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경기 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악착같이 버틴 끝에 이겨냈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은 2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 흥국생명과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18-25 14-25 25-20 25-20 16-14)로 극적인 리버스 스윕 승리를 차지했다.
1, 2세트를 허무하게 내주며 힘없이 물러나는 듯했다. 실전 공백의 여파였다. 현대건설은 리그 1위(승점 80점·26승10패)로 챔프전에 직행해 약 열흘간 준비 기간을 가졌다. 체력은 충분히 회복했지만 경기 감각은 무뎌질 만했다.
3세트부터 기지개를 켰다. 뒷심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며 1차전부터 드라마를 썼다. 역대 V리그 여자부 챔프전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 52.94%를 손에 넣었다. 17차례 중 9차례였다.
이날 블로킹서 10-19, 서브서 4-5로 밀렸다. 대신 공격성공률서 39.26%-36.48%, 리시브 효율서 31.96%-25.27%로 앞섰다.
아포짓 스파이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서브 2개, 블로킹 1개를 묶어 37득점(공격성공률 40.48%)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목 디스크 증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블로킹 5개를 얹어 16득점(공격성공률 44%)으로 뒤를 받쳤다.
경기 후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우려한 대로 초반에 경기력이 안 나와 힘들었다. 다행히 3세트에 반전시켰다"며 "후반으로 갈수록 전체적인 플레이가 나아졌다. 정규리그보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상대보다 더 오래 쉰 덕에 체력 면에서 우위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초반에 기회가 여러 번 왔는데 반격 상황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다. 좀 더 세밀하게 플레이했어야 하는데 안 됐다. 염려했던 리시브는 그나마 잘 버틴 듯하다"고 덧붙였다.
상대 흥국생명은 정규리그를 2위(승점 79점·28승8패)로 마쳐 3위 정관장과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부터 치렀다. 3차전까지 간 끝에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승리했다. 지난 26일 정관장과 3차전을 펼치고 하루 휴식 후 챔프전에 나섰다.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 동안 4경기를 소화했다.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경기 중 득점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두 세트를 내준 뒤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강 감독은 "3세트엔 작전으로 주문할 게 없었다. 이 자리까지 오는 데 힘들었으니 최대한 시리즈를 길게 끌고 가자고 했다"며 "오늘(28일) 한 세트라도 따 1-3을 만들자고 했다. 그렇게 한 세트씩 챙기다 보면 5차전까지 가더라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선수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게 승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선 제압했으니 더 밀어붙여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세트 종료 후 2세트부터 양효진과 이다현의 위치를 맞바꿨다. 이다현이 전위에서 출발하게끔 했다. 강 감독은 "확률을 따졌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양)효진이가 (흥국생명 미들블로커) 김수지 앞에서 공격성공률이 굉장히 낮다는 것을 고려했다. (흥국생명 미들블로커) 이주아와 붙여보려 한 것이다"며 "원래 포메이션에 변화를 잘 주지 않는데 이번엔 한 번 해봤다. 연습한 것은 아니다. 2차전에선 어떻게 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차전을 앞두고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공격력이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지윤이 블로킹 1개, 서브 1개 포함 9득점(공격성공률 36.84%),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이 블로킹 1개를 얹어 8득점(공격성공률 38.89%)을 기록했다.
강 감독은 "최근 안 좋았을 때보단 나아졌다. (정)지윤이는 리시브 범실이 크게 나와 문제지만 그래도 잘 버텼다. 공격성공률도 어느 정도 오른 듯하다"며 "위파위는 리시브가 된다면 (득점을) 더 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부분을 살리기 위해 (이)다현이와 효진이의 자리를 바꾼 것도 있다"고 밝혔다.
2차전은 어떻게 대비할까. 강 감독은 "훈련보다는 분석을 해야 한다. (몸을) 회복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며 "리시브 감을 더 찾아야 한다. 우리가 잘 못했던 것을 복기하며 그 부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체력을 비축해 놓은 현대건설이 유리할 것이란 평가가 많다. 강 감독은 "2차전도 5세트까지 갈 계획이다. 사실 농담이다"며 웃은 뒤 "그런 식으로 물고 늘어지려 한다. 이번에도 4세트부터 상대의 체력 저하가 느껴졌다. 우리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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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