공했다.
1-2로 뒤지던 후반 37분에는 가레스 베일의 중거리 슛을 쳐내려 했으나 공이 손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주저 앉은 카리우스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고, 결국 리버풀은 승부를 뒤집지 못해 준우승에 그쳤다. 카리우스는 이날 이후 기름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스페인 스포르트는 "카리우스가 돌아왔다"라는 제목으로 "노이어는 영웅에서 악당이 됐다. 눈부신 선방으로 경기를 완성하고 있었으나 결정적인 순간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라며 이날 노이어가 6년 전 카리우스급이었다고 혹평했다.
한편,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 뮌헨은 12년 만에 무관이 확정됐다. 주장 노이어가 자신의 손으로 무관을 확정지은 꼴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스포르트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