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3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 종료 후 프로 데뷔 첫 승리를 따낸 후배 투수 황준서에게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 한화 이글스
(엑스포츠뉴스 대전, 김지수 기자) '대전 왕자' 한화 이글스의 문동주가 자신과 함께 팀의 미래를 짊어질 후배의 프로 데뷔 첫승을 격하게 축하해줬다. 경기 전에는 '자학 개그'로 긴장을 풀어주는 등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을 줬다.
한화는 3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시즌 3차전에서 14-3 대승을 거뒀다. 파죽의 7연승을 내달리며 시즌 7승 1패를 기록, 2위 KIA 타이거즈(5승 1패)에 1경기 차 앞선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한화의 7연승을 견인한 건 선발투수로 출격한 황준서였다. 황준서는 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프로 데뷔 첫 등판에서 선발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3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 종료 후 프로 데뷔 첫 승리를 따낸 후배 투수 황준서에게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 한화 이글스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고졸 신인이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낸 사례는 황준서 전까지 단 9명에 불과했다. 한화에서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2006년 4월 1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달성한 이후 지난 17년간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성과다.
이 어려운 일을 황준서는 해냈다. 최고 149km, 평균 145km를 찍은 위력적인 직구에 주무기인 포크볼을 앞세워 KT 타선을 압도했다. 위기 때마다 공격적인 투구로 실점을 막아내는 장면이 이글스파크를 가득 메운 1만 2000명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황준서는 지난해 열린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완성도 있는 변화구 구사 능력과 안정감 있는 투구로 호주 1차 스프링캠프부터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를 완주했다. 귀국 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3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 종료 후 프로 데뷔 첫 승리를 따낸 후배 투수 황준서에게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 한화 이글스
정규시즌 개막 후에는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 5선발 김민우가 담 증세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게 되면서 황준서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황준서는 "서산(한화 2군 훈련장)에서 3월 31일 1군 선발등판 얘기를 들은 뒤에는 일단 빠르게 짐을 싸서 1군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차를 타고 대전으로 이동할 때부터 최대한 1군에 오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던 게 데뷔전에서 좋은 투구를 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황준서의 강점 중 하나로 '강심장'을 꼽았다. 마운드 위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질 줄 아는 선수라고 보고 있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3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 종료 후 프로 데뷔 첫 승리를 따낸 후배 투수 황준서에게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 한화 이글스
황준서는 실제로 팀이 연승 중인 상황, 홈 구장 만원 관중 등 여러 가지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데뷔전을 완벽하게 치러냈다. 경기 시작 전 긴장감이 엄습해 오기도 했지만 2년 선배 문동주의 가벼운 농담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
황준서는 "(문) 동주 형이 본인은 프로 데뷔전 때 ⅔이닝만 던졌다고 하시더라. 내가 1이닝만 던지고 내려와도 잘하는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고 마운드 위에서 자신 있게 피칭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문동주의 1군 데뷔 첫 등판은 지난 2022년 5월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이었다. 한화가 1-5로 뒤진 8회말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지만 ⅔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이닝을 끝내기도 전에 신정락과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왔다.
2023 시즌 KBO리그 신인왕에 오른 한화 이글스 투수 문동주. 지난 3월 28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2024 시즌 첫승을 따냈다. 사진 한화 이글스
하지만 문동주는 지난해 23경기 118⅔이닝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신인왕에 오르며 유망주 껍질을 깨뜨렸다. 올해도 지난 3월 28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5이닝 6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문동주는 프로 데뷔 첫 등판을 앞두고 극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어린 후배에 큰 용기를 준 것은 물론 게임이 끝난 뒤에는 시원한 물세례까지 퍼부었다.
한화 투수들은 황준서가 경기 종료 후 TV 중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을 때 하나둘씩 손에 물병을 들고 황준서를 기다렸다. 황준서의 첫승을 축하해 주기 위한 KBO리그만의 문화를 황준서에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2사구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문동주는 스케일이 더 컸다. 5L짜리 생수통을 라커룸에서 가지고 나와 더그아웃에서 매의 눈으로 황준서의 TV 중계 인터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황준서의 인터뷰가 종료되자 한화 투수들은 일제히 황준서에 다가가 물을 뿌렸다. 황준서는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황준서는 "TV 중계 인터뷰 때 내 앞에 (문) 동주 형만 보여서 동주 형만 물을 뿌릴 줄 알았는데 형들이 내 뒤에 다 있었다"며 "물이 생각보다 너무 차가워서 놀랐다"고 돌아봤다.
사진=대전, 한화 이글스/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