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현준이 23일 KT 위즈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10회 대타 결승타를 때려낸 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수원,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좌절하지 않고 기회를 엿봤다. 결정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삼성 라이온즈 김현준은 2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개막전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 10회 대타로 출전했다. 결승타를 때려내며 6-2 승리를 이끌었다.
2-2로 맞선 10회초 삼성은 상대 마무리 박영현과 승부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구자욱이 우중간 안타, 데이비드 맥키넌이 우전 안타를 쳤다. 1사 1, 3루서 강민호의 자동 고의4구로 1사 만루를 이뤘다. 후속 타자는 대타 김현준이었다. 박영현의 2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삼성에 3-2 리드를 안기며 힘차게 포효했다.
삼성은 류지혁의 밀어내기 볼넷, 김영웅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10회초 6-2를 기록, 승기를 가져왔다.
이날 승리는 의미가 컸다. 삼성은 2018년 잠실 두산 베어스전(6-3 승) 이후 6년 만에 개막전 승리를 따냈다. 2019년부터 개막 5연패를 떠안았으나 올해 김현준이 고리를 끊어냈다. 1만8700명 만원 관중 앞에서 제대로 실력을 뽐냈다.
경기 후 김현준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는데 승리할 수 있어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대타 타석에서의 상황을 물었다. 김현준은 "타석에 들어갈 때 (박진만) 감독님께서 '과감하게 쳐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더 확신이 생겼던 것 같다"며 "그동안 준비를 잘해 무척 자신 있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려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을 딱 치는 순간 너무 기분 좋았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현준이 23일 KT 위즈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10회 대타 결승타를 때려낸 뒤 포효하고 있다. 수원, 박지영 기자
평소 잘 하지 않던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김현준은 "개막전이다 보니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세리머니가) 격하게 나온 듯하다"며 웃었다.
삼성은 2017년 이후 저작권 문제로 사용하지 못하던 팀 응원가 '엘도라도'를 올해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시즌을 앞두고 저작권 이슈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8회에 이어 승리 후에도 경기장에 엘도라도가 울려 퍼졌다.
김현준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만 많이 봤는데 실제로 들으니 웅장했다. 너무 좋아 소름이 끼쳤다"고 돌아봤다. 박진만 감독이 올해 승리의 엘도라도를 최소 80번 듣고 싶어 했다고 전하자 김현준은 "맞다. 80번 넘게 들으면 좋을 듯하다"며 공감했다.
2021년 2차 9라운드 83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김현준은 2022년부터 주전 중견수로 뛰었다. 올해 삼성 외야진엔 변화가 생겼다. 구자욱이 우익수에서 좌익수로 이동했다. 김현준은 당초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변신할 예정이었지만, 김성윤이 우익수에 들어섰다. 중견수는 내야에서 외야로 자리를 옮긴 김지찬이 맡았다. 김현준은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상심이 클 법했다. 그러나 김현준은 "그렇지 않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기회는 또 올 것이라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부터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김현준, 이병규 수석코치. 김현준은 23일 KT 위즈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10회 대타 결승타를 터트렸다. 수원, 박지영 기자
치열해진 외야 경쟁에 관해서는 "경쟁자가 많아졌다고 해도, 지금껏 그랬듯 자신 있다. 선수들이 다 잘해야 팀도 잘 되는 것이니 긍정적으로 여기려 한다"며 힘줘 말했다.
매 경기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김현준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담감이 나를 더 잘하게 해주진 않는다"며 "내 야구를 잘 해내려 하겠다. 타격, 안정감 면에서 돋보여야 출전할 수 있다. 그 부분 역시 자신 있다"고 밝혔다.
외야 수비도 꾸준히 갈고닦는 중이다. 김현준은 "수비에서의 어려움은 크게 없다. 어느 포지션에 나갈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이 준비하려 한다"며 "시범경기 때 느꼈던 점들을 개막 전까지 잘 준비하려 했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시범경기를 치르며) 욕심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욕심은 줄이고 실력을 키우려 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현준은 "올해 미미하게 성장한다면 내 자리는 없어질 것 같다. 이 점은 욕심난다"며 "확실하게 나를 각인시켜야 경기에 자주 나갈 수 있다. 각오가 남다른 시즌이다"고 눈을 반짝였다.
사진=수원, 박지영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