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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경기장을 가다①] '희귀템' 북한 비자, 국적엔 '남조선'이 선명…지금은 '괴뢰'라고 할까

기사입력 2024.03.20 13:47 / 기사수정 2024.03.20 13:47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북한 축구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문을 연다. 오는 2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조별리그 홈 경기 일본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엔 시리아와의 홈 경기가 잡혀 있었으나 원정 경기를 먼저 하기로 시리아, 아시아축구연맹(AFC)와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첫 경기를 벌여 0-1로 졌다. 시리아는 국내 정세 불안으로 사우디에서 홈 경기를 벌인다.

이어 지난 2월엔 여자축구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일본과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벌이기로 했는데 홈경기 자체를 사우디 제다로 옮겨서 했다.

그러다보니 이번 3월 일본과 홈 경기를 평양에서 제대로 할지에 대한 의문을 국제 축구계에서 받았는데 결국 이번 남자대표팀 일본전 만큼은 김일성경기장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평양 북일전'이 성사되다보니,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최근인 2011년 열렸던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 북한과의 원정 경기를 출전한 선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마치 죽음의 장소로 가는 듯한 묘한 분위기와 보도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 "우주로 가는 것 같다"는 일본 선수의 말도 흥미롭다.



김일성경기장에서의 A매치는 과연 어떤 맛일까.

기자는 지난 2017년 대한민국 언론으론 유일하게 이뤘던 김일성경기장 A매치 취재기를 소개한다. 며칠 뒤 일본대표팀 선수들과 취재진은 얼마나 다른 풍경을 보게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4만 관중의 섬뜩했던 응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기자는 동료 언론인 9인과 함께 지난 2017년 4월2일부터 같은 달 8일까지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예선 취재를 위해서였다. 이 대회는 국내 언론이 A매치 취재를 위해 김일성경기장을 찾은 유일한 대회로 남아 있다.

2년 뒤였던 2019년 10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손흥민 주장 등이 중심이 된 남자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북한과의 원정 경기를 치렀고 0-0으로 비겼으나 당시엔 북한이 국내 언론의 취재 신청을 전혀 받지 않았다. 결국 몇몇 취재진이 국내에서 자격을 갖추고도 평양에서 허가가 나질 않아 경유지인 중국에도 가지 못했다.

북한이 여자 아시안컵 취재는 왜 허락했을까.

당시 국내 정세는 대선 직전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이었다. 남북 관계는 보수정권 시절을 맞아 경색된 상황이었다. 기자 역시 취재 허락을 받고도 평양에 갈 수 있을까란 의구심 역시 갖고 있었지만 순조롭게 방북할 수 있었다. 나중에 북한이 남자대표팀 월드컵 예선 취재를 전면 불허하고, 심지어 홈에서 '강제 무관중' 경기 치른 것을 보면 답이 나온다.

북한에서 여자축구는 역도, 사격과 함께 가장 인기 있고, 세계 무대에서도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을 이길 수 있고, 또 북한의 여자축구 열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남자축구의 경우 결과는 0-0 무승부였지만 경기 전 예상으론 객관적인 실력에서 손흥민이 이끄는 한국이 2~3골 차로 이길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다보니 북한은 한국 남자대표팀 선수단을 제외하곤 방북을 불허했다. 손흥민 등에 골 먹고 참패하는 모습을 4만 관중 앞에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된다.

2017 여자아시안컵 예선 국내 취재단은 방북 하루 전인 4월1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당시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북한, 우즈베키스탄, 인도, 홍콩과 B조에 속했는데 기자는 4월5일 한국-인도, 4월7일 한국-북한 두 경기를 보고 귀국하는 것을 선택했다.

평양에 가는 과정은 복잡했다. 육로 혹은 항로로 서울에서 평양을 직접 갈 수 없다보니 베이징을 거쳐야 했다. 올 때도 중국 다롄으로 나온 뒤 거기서 기다렸다가 한국에 오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다.

그러다보니 북한 비자는 물론, 중국 비자도 받아야 했다. 중국 비자는 복수비자가 필요했다. 가기 전부터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중국축구협회 초청장이 나올지 안나올지 모른다'는 말들이 돌았지만 결국 초청장은 나왔고 베이징에 가게 됐다.

베이징에서 하루를 숙박했다. 4월2일 아침부터 선수단과 취재진 등은 바빴다. 아침 일찍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오는 동안 취재진은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비자가 나와야 나오는 거"라는 말까지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비자가 나왔는데 여권에 부착된 채로 나오진 않았고 별지비자였다.

그런데 이 비자가 한국인 입장에선 정말 받기 힘든 것이라는 것을 그 때서야 알았다. 남북 관계가 좋을 때는 한국인들이 베이징에서 비자를 받는 등의 절차를 통해 평양에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고,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땐 한국인이 북한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동행한 통일부 공무원들 중에서도 "평양에 몇 번 가봤지만 이런 비자 받고 가는 것은 처음"이라는 나왔다. 그러면서 "국적에 뭐라고 적었나"라는 얘기도 나왔다.

기자도 그 말을 듣고는 궁금해서 비자를 살펴봤다.

국적엔 '남조선'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 한국인들이 베이징에서 비자를 받게 되면 국적에 뭐라고 표기가 될까. 지난해 북한 조선중앙TV의 아시안게임 중계처럼 '괴리'라고 표기할까. 아니면 얼마 전 U-20 여자아시안컵 중계처럼 '한국'아라고 표기할까. 북한이 최근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전환하고 있어 '남조선'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비자를 받아 여권 사이에 끼운 뒤 평양행 중국국제항공을 타러 가기 위해 게이트로 향하고 있었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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