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유럽에서도 통한 김민재의 압도적인 공중볼 경합 능력이 통계로도 증명됐다. 공중볼 처리 능력 부문에서 전 세계 센터백 중 2위에 올랐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소(CIES)의 조사에 따르면 김민재는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 900분 이상 뛴 수비수 중 전체 2위에 올랐다. 경기 수준, 출전 시간 공중볼 경합 승리 횟수 등 다양한 부문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순위에서 네덜란드, 리버풀 핵심 수비수 버질 판데이크에 이은 2위였다.
판데이크는 93점으로 전체 1위에 올랐고, 김민재는 92.2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두 선수만 90점 이상을 얻었다. 이번 시즌에도 김민재가 독보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증명됐다.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기 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뛸 때도 엄청난 공중볼 경합 능력을 선보였다. 빠른 스피드와 공간 압박, 뛰어난 태클,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 능력으로 올리비에 지루, 로멜루 루카쿠, 치로 임모빌레 등 세리에A 정상급 공격수들을 상대로 선전했다.
특히 103kg으로 괴물 같은 피지컬을 갖춘 루카쿠를 상대로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세리에 뿐만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다르윈 누녜스, 모하메드 살라, 랑달 콜로 무아니 등을 꽁꽁 묶었다.
당시 이탈리아 더 나폴리스트는 "김민재는 더 이상 진부한 스포츠 용어로 표현할 수 없다. 호메로스 서사시를 인용해야 한다"라며 "김민재는 대한민국 전통 화랑 같다. 화랑은 전사가 되길 원하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를 마친 선택 받은 어린 귀족들에게 주어진 명예로운 호칭이었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물론 김민재도 지루를 상대한 후에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지루와 첫 맞대결 이후 "부족한 점을 느꼈고, 배울 점이 있었다. 힘도 좋고 연계도 잘하고 스트라이커의 자질을 충분히 가진 베테랑이어서 장점이 많았다"라고 가장 막기 힘들었던 선수로 지목했다.
그럼에도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엄청난 활약을 이어갔다. 시즌 총 52경기에 출전해 2골2도움을 기록하며 나폴리가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도왔다.
김민재는 리그 35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30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에 불과했던 김민재는 완벽하게 그 공백을 지워버리며 1년 만에 이탈리아 무대를 정복했다. 강력한 공격수들도 김민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리그 정상급 공격수들을 틀어막은 김민재는 수비 축구 본고장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리그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된 데 이어 팀 동료 조반니 디 로렌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빅터 오시멘과 함께 올해의 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민재의 활약으로 나폴리는 구단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하던 1989/90시즌 이후 무려 33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승장구 했다. 리버풀, 아약스 등 까다로운 팀들과 조별리그 일정을 치러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비록 8강에서 AC밀란에게 패해 탈락했으나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러한 활약상 덕에 김민재는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후보 30인 중 22위에 오르며 수비수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민재가 22위에 오르자 '레키프'는 "김민재는 발롱도르 순위에 오른 4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라며 "현재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인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라며 순위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재에 앞서 2002년 당시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뛰던 설기현과 2005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손흥민이 2019년과 2022년 2차례 발롱도르 순위에 오르면서 한국 축구 명성을 높였다.
지난해 여름에는 나폴리를 떠나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의 신뢰 하에 부동의 주전 센터백으로 전반기를 소화했다. 오히려 쉴 틈 없이 너무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독일 현지에서 김민재의 과부하를 걱정할 정도였다. 지난 11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 때 엉덩이 타박상으로 명단 제외를 당하기 전까지 15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다.
동료 마테이스 더 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부상을 당하면서 한때 김민재가 15경기 연속 풀타임 기록을 세워 혹사 논란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기복 없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뮌헨 수비진의 중심을 잡았다. 그는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인 이번 시즌 리그 15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했고 반 시즌 동안 패스 성공률 94.9%, 경기당 평균 스피드 34.32km/h, 경기당 스프린트 21.47회, 강한 러닝 54.8회 등을 기록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023년 세계 최고의 남자 축구선수 100인'을 선정할 때 김민재 이름을 포함했다. 매년 가디언이 선정한 최고의 축구선수 100인 안에 이름을 올린 게 이번이 처음인 김민재는 첫 순위 선정에서 37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수비수임을 증명했다.
김민재에 대해 매체는 "상위 100위 안에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한 명인 김민재에게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그의 엄청난 상승세를 의미한다"라며 "페네르바체에서 좋은 한 해를 보내고 곧바로 나폴리에서 우승 영광을 거머쥐며 역사를 만든 그가 유럽 경기에 출전한 건 2021년부터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아웃 5000만 유로(약 715억원) 조항은 김민재가 이번 여름 유럽의 엘리트 클럽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으며, 바이에른 뮌헨은 최근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영역에서 그들을 이끌 수 있는 강인하고 용감하며 빠른 김민재를 중심으로 수비를 구축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키다'도 '2023년 세계 최고의 센터백 5명'을 거론할 때 김민재를 1위로 선정했다. 매체는 "센터백이 더 이상 수비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 축구에서 센터백은 견고한 수비 외에도 빌드업에 참여해 유동성과 창의성을 불어넣어야 한다. 김민재는 이러한 측면에서 아주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민재가 나폴리의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타고난 피지컬과 침착함, 기술이 강점으로 돋보였다. 뮌헨으로 이적해서도 주전을 확보했고 탁월한 기량을 펼쳤다"라고 1위로 선정한 이유를 나열했다.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김민재는 대표팀 주장이자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월드 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을 제치고 대한축구협회(KFA)가 선정한 올해의 축구상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KFA는 지난 2일 "김민재와 천가람이 2023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라고 발표했다. KFA 출입 언론사의 축구팀장과 협회 기술발전위원,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 등 50명이 투표를 진행한 결과, 지난 2021년과 2022년 투표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한테 밀려 2년 연속 2위에 그쳤던 김민재는 이날 총 137점을 얻어 첫 수상에 성공했다.
지난 4년 연속으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고 역대 최다 수상자(7회)인 손흥민은 113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엔 84점을 얻은 이강인(PSG)이 올랐다. 김민재가 손흥민을 제치고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면서 2015년 김영권 이후 8년 만에 수비수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이로써 김민재는 손흥민의 5년 연속 수상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2023년 최고의 한국 남자 축구선수로 뽑힌 김민재는 시상대에서 "좋은 상을 받게 돼서 영광스럽다. 지난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 경기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응원해주신 많은 팬들께 감사하다"라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도 잘 준비해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둘 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현재 김민재는 아시안컵에 참가해 한국의 64년 만의 우승 도전을 돕고 있다.
한편, 판데이크, 김민재에 이어 센터백 3위는 다닐루 페레이라(파리생제르맹), 자말 라셀레스(뉴캐슬 유나이티드)가 89.4점으로 동시에 올랐다. 댄 악셀 자가두(슈투트가르트)가 88.7점을 받아 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중국 우한에서 뛰는 항 렌이 85점으로 22위를 기록했으며, K리그 소속으로는 인천유나이티드의 데르비리지가 82.3점을 받아 45위에 올랐다. 아시아 리그 선수 중에서는 브라질 출신 엔리크 트레비산(도쿄)이 87.4점으로 9위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