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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 치고 도루하는 '김도영'입니다"→"힘 남다른데, 띄워 쳐봐"…거포 본능 깨어났다 [고척 현장]

기사입력 2024.04.24 19:20 / 기사수정 2024.04.24 19:20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이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이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고척, 최원영 기자) 잠자던 거포 본능, 눈 떴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의 장타 본능이 무섭다. 프로 3년 차인 올해 가장 두드러진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범호 KIA 감독은 몇 가지 변화를 언급했다.

2022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도영은 데뷔 시즌 103경기서 타율 0.237(224타수 53안타) 3홈런 19타점, 장타율 0.362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엔 84경기서 타율 0.303(340타수 103안타) 7홈런 47타점, 장타율 0.453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 시즌은 더욱 기세가 좋다. 지난 23일까지 25경기서 타율 0.324(102타수 33안타) 9홈런 21타점, 장타율 0.637를 뽐냈다.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특히 4월 19경기서 9홈런을 몰아치며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지난 14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17일 SSG 랜더스전까지 3경기 연속 아치를 그렸다. 특히 17일 SSG전서는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렸다. 21일 NC 다이노스전과 23일 키움전서도 두 경기 연속 손맛을 봤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은 타구의 스피드가 다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팀에 왔을 때부터 타구에 힘을 싣는 느낌, 힘을 쓰는 방법 자체가 달랐다"며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도영이 본인도 입단했을 땐 홈런을 친다는 생각보다는 '저는 안타 치고 도루하는 선수입니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난 거기서 탈피시키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타구 속도가 빠른 선수들은 각도만 살짝 바꿔줘도 홈런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증명된 것이다"며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도영이에게 '올려 쳐라', '띄워 쳐도 아무 말 안 할 테니 멀리 쳐라'라고 했다. 스스로 타이밍이나 밸런스를 잡은 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홈런을 칠 수 있구나', '장타를 쳐주는 게 팀에도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걸 느낀 것 같다. 확실히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젠 본인이 가진 야구를 마음껏 펼치는 듯하다. 팀에도 정말 좋은 일이다"고 설명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이 정규시즌 경기서 타격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이 정규시즌 경기서 타격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IA의 베테랑 홈런 타자 최형우는 김도영에 관해 "일반적으로 홈런이 나오는 히팅 포인트보다 공 2개 정도 뒤에서 때려도 당겨쳐서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이 감독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공을 확실히, 최대한 내 앞에 불러놓는다는 의미다. 스윙이 나오는 것도 짧다는 뜻이다"며 "공을 다 확인하고 자신의 몸과 배트 스피드를 활용해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할 줄 알면 타율 등 모든 면에서 더 정확해지며 홈런 개수도 늘어날 수 있다. 김도영은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또 다른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이 감독은 "평소 타자들에게 허리를 잘 돌리는 연습을 많이 하라고 말한다. 턴만 잘 되면 스윙 자체가 좋아지기 때문이다"며 "과거 타격할 때 도영이의 발을 보면 턴을 반밖에 안 하더라. 50도 정도만 돌렸다. 하지만 지금은 스윙할 때 발을 90도로 다 돌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님이 한창 현역이었을 때 스윙을 하면 발 자체가 90도로 돼 있었다. 완벽하게 스윙하려면 오른발이 90도로 딱 지탱하고 있어야 한다"며 "발이 반밖에 안 돌아가면 스윙도 75%밖에 안 된다. 캠프 때 도영이에게 턴하는 연습을 계속 시켰고 그 부분이 좋아졌다. 본인이 가진 능력치가 워낙 좋아 금방 알아듣고 잘 활용하는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 23일 키움전에서 친 홈런은 비거리도 대단했다.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키움 선발투수 하영민의 2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0m의 선제 솔로 홈런이었다.

이 감독은 "홈런을 누가 치든, 살짝 넘어가든 멀리 넘어가든 다 기분 좋다. 도영이가 정타에 공을 때려내며 컨디션이 좋다는 걸 증명했다"며 "그 정도로 멀리 날아갈 줄은 몰랐다. 진짜 멀리 가더라. 선취점을 내는 한 방이라 내겐 최고의 홈런이었다"고 돌아봤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이 정규시즌 경기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이 정규시즌 경기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수비에 관해선 "아직 보여줄 게 더 많다"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수비는 연차가 쌓일수록 더 정교해질 것이다. 1년, 1년 하다 보면 타자가 어디로 공을 많이 보내는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등을 알게 된다. 수비 위치도 코치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두 발 뒤로 혹은 앞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며 "그때부터는 실책 개수도 한 자릿수로 줄지 않을까 싶다. 나도 어릴 때 실책을 많이 하다 시즌을 거듭하며 한 자릿수로 줄였다"고 말했다.

부상만 조심하면 된다. 이 감독은 "가능한 도루를 줄이라고 하고 있다. 전 경기에 출전해 줘야 하는 선수다"며 "스스로 몸 상태를 체크해 안 좋은 부분이 있으면 타격 후 100%로 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모든 선수에게 해주는 말이다. 80%로만 뛰어도 된다고 일러줬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한 게임이 아닌 시즌 전체를 봐야 한다. 몸이 안 좋을 땐 조금 자제해가며 경기를 치르는 것도 능력이다. 그게 팀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도영의 2024시즌이 기대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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