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 새 사령탑인 미겔 리베라 감독이 28일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기대감이 크다.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종료 후 처음으로 외국인 사령탑을 영입했다. 미겔 리베라 감독이다. 28일 선수단 숙소인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난 미겔 감독은 "선수들과 이야기부터 나눴다. 함께 발전해 후회 없는 배구를 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미겔 감독은 2009년 스페인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 2014~2021년 스페인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를 거쳐 2022년부터 스페인 남자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세계 강호들이 대거 포진한 유럽에서 선전하며 부임 당시 49위였던 스페인의 국제배구연맹(FIVB) 순위를 단숨에 33위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스페인 남자대표팀 수석코치 재임 당시 스페인 남자 프로배구팀 '클루브 볼레이볼 테루넬(Club Voleibol Teruel)'을 지휘하며 정규리그 및 챔피언십 통합우승 2회(2017-2018시즌·2018-2019시즌), 스페인 컵대회 우승 2회(2018년·2020년), 스페인 슈퍼컵 5년 연속 우승(2016~2020년) 등을 달성했다. 팀을 명문 구단으로 바꿨다.
미겔 감독은 뛰어난 데이터 분석 및 활용 능력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화된 선진 배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능하다. 효율적인 훈련을 통해 지도한 팀들을 모두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번엔 KB손해보험을 맡았다. 지난 12일 입국한 뒤 선수단에 합류했다. 28일 마주한 미겔 감독은 "한국에 처음 와보는데 무척 설렌다. 내게 연락을 준 KB손해보험에 정말 감사드린다. 많은 후보 중 나를 믿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며 "V리그에 오게 돼 영광이다. 어떻게든 KB손해보험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한국에 오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미겔 감독은 "V리그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스페인 출신 선수들이 뛰는 것을 봤다"며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과 아는 사이라 한국 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게 좋은 도전이라고 추천해 줘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 새 사령탑인 미겔 리베라 감독이 28일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인터뷰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수원, 최원영 기자
V리그를 먼저 겪어본 외국인선수 안드레스 비예나와도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미겔 감독은 사령탑으로, 비예나는 주장으로 인연을 맺었다. 비예나는 2019-2020시즌, 2020-2021시즌 대한항공에 몸담았고 지난 시즌부터 KB손해보험과 함께했다.
미겔 감독은 "KB손해보험에서 오퍼가 오기 전부터 비예나와는 꾸준히 연락하고 지냈다. 올해 어려운 시즌을 보내며 심적으로 힘들어해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잡아주려 했다"며 "비예나에게도 한국 생활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V리그에 도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에 입성 후 선수들과 마무리훈련을 진행했다. 훈련보다 더 무게를 둔 부분이 있다. 미겔 감독은 "선수들과 면담 시간을 가졌다. 개개인과 많은 시간을 들여 대화를 나눴다"며 "선수로서 파악하는 것보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선수를 일일이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 만남이었다. 선수들의 첫인상은 무척 긍정적이었다"며 "이번 시즌 안 좋은 성적 등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면담에 임해줬고, 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들 생각이 열려있었다. 각자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줘 좋았다"고 부연했다.
올 시즌 KB손해보험은 5승31패, 승점 21점으로 최하위에 그쳤다. 구단 사상 첫 꼴찌를 떠안았다. 어떤 부분부터 보완해야 할까. 미겔 감독은 "한 팀이 5승밖에 하지 못했다는 것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특정 선수나 포지션의 잘못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분발해야 한다"며 "대부분 지표에서 6~7위에 머문 것을 확인했다. 모든 수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의 도약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을까. 미겔 감독은 "항상 최고의 성적을 내려 하고, 그에 따른 부담감도 느낀다. KB손해보험 부임 후 오히려 좋았던 점이 있다. 선수들이 스스로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선수와 감독간 믿음이 있어야 한다. 감독은 선수들의 노력을 믿어야 하고, 선수들은 감독의 지시와 전술을 신뢰해야 한다. 그렇게 같이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 선수들이 득점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팀엔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미겔 감독은 "대다수 시간을 숙소에서 보낸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보여준다. 정말 높게 평가한다"며 "구단 프런트나 스태프들, 선수들에게 10점 만점에 11점을 주고 싶다. 내가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끼기도 전에 먼저 필요한 게 있는지 물어봐 주고 챙겨준다. 모두가 정말 따뜻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매운 음식을 먹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젓가락질도 하루빨리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새 시즌 목표를 물었다. 미겔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치, 한계치까지 올리는 것이다. 다음 시즌을 끝마쳤을 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더 이상 힘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만들고자 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면 2위에 그쳐도 괜찮다. 하지만 2위를 하더라도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가 남는다면 화가 날 것 같다. 특정 순위가 아닌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게 내 목표다"고 힘줘 말했다.
미겔 감독은 "결과는 약속드리지 못해도 과정에 대해선 분명히 약속할 수 있다. 엄청난 노력을 쏟겠다"며 "내가 가진 배구 철학을 KB손해보험에 녹여내 팀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17일 홈구장인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미겔 감독은 "좋은 경험이었다. 팬분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빨리 팬분들을 만나 뵙고 싶다. 경기는 우리의 몫이지만 팬분들의 응원도 무척 중요하다. 배구를 잘해 팬분들의 관심도를 더 높이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수원,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