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이런 신인이 있었을까. 한화 이글스의 '리틀 몬스터' 황준서의 데뷔 첫 기념구를 위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직접 펜을 들었다.
황준서는 지난달 31일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다. 만원 관중 앞 황준서는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정해진 투구수 75구를 넘기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왔고, 한화의 14-3 대승으로 KBO 역대 10번째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챙긴 고졸신인이 됐다. 한화에서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8년 만이었다.
담대한 선수라는 건 첫 승부부터 알 수 있었다. 황준서는 선두타자 배정대에게 초구 볼을 던진 뒤 몸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이어 다시 직구로 배정대의 헛스윙을 이끌어낸 뒤 포크볼로 삼진을 완성했다. 황준서의 프로 데뷔 첫 삼진.
막내의 첫 승부가 완벽하게 끝이 나자 한화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손을 들어 황준서의 데뷔 첫 삼진 공을 회수했고, 그 공은 류현진에게로 향했다. 류현진은 공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자 직접 펜을 들어 황준서를 위한 기념구 문구를 새겼다.
황준서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라커룸에 놓여 있던 공 두 개를 발견했다. 데뷔 첫 삼진과 데뷔 첫 승리구였다. 뒤늦게 첫 삼진 기념구의 문구를 류현진이 작성했다는 걸 알았다는 황준서는 "이글스TV에서 봤는데, 받자마자 써주시더라. 첫 기념구가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가 써주신 거라고 하니 영광이었다"고 웃었다.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황준서는 "엄청 긴장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이렇게 잠을 못 잔 건 오랜만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마지막 타자를 잡을 때의 느낌이 어땠냐는 질문에는 "삼진을 잡았으면 더 멋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웃으면서 "사실 5회에는 힘이 부치는 게 느껴져서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모든 게 운명처럼 들어맞은 하루였다. 우연찮게 가족들도 황준서의 데뷔승을 '직관'했다. 황준서는 "나는 2군에 있었고, 사촌누나가 야구장에 오고 싶다고 해서 내가 2군에 있어도 부모님이 야구장에 오시기로 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가 마침 콜업이 되고, 선발로 나갔다"고 전했다.
야구장에 가득 찬 팬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프로선수로서의 '진짜' 출발을 알린 아들에게, 부모님은 "앞으로 할 날이 더 많으니, 더 잘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다른 이들도 "이제 시작"이라는 말로, 그간 황준서의 수고를 치하하는 동시에 그의 앞날을 응원했다.
김민우의 담 증세로 선발 기회를 잡았던 황준서는 일단 일요일까지 1군 선수단과 동행한다. 훈련은 선발의 루틴대로 하고 있다. 최원호 감독은 "황준서는 김민우의 투구 내용을 확인할 때까지 1군에서 동행하려고 한다. 일요일에 던졌기 때문에 금요일까지는 회복을 하고, 토요일(6일)이나 일요일(7일)에는 불펜 등판 기회 있다면 불펜에서 던지는 것을 한 번 볼 계획이다. 그 이후는 김민우의 회복 상태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최대한 빨리 내가 경기를 잘할 수 있고, 선발로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던 황준서는 이번 3월 완벽하게 자신의 말을 지켰다. 황준서는 "그게 어제 같은데, 시간이 빠른 것 같다"면서 "이제는 그래도 보여준 게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2군에 내려가더라도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