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안컵 16강전을 앞둔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미니골대를 향해 찬 황희찬의 공이 상체쪽으로 날아오자 화들짝 놀라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다운 모습을 연달아 보여줬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몸개그도 마다하지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 모여 팀 훈련을 진행했다.
태극전사들은 지난 25일 말레이시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을 치렀다. 경기 후 하루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다시 훈련장에 모여 토너먼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클린스만호가 만나는 상대는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다. 경기는 오는 3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안컵 16강전을 앞둔 축구 대표팀 김지수, 손흥민, 이재성을 비롯한 선수들이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3 아시안컵 16강전을 앞둔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미니골대를 향해 찬 황희찬의 공이 상체쪽으로 날아오자 화들짝 놀라고 있다. 연합뉴스
그라운드에 집결한 선수들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각자 자유롭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 때 골대 앞에 선 손흥민이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슈팅이 깜짝 놀라 양손을 든 채로 두 눈을 질끈 감는 장면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이 장면을 보더니 "손흥민이 몸개그를 했다"라며 웃었다. 손흥민으로 인해 대표팀 선수단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사소하지만 손흥민의 행동 하나하나가 대표팀에게 큰 힘이 됐다. 대회 시작 전 야심 차게 우승을 목표로 카타르에 입성했던 클린스만호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별리그에서 고전하며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갔다.
1차전 바레인전 때는 3-1 승리를 거뒀으나 요르단과의 2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서도 무려 3골이나 허용하며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인데다 이미 2패를 기록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말레이시아이기에 팬들은 크게 분노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에서 가까스로 3-3 무승부를 거뒀다. 손흥민이 3-2로 앞서는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알와크라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에서 가까스로 3-3 무승부를 거뒀다. 손흥민이 찬스를 놓친 뒤 탄식하고 있다. 알와크라 연합뉴스
16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일부 한국 축구 팬들은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후 부진했던 선수들을 향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때 일부는 선수 개인 SNS까지 찾아가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를 눈치챈 손흥민은 직접 팬들과 언론에게 선수들의 보호를 요청했다.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대회 준비 전에 기자분들과 얘기하고 싶었다. 선수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고,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라며 "그런데 기자분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그동안 없었다. 지금에서야 부탁드린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많은 팬이 온라인, SNS에서 조금 선 넘는 발언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깝다"라며 "모든 선수는 가족이 있고 친구, 동료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축구선수이기 전에 인간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만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선수들을 조금만 더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기자분들께 간곡히, 축구 팬들께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에서 가까스로 3-3 무승부를 거뒀다. 손흥민이 3-2로 앞서는 골을 넣은 뒤 공을 재빨리 집어들고 있다. 알와크라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에서 가까스로 3-3 무승부를 거뒀다. 손흥민이 3-2로 앞서는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자축하고 있다. 알와크라 연합뉴스
팀의 고참이자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선 손흥민의 리더십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더드'는 "손흥민은 한국 취재진을 향해 선수들 보호를 당부했다"라며 "그는 라커룸에서 선수들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취재진과 팬들에게 보호를 당부했다"라고 보도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손흥민 발언에 공감을 표했다. 훈련 전에 실시된 간이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나도 그 기사를 접했고, 손흥민 입장에 공감하다. 말레이시아전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지만 우리 1차 목표인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이제 앞만 보고 토너먼트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어려운 부분과 부정적인 이야기로 질타할 수 있겠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때 질타를 해도 늦지 않다"라며 비난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