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갈팡질팡', '허둥지둥' 행보에 대한축구협회 신뢰만 더 무너져 내렸다. 시대도 모르고, 줏대도 없는 모습에 한숨만 나오는 일주일이었다.
전력강화위원회가 결국 지난 24일 2차 회의에서 다음달 태국과의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홈앤드어웨이 2경기를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임시 사령탑인 만큼 현직이 아닌 국내 지도자가 유력한데 박항서 전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까지 베트남 지휘봉을 5년간 잡으면서 태국 등 동남아 축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게 임시 감독으로 떠오르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3월 태국과 2연전을 임시 감독 제체로 치르게 되면서 대한축구협회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후 6월 A매치 기간까지 새 감독은 차분히 뽑는다는 게 전력강화위 결론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전력강화위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축구팬이나 국민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의혹만 키우는 꼴이 됐다.
안 그래도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에게 1년간 거의 속은 꼴이어서 대한축구협회 체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새 전력강화위 첫 단추부터 문제였다.
감독 선임 단계도 아닌, 전력강화위원장 선임 단계부터 잡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이석재 부회장은 전력강화위 구성에 앞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임원회의에서 정해성 당시 대회위원장을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세우고 국내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의 말처럼 정 위원장이 전력강화위를 맡게 되자 감독도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정 위원장이 전력강화위 첫 회의 뒤 브리핑부터 내정설을 해명해야 했던 이유다. 정 위원장은 이 부회장의 발언 이후 자신이 전력강화위원장을 맡게 됐지만 이것이 이 부회장의 말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압으로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이 없을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미 여기서부터 전력강화위, 더 나아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신뢰도에 큰 균열이 생겼다.
전력강화위 1차 회의와 2차 회의 내용이 전혀 달랐다는 점도 문제였다.
정 위원장은 1차 회의 브리핑 때 임시가 아닌 정식 감독을 찾고 있으며, 외국인 감독이 아닌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확언했다. 휴식 중인 감독들은 물론 K리그 현직 감독들까지 모두 후보군에 포함해 상의하기로 결정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시기적으로 촉박하기 때문에 (후보 감독들이) 일하고 있는 구단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어떤 감독이 결정되더라도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다. 3월 월드컵 예선 두 경기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선수 파악 등 기간적인 이유로 국내 감독 쪽으로 비중을 둬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며칠 뒤 열린 2차 회의 뒤 180도 뒤집혔다. 정 위원장 브리핑 내용을 접한 팬들이 분노했고, 특히 K리그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직 K리그 감독들을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포함시킨다는 결정은 K리그를 무시하는 행동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앞서 거론했던 국내파 감독들이 정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른바 '답정너' 상황이 되면서 팬들의 단체 행동까지 순식간에 이뤄졌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홍명보 감독 소속팀 울산HD 팬들은 축구회관 앞으로 트럭과 화환을 보내 직접적으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울산 팬들은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을 규탄하며 현직 K리그 감독들을 빼가려는 시도를 비난했다.
이후 전력강화위는 2차 회의에서 방침을 전면 수정했다. 정식 감독 대신 3월 태국과의 2연전 동안 대표팀을 지도할 임시 감독을 찾기로 했고 이후 6월 A매치 기간에 맞춰 정식 감독을 뽑기로 했다. 축구계와 팬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한 셈이다.
한편으론 대한축구협회가 여론의 직격탄을 얻어맞자 사흘 만에 계획을 바꾼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중심 못잡고 우왕좌왕하는 전력강화위가 앞으론 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장단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걸맞는 인사를 세울지 아니면 당장의 여론의 의식해 급할 불부터 끄는 식으로 임시 감독 체제를 계획한 것인지 이제부터 많은 이들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수많은 눈초리의 끝은 당연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