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하, 김환 기자) 신태용 감독이 다시 한번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도네시아가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8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열린 카타르와 호주의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나면서 대회 우승후보 중 하나였던 호주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U-23 축구대표팀은 22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전반전과 후반전 각각 두 골씩 집어넣으며 요르단을 4-1로 격파했다.
요르단은 3-4-1-2 전형을 꺼냈다. 알주아이디가 골문을 지켰다. 아파네, 알하지, 아부사나브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측면에는 알하지와 아부타하가, 중원에는 자무스와 알마하르메가 이름을 올렸다. 알 디아바트가 2선을 책임졌고 다르위시와 칼부네가 공격을 이끌었다.
인도네시아는 3-4-3 전형으로 맞섰다. 에르난도 아리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나단 주아온, 리즈키 리도, 무하마드 페라리가 백3를 형성했다. 측면에는 프라타마 아르한과 파투르 라만이, 중원에는 마르셀리노 페르디난과 이바르 제너가 배치됐다. 저스틴 후브너와 위탄 술라에만이 최전방의 라파엘 스트라윅을 받쳤다.
인도네시아가 포문을 열었다. 전반 3분 오른쪽 측면을 연 인도네시아가 먼저 요르단을 위협했다. 파투르가 살려낸 공이 술라에만을 거쳐 스트라윅에게 연결됐으나 스트라윅의 슈팅은 골키퍼가 막아냈다.
전반 7분에는 인도네시아의 무기 '인간 투석기' 아르한의 강력한 장거리 스로인이 그대로 요르단 골문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스로인이 선수에게 닿지 않고 골라인을 넘을 경우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요르단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11분 박스 오른편에서 패스를 받은 칼부네가 골문 반대편을 바라보고 오른발 슈팅을 했지만 빗나갔다.
양 팀은 계속해서 공격을 주고받았다. 인도네시아는 전반 14분 파투르의 크로스에 이은 술라에만의 헤더로 답했다. 전반 15분 스트라윅의 왼발 슈팅도 있었지만 스트라윅의 슈팅은 알주아이디 골키퍼가 쉽게 잡았다. 요르단은 전반 17분 코너킥에서 흐른 공을 다르위시가 잡아 슈팅을 시도했으나 수비에 막혔다.
인도네시아에 기회가 찾아왔다. 전반 21분 빠른 역습을 시도한 인도네시아는 최전방 공격수 스트라윅이 박스 안에서 자무스와의 경합 도중 넘어졌고, 주심은 곧바로 박스를 가리켰다. 페널티킥이었다.
키커로 페르디난이 나섰다. 페르디난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페르디난은 전반 23분 골키퍼를 완벽히 속이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인도네시아는 기세를 몰아 전반 29분 역습 상황에서 스트라윅의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스트라윅의 슈팅은 알하지의 수비에 막혔다. 전반 33분 페르디난이 얻어낸 프리킥을 술라에만이 처리했으나 술라에만의 슈팅은 골문을 위로 살짝 넘겼다.
계속해서 몰아치던 인도네시아가 한 발 더 달아났다. 전반 40분 페르디난과 리도가 완벽한 패스 플레이로 상대 오른쪽을 허문 뒤 리도의 패스를 받은 술라에만이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뽑아냈다.
인도네시아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전반 45분 아르한의 스로인을 요르단 수비가 걷어내자 박스 바깥에 있던 페라리가 공을 잡아놓은 뒤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페라리의 슈팅은 기다리고 있던 알주아이디 골키퍼에게 향했다.
전반전 추가시간은 8분이었다.
요르단은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하지만 몇 차례 슈팅에도 불구하고 요르단은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전반전은 인도네시아가 2-0으로 리드한 채 끝났다.
2점 차 리드를 허용한 요르단이 먼저 교체카드를 꺼냈다. 요르단의 선택은 중원 변화였다. 자무스와 알마하르메가 빠지고 알리야랄랏과 알살만이 투입됐다.
후반전 포문도 인도네시아가 열었다. 후반 6분 빠른 역습 이후 후브너가 중거리 슈팅으로 역습의 마침표를 찍었으나 후브너의 슈팅은 크게 벗어났다.
요르단은 후반 13분이 되어서야 첫 번째 슈팅을 날렸다. 인도네시아 박스 왼편에서 알디아바트가 강력한 슈팅을 때려봤지만 힘이 많이 실려 위로 높게 떴다. 알디아바트의 슈팅으로 자신감을 가져온 요르단은 후반 14분 알하지의 슈팅으로 다시 한번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알하지의 슈팅은 몸을 날린 인도네시아 수비를 넘지 못했다.
요르단 선수들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답답해했다. 주심의 판정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조금만 지연돼도 화를 냈고, 넘어진 뒤에도 휘슬이 불리지 않으면 주심에게 다가가 격하게 항의했다.
요르단은 후반전 중반이 되어가도록 득점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고, 교체카드를 더 썼다. 후반 19분 알디아바트가 빠지고 사브라가 들어왔다.
요르단이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후반 21분 알하지가 절묘하게 내준 공을 문전에 있던 사브라가 받아 슈팅으로 이어갔지만, 사브라의 슈팅이 제대로 임팩트가 되지 않은 탓에 공은 골문을 외면하고 말았다.
