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단순함이 통하는 시대다. 방송계에는 '뇌빼드'(뇌를 빼고 보는 드라마), 가요계에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열풍이 불고 있다.
재벌가, 신데렐라 설정, 시한부, 출생의 비밀까지.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는 클리셰라고 볼 수 있는 소재들이 모두 모여 다소 '뻔한' 전개가 이어진다.
개연성을 파고들면 말이 안되는 내용들이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이 모든것을 '알면서도' 시청하고 있다. 심지어 21.6%를 넘기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결혼 3년차 이혼 위기', '시한부'라는 내용 중심의 '새드 스타트'를 끊었는데 말이다.
OTT인 넷플리스 '닭강정'도 같은 맥락이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는 다소 황당한 소재가 사랑받고 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이병헌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고자 했다. 이 감독은 "'닭강정'은 색깔이 너무 확실하다. 다른 무언가를 하기보다 고증하듯 원작을 따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허구의 원작을 살린 만큼, 현실성은 떨어졌을 터. 그러나 콘텐츠 커뮤니티 키노라이츠 3월 4주차 3위에 등극할만큼의 화제성을 자랑했다.
이처럼 현실성, 혹은 개연성이 떨어지더라도 '드라마'이기 떄문에 시청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복잡하고 팍팍한 현실과 다른, 유쾌하고 단순한 소재가 통하고 있는 것. 현실 고증이 잘 된 작품이 사랑받기도 하지만, 이러한 드라마의 경우 '사이다' 결말을 맞아야 호평받는다. 시청자들의 환상과 기대감이 내제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뇌를 빼고보는 드라마 '뇌빼드'는 해방감을 주기도 한다. 영상의 길이를 확 줄인 '숏폼' 콘텐츠 소비 방식이 트렌드가 된 이유로도 연결된다.
최근 몇년 간 가요계에서는 '이지 리스닝'이 대세다. 특히 올해는 가수 비비, 신인 아이돌 투어스(TWS)와 라이즈 등의 가수들이 대중성까지 꽉 잡으며 매서운 경쟁을 하고 있다.
이들 모두 현재 차트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비비의 ‘밤양갱’은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일간,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밤양갱 열풍'을 일으켰고,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음악방송 4관왕에 이어 대다수의 음원 사이트 일간 차트 ‘톱 10’에 올랐다. 특히, 벅스와 애플뮤직 한국에서는 일간 차트 1위를 기록, 멜론에서는 최고 2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라이즈 또한 'Love 119' 곡을 통해 멜론 주간 차트 4위까지 올랐다. 1월 5일 음원 공개 이후 발표된 주간 차트에서 22위, 10위, 7위, 6위를 거쳐 4위까지 달성, 무려 5주 연속 상승세를 탔다.
한번 들어도 잊히지 않는 중독성이 팬덤뿐만 아니라 대중성까지 꽉 잡은 것. 여자 솔로 가수로서 음원차트를 휩쓴 가수는 아이유, 태연 정도가 유일했고, 보이그룹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음원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약세가 이어졌던 바. 굳어질 줄 알았던 음원시장에 비비, 투어스, 라이즈가 변화를 일으켰다. 대중들이 이들의 음악을 자발적으로 찾아듣기 시작하며 '이지 리스닝'이 일을 냈다.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은 말 그대로 듣기에 편안한 곡들을 뜻한다. 복잡하게 해석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함'이 통했다는 것이다.
최근 가수들이 익숙한 2000년대 음악을 '샘플링'하거나, 리메이크 열풍이 부는 이유도 이 때문. 이러한 덕을 가장 크게 본 사례가 지난 2022년 혜성처럼 등장한 그룹 뉴진스와 피프티 피프티다. 피프티 피프티는 '큐피드'로 대중픽을 받았다.
지난해 뉴진스는 걸크러쉬, 세계관이 주목받던 시기, 이러한 것들을 과감히 없애고 1990년대 레트로 감성을 더하며 신선한 충격을 줬다. '디토', '하이프 보이'를 통해서다. '이지 리스닝'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건, 해외시장을 노리면서 퍼포먼스 위주의 곡이 즐비하면서부터다. 호불호가 덜 갈리는 '이지 리스닝'을 전면으로 내세우자 효과가 눈에 띄게 부각된 것.
퍼포먼스 위주의 빠른 비트와 달리 '이지 리스닝' 장르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요계에서도, 방송계에서도. 복잡함을 단순화 시킨 콘텐츠들이 사랑받으며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각 방송사, 각 소속사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