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황의조(32·노팅엄 포레스트)의 축구 인생에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영국 복귀가 막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8일 법무부에 요청, 불법촬영과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를 지난 16일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황씨 측은 이에 반발해 이튿날인 17일 '과잉 수사로 소속팀에서 무단 이탈했다'는 내용의 수사관 기피신청서를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에 제출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1월 18일 황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후 그가 영국에서 이달 초 귀국하자 두 차례 소환했다.
황씨는 지난 12일과 15일 경찰에 비공개로 나와 '피해 여성이 촬영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의조는 지난 6월 자신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A씨가 황의조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하는 일을 겪었다.
황의조. 엑스포츠뉴스DB
이에 황의조는 같은 달 26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사생활 폭로글 유포자 A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협박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5개월이 뒤인 지난달 17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황의조를 불법 촬영 혐의로 소환 조사하면서, 사건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어 지난달 21일 황의조의 촬영물에 나온 전 연인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황씨와 교제한 적은 있지만 그 당시나 그 후로나 민감한 영상의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었고, 계속해서 삭제해달라고 청해왔다"고 주장했다.
황의조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합의하에 영상이 촬영됐다는 걸 거듭 강조했고, 지금까지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황씨와 황씨 측 법무법인의 변호사 1명은 지난해 11월 낸 입장문에서 "상대 여성은 방송 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로 인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을 공개한 혐의(성폭력처벌법 위반)도 받는다.
동영상 등을 올리고 황씨를 협박한 인물은 황씨의 형수로 파악됐으며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황의조는 이번 사건으로 선수 생명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황의조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거세졌고, 일단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해 11월 28일 회의를 통해 황의조를 당분간 국가대표에 발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사건과 관련해 윤리위원회와 공정위원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 등으로 구성된 논의 기구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이윤남 윤리위원장은 "국가대표 선수는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고 국가대표의 명예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런 면에서 본인의 사생활 등 여러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도 지난해 11월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직후엔 "아직 혐의가 확정된 것이 없다"며 황의조를 지난 12일 개막한 카타르 아시안컵에 데려가려고 했으나 대한축구협회 징계 뒤엔 이를 받아들이고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서 그를 제외했다.
소속팀에서도 황의조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해 여름 원소속팀 노팅엄 포레스트로 임대 복귀한 그는 이적시장 막바지에 챔피언십리그(2부) 노리치시티로 1시즌 임대 이적을 떠났다.
황의조는 경찰 조사 등으로 인한 논란에도 노리치시티에서 적응해 가며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챔피언십 13경기 3골을 터뜨렸다.
임대 생활을 했던 황의조. 노리치시티
하지만 황의조는 11월말 QPR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직후 부상을 호소했고 이후 한 달 넘게 결장했다. 지난해 말부터 그라운드로 돌아와 노리치 시티에서 선발로도 나섰다.
그러나 1월 이적시장이 열린 뒤인 지난 9일 노리치 시티는 돌연 황의조와의 임대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노팅엄으로 임대 복귀시켰다.
노팅엄 포레스트
노리치는 당시 "황의조는 여름 이적시장 마감일에 당시 부상을 입은 조슈아 서전트 공백을 메꾸기 위해 임대로 합류한 뒤 18경기에 나와 3골 1도움을 기록했다"라며 "노리치의 모든 사람들은 지난 몇 달 동안 황의조가 보여준 노력과 헌신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그의 미래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노팅엄 측에선 황의조가 6주 치료가 소요되는 부상을 입어 복귀시킨 것으로 해명했다. 노팅엄 복귀 직후 황의조는 국내로 돌아와 경찰 조사를 두 차례 받았고, 다시 영국으로 나가기 직전에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렇게 되면 소속팀 무단 이탈로 인해 큰 벌금까지 내야한다는 게 황의조 측 주장이다.
한편, 황의조는 소속팀 노팅엄 포레스트도 프리미어리그 버전 재정적 페어 플레이(FFP) 규정 위반으로 징계 받을 전망이어서 더 위기에 몰렸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영국판은 지난 15일 노팅엄 포레스트와 에버턴이 월요일 발표 예정인 프리미어리그 수익 및 지속가능성 규정(PSR) 규정 위반에 대해 독립위원회에 회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매체는 "구단들이 월요일에 자신들이 새로운 가이드라인 하에 리그의 재정 규정을 위반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새 가이드라인은 모든 기본적인 위반 사항이 징계가 부과되는 동일한 시즌에 부과되는 처벌에 맞춰서 처리되도록 보장한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에버턴은 이미 2021-2022시즌 규정 위반 관련한 승점 10점 삭감 징계에 항소 중인 가운데 노팅엄도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할 수 있다"라며 "두 구단은 벌금이나 승점 삭감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2-2023시즌 오랜만에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노팅엄은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고 이번 시즌도 15위(5승 5무 10패·승점 20)로 강등권과 더 가까운 상황이다.
프리미어리그의 PSR 규정은 구단들이 3개년 간 최대 1억 500만파운드(약 1763억원)의 손실, 혹은 연간 3500만파운드(약 587억원)의 손실까지만 허용된다.
언론에 따르면, 노팅엄의 허용된 손실은 1억 500만파운드보다 낮다. 왜냐하면 그들은 2021-2022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챔피언십리그(2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노팅엄은 지난 1865년 창단해 올해로 창단 159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구단이다. 현재 구단주인 그리스 미디어 재벌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가 지난 2017년 구단을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노팅엄은 과거 2014-2015시즌 챔피언십리그에 있을 때, 전 구단주인 쿠웨이트 자본가 파사즈 알 하시위가 공격적인 투자 대비 수입을 얻지 못해 재정 규정을 위반했다. 이로 인해 소득과 지출의 균형이 맞을 때까지 선수 영입 제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노팅엄은 이번 위기로 구단 재정을 맞추기 위해 선수들을 대거 내다팔 수도 있다. 황의조 역시 방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노리치시티, 노팅엄 포레스트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