요르단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사이 인도네시아가 쐐기를 박았다.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만든 페르디난이 인도네시아의 세 번째 득점을 터트렸다.
후반 26분 상대 박스 앞에서 술라에만과 패스를 주고받은 페르디난은 골키퍼를 앞에 두고도 감각적인 슈팅을 시도해 기어코 공을 골문 안으로 집어 넣었다.
인도네시아는 세 번째 골이 터진 후 세 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하며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파자르, 스트라윅, 페라리를 불러들이고 리오 파미, 코망 테구, 호키 카라카를 내보냈다.
요르단은 다르위시를 아자이제로 바꿔 공격에 변화를 더했다. 아자이제 투입 이후 한 차례 기회가 찾아왔으나 인도네시아 수호신 에르난도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요르단이 한 골 만회했다. 후반 34분 박스 왼편에서 공을 잡은 알리야랄랏이 오른발 감아차기로 만회골을 기록했다. 알리야랄랏은 세리머니를 할 새도 없이 공을 주워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 이 골은 후브너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쉽게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가 한 골을 더 터트리며 요르단의 추격에서 멀어졌다. 후반 41분 아르한이 던진 공을 테구가 헤더로 연결해 인도네시아의 네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호주전 결승골의 주인공 테구는 수비수임에도 두 경기 연속골을 터트리며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과시했다.
인도네시아는 네 번째 득점 이후 제너와 술레이만을 다파 파샤, 짐 켈리 스로이어와 교체해 경기 마무리를 준비했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10분이 주어졌다. 요르단은 한 골이라도 넣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추가골을 노렸다. 더 많은 기회가 있던 쪽은 요르단이었지만, 요르단의 공격은 매번 에르난도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경기는 인도네시아의 4-1 승리로 종료됐다. 인도네시아는 요르단전 승리로 A조 2위를 유지, 사상 처음으로 U-23 아시안컵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신태용 감독은 요르단전 뒤 엑스포츠뉴스 등 한국 취재진을 만나 "일단 황선홍 감독님과 친분이 있기 때문에 경기를 하면서 서로 인상을 쓰고 싶지 않다. 내가 힘들더라도 일본과 붙고, 한국이 카타르랑 붙어서 좋은 결과를 내 결승에서 만나길 바라는 꿈이 있다"며 "8강에서 만나는 것보다 정말 열심히 해서 결승전에서 만나 같이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라며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8강에서 좋은 결과를 내 토너먼트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시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호주의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호주는 카타르를 상대로 점유율 75%, 슈팅 13회, 유효슈팅 6회를 시도하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정작 한 골도 넣지 못하고 2무 1패로 경기를 마감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차전까지 2연승을 거둬 8강 진출이 확정됐던 카타르는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마흐무드, 마흐디 살렘, 이르판, 알알리, 유시프, 알마나이, 사이드, 알샤르샤니, 샤난, 알압둘라, 마제르가 선발로 출전했다.
호주는 카타르전에서 반드시 승리한 뒤 요르단과 인도네시아 경기의 결과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에 총력전을 벌였다. 비치, 패럴, 코트니 퍼킨스, 포포비치, 이탈리아노, 밀라노비치, 티그, 율리, 브룩, 홀먼, 투레를 선발로 내보냈다.
경기 초반부터 호주가 맹공을 펼쳤다. 전반 4분 브룩의 슈팅과 7분 율리의 슈팅이 나왔지만 모두 빗나갔다. 슈팅으로 얻어낸 코너킥에서 찬스를 노렸으나 이 역시 힘들었다.
카타르는 호주가 공을 점유하도록 내준 뒤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토너먼트를 대비해 선수들의 체력을 최대한 아끼려는 생각으로 보였다. 카타르는 전반 13분 사이드의 슈팅으로 한 차례 호주를 위협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급한 쪽은 호주였다. 그러나 상황이 호주를 도와주지 않았다. 호주는 전반 22분 만에 부상을 당한 홀먼을 불러들이고 젤라치치를 투입하며 이른 시간 교체카드 한 장을 소비해야 했다.
이후에도 호주는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전반 26분 율리의 슈팅, 전반 35분 이탈리아노의 슈팅 모두 빗나갔다. 호주는 전반전 추가시간까지 이탈리아노와 밀라노비치의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지만 결국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에도 호주의 소나기 슈팅이 이어졌다. 후반 2분 브룩의 슈팅은 빗나갔고, 후반 4분 밀라노비치의 슈팅도 벗어났다.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호주는 후반 16분 센터백 듀오 코트니 퍼킨스와 포포비치를 불러들이고 미드필더인 제이크 거드우드 라이히와 수비수 마크 나타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자 후반 24분 율리와 투레를 가랑 쿠올, 알루 쿠올과 바꿨다.
호주는 기회는 많았으나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후반 30분 젤라치치가 시도한 슈팅이 모두 막혔고, 후반 막바지에 얻은 코너킥 찬스들을 모두 어이없게 놓쳤다.
이미 8강 진출을 확정 지어 여유로웠던 카타르는 경기 마무리를 준비했다. 호주는 주어진 추가시간 막판까지 골을 노렸지만 결국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며 대회에서 탈락했다.
사진=아시아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