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체중 증량부터 틈만 나면 연습실을 오가기까지. 배우 정하담이 '피라미드 게임' 고은별을 집어삼키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정하담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극본 최수이, 연출 박소연)에서 반전의 '야망캐릭터' 고은별로 분해 극에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부터 촬영한 작품이 최근 모두 공개를 마친 뒤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그는 "(끝나서) 아쉽기도 하고, 잘 돼서 기쁘기도 감사하기도 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번 작품으로 확실히 젊은 층에서도 "어 저사람?"이라며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웃은 그는 피부로 닿는 유의미한 성과를 체감한 작품을 보내면서 "진하게 아쉬웠다"고 밝혔다. 특히나 진하게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고은별이라는 캐릭터가 지금껏 그가 만나보지 못했던 캐릭터였기 때문. 정하담은 고은별을 소화하기 위해 고생깨나 했지만, 결국은 꼭꼭 씹어 삼켜내며 용기와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고은별이 되기 위한 첫 번째는 체중 증량이었다. "체중을 엄청 늘렸다. 캐스팅되자마자 감독님이 '너무 말라 보인다. 살을 찌워줄 수 있냐'고 해서 그때부터 (촬영) 끝날 때까지 10kg를 찌웠다"며 목표로 잡았던 6~7kg가 화면상에서 생각보다 통통한 느낌이 아니라 10kg까지 찌우게 됐다는 비화를 밝혔다. 고은별을 보낸 현재는 다시 8kg을 뺀 상태라고 전해 놀라움을 더했다.
'피라미드 게임'은 주인공 성수지(김지연 분)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원작 웹툰을 본 후 임한 2차 오디션에서 정하담은 하고 싶은 역할로 "가해자 쪽"을 꼽았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당하는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그의 바람처럼, 게임의 숨겨진 주동자 백하린(장다아)의 숨겨진 하수인이던 가해자 고은별로 연락이 왔고, 캐릭터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고은별은 극 초반까진 늘 누군가의 눈치를 보듯 불안한 표정에 말도 제대로 맺지 못하는 소위 말하는 반의 '찐따'지만, 성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망을 감추고 있다. 중반부 실세 백하린의 '말'이라는 게 드러난 후에는 저지 집업에 똥머리를 하고 잘(?) 나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며 외형부터 말투까지 싹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고은별은 백하린을 향한 아부도, 에프(F) 등급 괴롭히기도, 반 친구들 앞에 나서기도 잘하며 보는 이들의 분노를 부르기까지 물 흐르듯 해낸다.
체중 증량 뒤에는 "초반과 뒤의 모습이 격차가 났으면 하는 게 큰 포인트"였다. 정하담은 "초반의 모습을 잡는 게 어렵진 않았다. '얘가 좀 제발 말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을 담아" 보기만 해도 속이 터지는 답답함을 주고자 했다. 그러나, 그간 연기 해보지 않은 '반전의 고은별'로 가는 게 문제였다.
정하담은 "'피라미드 게임'이 꽤 오랜만에 촬영한 작품이라 (감독이) 저를 캐스팅해주시고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신 것만으로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다"며 틈날 때마다 연습실까지 빌려 연습했다. "(여태까지 중) 제일 많이 연습했던 것 같다"는 그는 "수치심 없고, 무례하고 주책맞아"보이길 바라며 지금의 고은별을 찾아갔다.
"고은별의 가장 큰 포인트는 얄미웠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웃음소리도 어떻게 하면 주책맞아 보일까?', '어떤 사람이 얄미울까?' 해서 웃으면서 약 올리듯이 말을 했어요. 또 고개를 살짝살짝 흔들면서 말을 하거나 하대하는 느낌의 손짓을 하고, 자기가 뭐라도 된 양 행동하는 그런 제스처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원작을 보며 살리고 싶었던 부분은 "무섭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고은별의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정하담은 "드라마에선 본인이 신나서 나서는 느낌으로 하면서 약간의 무서움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했다. 살짝씩 비웃고, 희롱하는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싸이코패스 설정이 사라지며, 원작보단 고은별의 다크함이 다운그레이드돼 성적에만 집중하게 됐다. 드라마 속 고은별에게 정하담은 최대한 '얄미움'을 살리려 했다. 그는 "(그게) 웹툰보다 극화된 지점이다. 얄미움이 업드레이드돼서 조금 더 나서고, 권력을 가진 것에 대한 신남이 있었다. 원작에서는 더 무게감 있고, (친구들) 머리 꼭대기 위에 있다 이런 느낌이면, 여기선 야망이나 권력욕에 집중했다. 전교 2등이니 기본적으론 똑똑한 친구긴 했지만, 열등감이나 감정적인 부분을 키웠다"고 부연했다.
외적으로 고은별을 한층 더 얄밉게 만들어준 교정기는 정하담의 아이디어였다. 마침 치과에 갔다 생각이 들었다는 그의 아이디어에 감독이 "제일 잘 보이는 메탈 교정기로 살려서 가보자"고 힘을 실어줘 한층 독특한 느낌의 캐릭터가 됐다. 또 정하담은 "(초반 고은별은) 외적으로 한 3일 안 씻은 애처럼 해주셨다. 화장도 거의 안 했다. 이후엔 예쁘게 똥머리도 해주셨다"며 분장팀에 공을 돌렸다. 그는 "중간에 분장 다르게 하고 교실에 들어가는 게 너무 부끄럽더라"며 실제 교실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인물 자체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백하린을 만나기 전 고은별은 어떤 아이였을까. 그는 "평범한 집에 평범한 두뇌다. 죽어라 노력해도 전교 2등이고, 집도 가난하고 '난 안 돼'하는 거다. 꼭 성공을 하고 싶어 하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제일 큰 친구구나 했다. 그러다 하린이가 A등급으로 올려줬을 때, 마치 자기가 진짜 사회에서 A등급이 된 것처럼 얘의 욕망이 드러난 거다. 그런 점이 재밌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피라미드 게임이 학생들에 의해 부서지면서, 고은별은 학교폭력으로 퇴학을 당한다. 목표로 하던 한국대 앞에서 입학 기준을 바꾸라는 1인 시위를 하는 고은별의 결말에 정하담은 "마음에 든다. 시위하고 이런 것도 얘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 않나. 은별이스러운 결말이었다"고 했다. 고은별의 이후 모습에 대해서는 "한국대는 못 간다고 했으니까. 학폭을 보지 않는 대학을 찾아 어떻게든 갔을 것 같다. 그런 야망캐였다"며 웃었다.
고은별을 통해 "힘든데 재밌다"는 걸 처음 느꼈다는 그는 자신이 만든 고은별에 "만족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정하담은 "(본인이 나온) 작품을 볼 때, '다시 돌아가면 다르게 했을 텐데' 이럴 때가 있다"면서 "만족은 어렵더라도,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피라미드 게임'이 다 공개되고 나서의 제 느낌은, 나와 다르다고 느낀 캐릭터도 연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 없는 모습이라고 공감하지 못하거나, '저 마음이 뭔지 모르겠어', '나랑 안 맞는 스타일이야' 이런 인물이라도 나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겠구나, 연기를 할 때 겁먹지 말아야겠다 했어요. '나랑 너무 다른 데?' 이런 겁이 초반엔 너무 많았거든요. 잘 마무리가 돼서 이렇게 열심히만 하면 나랑 안 맞는 것도 찾아낼 수 있어 이런 믿음이 생겼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고아라 기자, 티빙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