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이재현과 김영웅. 삼성 내야의 미래로 꼽히는 둘은 원정 숙소에서 룸메이트로 생활 중이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내야 미래들의 룸메이트 생활, 훈훈하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재현과 김영웅은 원정경기 시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쓴다. 평소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물었는데, 둘의 이야기가 엇갈렸다.
김영웅은 "야구 이야기는 잘 안 한다. 조금씩 하긴 하지만 많이 나누는 편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재현은 "다음 날 선발투수가 예고되면 '어떻게 칠까' 등의 대화를 한다. 엄청 진지하게 파고드는 것은 아니고 가볍게 이야기한다"며 "사실 야구 말고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그 외엔 장난치는 게 전부다"고 돌아봤다.
서로의 진술을 전하자 이재현은 김영웅에게 "우리가 선발투수 이야기 안 했어? 산체스(한화 이글스 리카르도 산체스) 공 어떻게 쳐야 하냐며"라고 되물었다. 김영웅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또 다른 주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김영웅은 "(이재현이) 나보다 1시간은 늦게 자는 것 같다. 나를 잘 안 재운다"며 "자꾸 배고프다고, 뭐 먹자고 한다. 자기는 배를 채워줘야 잠이 온다고 하더라. 난 같이 안 먹는다"고 귀띔했다.
다시 이재현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재현은 "아니다. (김영웅도) 배고프다고 했다. 빙수를 시켰는데 나보다 더 잘 먹었다"며 이른 뒤 "어제는 네가 먼저 잤잖아. 난 안 재운 적 없다. 분명 먼저 잠드는 걸 보고 잤다"고 해명했다.
궁지에 몰린 김영웅은 "(이재현 말이) 맞는 걸로 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재현이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을 치며 활약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2022년 입단 동기인 둘은 나란히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서울고 출신인 이재현은 1차 지명, 물금고를 거친 김영웅은 그해 2차 1라운드 3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올 시즌 힘을 합쳐 내야를 지켰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 거듭난 이재현은 시즌 종료 후 수술대에 올랐다. 어깨 탈구 증세로 고생하다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재현을 대신할 유격수로 김영웅을 택했다.
주전으로 첫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김영웅은 업그레이드된 타격 능력을 뽐내며 타선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중심타선에 배치돼 장타 본능을 발휘했다. 총 24경기서 타율 0.309(94타수 29안타) 5홈런 15타점, 장타율 0.532 등을 기록 중이다. 팀 내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타율 3위, 안타 2위, 홈런 공동 1위, 타점 2위, 장타율 2위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타율 0.366(41타수 15안타) 3홈런 6타점으로 더 훌륭했다.
이재현도 괴물 같은 속도로 회복을 마치고 예정보다 빨리 1군에 합류했다. 지난 13일 NC 다이노스전서 복귀전을 치렀다. 5타수 4안타 1타점으로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4안타 경기를 펼쳤다. 이후 이재현이 유격수, 김영웅이 3루수를 도맡게 됐다. 이재현은 총 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5(32타수 12안타) 2홈런 7타점, 장타율 0.625 등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재현은 "몸 상태는 100%로 올린 지 꽤 돼서 전혀 문제없다. 트레이닝 코치님들이 정말 잘 관리해 주셔서 컨디션도 좋다. 힘들지도 않다"며 "말도 안 되는 공에 큰 스윙하지 말고 정확히 치자고 다짐하며 훈련 중이다. A급 투수나 공이 빠른 투수가 나오면 적용이 안 되는 듯해 더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영웅이 정규시즌 경기에 출전해 타격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에 관해 "타석에서 자기 스윙을 하며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고 있다. '이 선수는 무조건 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준다"며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부터 자신감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웅은 "자신 있어야죠"라며 수줍게 웃은 뒤 "자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현과 김영웅은 삼성 내야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 주자들로 꼽힌다. 이재현은 "서로 잘하면 우리 둘에게도, 팀에도 좋은 것 아닌가. 같이 잘해야 한다"며 "우리를 미래라고 평가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부담감을 느끼진 않는다. 더 열심히,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커지는 듯하다"고 전했다.
김영웅은 "(이)재현이는 야구를 정말 잘하는 선수다. 보고 배우는 게 많다. 서로에게 좋은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