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한화 이글스의 리카르도 산체스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성공의 절반은 겨울 준비에 달려있을 수도 있다.
한화 구단은 지난달 26일 "외국인 좌완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 등 최대 75만 달러다"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산체스는 대체 선수로 합류한 2023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한화 이글스에서 뛰게 됐다.
산체스는 재계약 후 "한화 이글스와 인연을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 대전의 이글스 팬들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라며 "올 시즌을 통해 나타난 나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했던 부분은 잘 보완해 내년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펠릭스 페냐와도 재계약을 하면서 외국인 투수 변화 없이 2024시즌을 맞는다. 2022시즌 중반 대체 선수로 합류했던 페냐는 2023시즌을 앞두고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올 시즌을 마치고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최대 105만 달러에 재계약에 성공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다. 시장 상황부터 100만 달러 상한선, 또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시스템 속에서 위력적인 선수를 데려오기가 어려웠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페냐와 먼저 재계약을 한 한화는 꾸준히 새 얼굴을 물색했으나 다른 선수들은 산체스 교체를 단행할 만큼 매력이 없고,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산체스를 한 번 더 믿기로 했다.
산체스는 많은 기대를 모았던 버치 스미스가 2⅔이닝을 던진 후 어깨 불편함을 호소, 부상으로 방출된 후 빠르게 대체 선수로 합류했다. 합류 직후 첫 9경기에서는 패전 없이 5승, 평균자책점 1.48로 활약했고, '승리요정'으로 불리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기도 했다.
다만 후반기 14경기에서는 74⅓이닝 동안 2승7패, 평균자책점 4.60으로 전반기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최원호 감독은 산체스의 성적이 급락했던 7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타자들이 빠른 공과 변화구 던질 때의 습관을 캐치해서 대응을 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후 습관을 고쳤다고는 했지만, 첫인상보다는 아쉬운 성적으로 후반기를 보냈고, 총 24경기 126이닝을 소화, 7승8패 평균자책점 3.79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삼진 99개를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28개밖에 내주지 않으며, 100이닝 이상을 투구한 투수 중 삼진/볼넷 비율이 리그 8위(3.54)에 오르는 등 안정적인 제구력을 과시했다.
한 시즌을 경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응할 시간이 적다는 점, 다른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유쾌하고 쾌활한 성격이 산체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야구를 잘해야 하는 것. 그래서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한화 선수단과 함께하는 산체스에게 한화 코칭스태프는 몇 가지 미션을 내렸다.
최원호 감독은 "스프링캠프 들어올 때 준비해 오라고 요청한 게 있다. 체중을 감량해 오라고 했고, 수비 훈련도 해서 오라고 했다. 나름대로 변화구 연마도 해 오라고 했다. 캠프에서도 투수코치와 얘기하면서 보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어쨌든 평균 150km/h 가까이 던지는 좌완 투수고, 제구가 되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러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최 감독은 "그냥 국내 선수들처럼 시키려고 한다. 결국 잘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지 않나. 잘해야 본인도 좋고, 우리에게도 좋은 거다. 그러려면 그런 것들은 어느 정도 해야 한다"면서 "그런 게 가능하겠다 생각해서 재계약을 한 거다. 낯선 선수가 와서 아프거나 고집 부리는 것보다 나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산체스는 한화와 재계약을 하는 사진에서 조금은 날렵해진 모습을 자랑했다. 산체스는 올 시즌 팀의 기대대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제는 하위권을 벗어나고 싶은 한화에게, 산체스의 공은 꽤 중요한 포인트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한화 이글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