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유럽에서는 21~22세를 어린 나이로 보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목표를 크게 잡고 성장했으면 한다"
FC서울 캡틴 기성용이 팀 내 22세 이하 선수들에게 건넨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과거 18세의 나이로 K리그를 평정했던 기성용의 뒤를 이을 인재들이 이번 시즌 서울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가 자랑하는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이다. 유소년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주목 받았던 기성용은 2007년 FC서울에서 프로 데뷔해 10대 후반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이청용과 함께 서울 핵심으로 활약했다.
당시 기성용의 활약은 대단했다. 2008시즌과 2009시즌 연속으로 K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됐고, 2009년에는 K리거들이 뽑은 최고의 K리거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까지 3시즌 동안 93경기 9골 13도움을 올리며 K리그를 정복했다.
K리그를 벗어나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87경기를 뛴 기성용은 스페인 마요르카를 거친 후 지난 2020년 서울로 복귀했다.
어린 나이에 떠났지만 기성용은 명백한 서울의 레전드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음에도 여전히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에는 다시 주장직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고, 리그 11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뛰는 등 베테랑으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기성용과 서울이 작별하는 때가 올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HD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1라운드 경기가 끝난 후 기성용은 서울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기성용은 "최근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도 젊은 친구들이 잘해주고 있다"라며 "경험이 많진 않아도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려는 노력과 의지가 보인다"라고 이번 시즌 조금씩 기회를 얻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자세를 칭찬했다.
서울은 올 시즌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22세 이하 자원들을 끌어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어린 선수다운 패기와 열정을 보여주며 팀에 신선한 활력를 주고 있다.
이번 시즌 서울과 프로 계약을 맺은 이승준, 손승범, 황도윤은 최근 김기동 감독의 부름을 받아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빠른 발과 왕성한 활동량이 장점인 손승범은 지난 7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작성했다. 황도윤은 서울이랜드와의 코리아컵에서 선발 기회를 얻었고, 전북현대, 수원FC, 울산전에서 기성용의 파트너로 기회를 받았다. 이승준 역시 수원FC, 울산전에 후반 교체 투입돼 과감하고 저돌적인 드리블로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밖에도 센터백 박성훈, 공격진에 강성진, 김신진 등 기존 22세 이하 자원들 또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며 서울의 미래를 밝게 비추고 있다.
다만 구단 레전드 기성용이 그랬던 것처럼 10대 후반에 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할 정도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경험적으로나 실력적으로나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한 단계다.
기성용은 이 선수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젊은 선수들이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목표를 더 크게 잡아 성장했으면 한다"라고 입을 뗀 기성용은 "유럽에서는 17~18세에 프로 데뷔해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부분에서 목표를 크게 잡았으면 좋겠다"라면서 "(한국에서는) 21~22세도 어리다고 생각하지만 유럽에서는 어린 나이로 안 본다. 어느정도 성장한 선수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부터 옆에서 젊은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누고 피드백을 하겠다. 어린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다보면 분명 팀의 경쟁 부분에서도 긍정적 영향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기존 선수들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기성용의 조언대로 서울의 유스 자원들이 팀 미래를 책임질 핵심으로 성장하게 될지 기대된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나승우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