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 지난 4월 1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팀의 끝내기 승리를 책임지는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특유의 빠른 발과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팀을 연승으로 이끈 주전 중견수 박해민의 주루 센스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해민의 플레이 하나가 블론 세이브로 고개를 숙였던 유영찬까지 살려냈다고 보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3차전에 앞서 "전날 게임을 놓고 보면 박해민의 가치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타율 1할을 치고 있어도 쉽게 뺄 수 없는 선수"라며 "순간적인 판단을 내리고 잘 뛰었다. 박해민이 여럿을 살렸는데 제일 큰 거는 유영찬을 구한 거다"라고 말했다.
LG는 전날 5-3으로 앞선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에서 믿었던 마무리 유영찬이 크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민성에 2루타를 허용한 뒤 곧바로 이정훈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스코어가 4-5로 좁혀졌다.
유영찬은 일단 롯데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급한 불을 껐다. 1사 2루에서는 전준우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LG의 승리까지는 아웃 카운트 단 한 개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유영찬은 2사 3루에서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최항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박승욱과 승부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원 볼 투 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점하고도 4, 5, 6구째가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나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유영찬은 계속된 손호영과 대결에서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손호영이 초구 136km짜리 슬라이더를 타격해 파울이 됐지만 2구부터 5구째까지 볼을 던지면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5-5 동점을 허용했다.
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 지난 4월 1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팀의 끝내기 승리를 책임지는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특유의 빠른 발과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유영찬은 동점 직후 정보근을 범타 처리하고 역전을 막아냈지만 경기 흐름은 롯데 쪽으로 넘어간 듯 보였다. 롯데는 9회말 마무리 김원중을 투입,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 가고자 했다.
그러나 LG는 연장이 아닌 정규이닝에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9회말 선두타자 박해민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깨끗한 중전 안타로 출루하면서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김원중은 박해민의 안타 출루 후 급격하게 흔들렸다. 발 빠른 1루 주자 박해민을 의식해 좀처럼 타자와 승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신민재, 홍창기를 연이어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LG가 무사 만루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LG 벤치는 타석에 들어선 안익훈에게 스퀴즈 번트 등 작전 대신 강공을 밀어붙였다. 안익훈의 타구가 얕은 중견수 플레이로 연결되면서 3루 주자 박해민의 태그업이 어려워 보였지만 박해민은 박해민이었다.
박해민은 롯데 중견수 김민석의 포구 자세가 불안정한 걸 캐치한 뒤 과감하게 홈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김민석은 곧바로 홈 송구를 연결했지만 엉거주춤한 폼으로 던진 탓에 방향이 빗나갔다. 롯데 2루수 박승욱이 공을 커트한 뒤 홈 송구로 연결한 뒤에는 이미 박해민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 플레이트를 훓고 간 뒤였다.
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 지난 4월 1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팀의 끝내기 승리를 책임지는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특유의 빠른 발과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박해민은 올 시즌 개막 후 전날까지 22경기 타율 0.253(87타수 22안타) 8타점 14도루를 기록 중이다. 타격 페이스가 100%까지 올라오지 않은 탓에 하위타선에 배치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박해민이 타순과 관계 없이 라인업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수비, 주루에서 박해민이 가진 장점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은 "박해민은 방망이가 조금 안 맞고 있어도 중견수 수비를 갖고 있다. 박해민을 경기 중 빼는 건 감독 입장에서 부담이 엄청 크다"며 "박해민이 수비를 잘해주면서 전날 게임처럼 하위 타선에서 출루 후 빠른 발로 흐름을 바꿔주면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해민이 전날 9회말 홈으로 들어오는 건 본인이 순간적인 판단을 잘한 거다. 이게 박해민의 센스다. 사고방식이 방어적이라면 못 들어온다. 안익훈 다음 타자가 김현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박해민처럼 공격적으로 뛰는 게 승리의 확률을 높인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