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 타선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파워'다. 중장거리 타구를 생산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타자가 많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KIA는 개막전부터 그 위용을 드러냈다. 2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7-5로 승리했다. 홈런 1개를 포함해 장타 5방으로 키움 마운드를 흔들었다. 베테랑 최형우는 1회말, 8회말에 각각 2루타 1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KIA는 장타력뿐만 아니라 빠른 발로도 키움 야수들을 흔들었다. 시작점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주루플레이였다. 소크라테스는 팀이 0-2로 지고 있던 1회말 1사 2루에서 우전 안타를 친 뒤 홈 송구를 틈 타 2루까지 추가 진루에 성공했고, 후속타자 최형우의 2타점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선빈의 1타점 적시타와 이우성의 안타 이후 1사 1·2루에서 2루주자 김선빈, 1루주자 이우성이 초구에 더블스틸을 성공했다. 더블스틸을 대비하지 않고 있던 키움 내야진은 두 선수가 뛰는 걸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그 이후에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황대인이 3루수 땅볼을 때리자 3루주자 김선빈이 주저하지 않고 스타트를 끊으면서 홈으로 들어왔다. 이때 3루에 다다른 2루주자 이우성이 멈추지 않고 곧바로 홈으로 쇄도했다. 3루수 송성문의 송구를 받은 1루수 최주환이 재빠르게 홈으로 공을 뿌렸지만, 송구가 크게 빗나갔다.
결과적으로 황대인은 땅볼로 타점 2개를 챙겼다. KIA 구단에 따르면, '땅볼 2타점'은 KBO리그 역대 7번째 기록으로, 팀만 놓고 봤을 때 2019년 9월 8일 광주 키움전 박찬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선수들이 합심해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친 덕분에 KIA는 1회말 5득점으로 선발투수 윌 크로우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24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2차전이 우천으로 취소되기 전 전날 상황을 복기했다. 이 감독은 "2루에서 (이)우성이가 빨리 스타트를 끊었던 것 같고, 조재영 주루코치가 잘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빠른 선수들이 타선에 많이 배치돼 있는데, 시범경기에선 일부러 안 뛰게 했다. 도루를 하게 되더라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지 말고 다리로 슬라이딩을 하라고 얘기했다. 이제는 시즌에 돌입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살 수 있는 타이밍일 때 선수들과 조재영 코치에게 그린라이트에 대해 얘기했고, 선수들이나 코치님이 상황에 맞게 판단해 도루를 하는 것이다. 확률적으로 살 수 있는 타이밍에 잘 뛰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발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장면을 또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황대인의 땅볼에 앞서 김선빈과 이우성이 더블스틸을 시도한 것에 대해선 "조재영 코치가 그린라이트에 있어서 최고의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무모하게 (주루플레이를) 시키는 스타일이 아니고 완벽하게 체크해서 뛰게 하는 스타일이다. 선수들, 코치님이 타이밍에 맞게끔 분석을 끝내놓은 상태였기에 그런 장면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KIA 타선엔 최원준, 김도영, 박찬호를 비롯해 빠른 발과 작전 수행 능력을 겸비한 선수가 꽤 많다. 이범호 감독이 이야기한 대로 조재영 코치의 판단 능력이 더해지고, 또 다른 선수들까지 힘을 보탠다면 예년보다 공격 면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개막전에서 기대감을 한껏 높인 KIA가 올해 빠른 야구로 쏠쏠한 효과를 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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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