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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에 '반칙 3번' 황대헌 "다음 시즌 선수로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기사입력 2024.03.20 07:51 / 기사수정 2024.03.20 07:51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쇼트트랙의 창피한 현실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같은 한국 선수 황대헌(강원도청)에 밀려 넘어져 금메달을 놓치고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선발권까지 날아간 박지원(서울시청)이 귀국했다. 그는 목에 보호대를 했다. 팔에 붕대까지 한 채 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24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시즌 세계선수권 2관왕을 차지했던 박지원은 2년 연속 월드챔피언을 꿈꿨으나 링크에서 날벼락 같은 일을 당했다. 그 것도 같은 한국 선수에게 당했다.

대회 1000m 결승에서 대표팀 동료 황대헌에 밀려 넘어져 펜스에 강하게 부딪혔던 박지원은 머리를 고정하기 위한 목 보호대를 차고 왼팔을 붕대에 감은 채 입국장을 나섰다.

박지원은 지난 두 시즌 남자 쇼트트랙의 세계 최고 선수로 군림했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1000m, 1500m 등 2관왕을 차지했다. 또 2022-2023시즌, 2023-2024시즌 연속으로 월드컵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하며 해당 선수에게 주는 크리스털 글로브를 두 번이나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남자 계주 은메달 1개에 그쳤다. 남자 1500m 결승과 1000m 결승에서 대표팀 동료 황대헌과 충돌한 탓이다.

박지원은 1500m 결승에서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끌었지만 결승선까지 2바퀴를 남긴 시점, 3위로 달리던 황대헌이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부딪혀 바깥쪽으로 밀려났고,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황대헌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리머니했으나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다.

1000m 결승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박지원은 결승선까지 3바퀴를 남기고 세 번째 곡선주로에서 빠른 스피드로 인코스를 파고들어 황대헌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황대헌이 손으로 밀면서 중심을 잃은 박지원은 그대로 미끄러져 펜스와 강하게 충돌했다. 박지원이 반칙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던 레이스였다.

박지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황대헌이 뒤에서 밀쳐 메달이 무산된 적이 있다.

2년 연속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상한 박지원은 차기 시즌 국가대표 자동선발권이 걸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기대를 품고 출전했으나, 오는 4월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게 됐다. 차기 국가대표 선발전은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출전권이 걸려 있어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박지원 입장에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고 남자 선수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주는 자동선발권 한 장을 따는 게 절실했다.



그러나 황대헌의 두 차례 반칙으로 물거품이 됐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박지원은 "속이 울렁거리는 현상이 계속돼서 (목을) 고정을 해놓았다. 의료진이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목과 머리에 충격이 컸는지, 신경통이 계속된다"고 호소했다.

다만 1000m 결승 경기 후 황대헌이 직접 사과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에 대해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올 시즌에만 황대헌에게 중요한 순간마다 경기 중 세 차례 반칙을 당한 박지원은 이전 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는지 질문을 받자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다시 한번 언급을 피했다.

박지원은 "중요하다고 간절하게 준비하기보다는 지금처럼 꾸준하게 열심히 하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대헌은 충돌 상황에 대해 "서로 경쟁하던 상황이었다"며 "시합을 하다보면 충분히 많은 상황이 나온다. 변수가 많다"며 고의가 아니었다고 쇼트트랙 팬들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황대헌은 "(반칙) 대상이 대한민국 선수고, (박)지원이 형이어서 되게 마음도 안 좋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 뒤 한참을 침묵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박지원을 향한 계속된 반칙에 대해 황대헌은 "절대 고의로 그런 건 아니니 너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경쟁하다 그런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황대헌은 1000m 결승이 끝난 뒤 부상당한 박지원과 대화를 나눈 건 없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서로 경쟁하다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다시 한번 언급했다.

황대헌은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재정비해서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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