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023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2024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하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샌디에이고 잔류, 타 구단 이적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CBS 스포츠'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2024-2025 시즌 FA 시장에 나올 선수들을 평가했다. 최대어는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후안 소토가 차지한 가운데 김하성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후안 소토는 2023 시즌 종료 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떠나 뉴욕 양키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샌디에이고가 재정 악화 속에 고액 연봉 선수들을 정리에 나섰고 2024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취득하는 소토가 팀을 떠나게 됐다.
소토는 양키스와 2024 시즌 연봉 3100만 달러(약 415억 865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비(非) FA 계약 중에는 최고 연봉을 받게 됐다.
1998년생 좌투좌타 외야수 후안 소토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2023 시즌 페넌트레이스 162경기에 모두 출전, 타율 0.275, 156안타, 35홈런, 109타점, 12도루, OPS 0.930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젊은 나이와 메이저리그 정상급 기량을 감안하면 초대형 FA 계약이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2023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 엑스포츠뉴스 DB
'CBS 스포츠'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내야수 알렉스 브레그먼을 예비 FA 중 2위로 평가했다. 브레그먼은 2016년 휴스턴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966경기, 타율 9.274, 165홈런, 588타점, OPS 0.860의 누적 성적을 기록했다.
브레그먼은 2022 시즌 타율 0.259, 142안타, 23홈런, 93타점, OPS 0.820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해에도 타율 0.262, 163안타, 25홈런, 98타점, OPS 0.807로 장타력을 뽐냈다. 2024 시즌 연봉은 2850만 달러(약 382억 원)다.
밀워키 브루어스 코빈 번스가 'CBS 스포츠'의 예비 FA 시장 평가 3위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67경기 45승 27패 2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26으로 특급은 아니지만 2021년부터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투수의 면모를 보여준 부분을 인정받았다.
번스는 2021 시즌 28경기 167이닝 11승 5패 평균자책점 2.43, 2022 시즌 33경기 202이닝 12승 8패 평균자책점 2.94, 2023 시즌 32경기 193⅔이닝 10승 8패 평균자책점 3.39의 성적을 기록했다.
번스의 뒤를 이어 높은 평가를 받은 건 필라델피아 필리스 투수 잭 휠러였다. 잭 휠러는 2021 시즌 32경기 213⅓이닝 14승 10패 평균자책점 2.78, 2022 시즌 26경기 153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82, 2023 시즌 13승 6패 평균자책점 3.61로 꾸준했다. 1990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선발투수들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는 메이저리그의 최근 트렌드를 놓고 볼 때 좋은 대우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2023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 엑스포츠뉴스 DB
'작은 거인' 호세 알투베가 'CBS 스포츠'의 예비 FA 평가 5위였다. 알투베는 2024 시즌 종료 후 휴스턴과 지난 2018년 맺은 계약기간 7년, 총액 1억 6350만 달러(약 2195억 원)의 FA 계약이 종료된다.
알투베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조국 베네수엘라를 대표해 출전했다. 대회 기간 손가락 부상을 당하면서 2023 시즌 9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 0.311, 112안타, 17홈런, 51타점 OPS 0.915로 맹활약을 펼쳤다.
2021 시즌 타율 0.278, 167안타, 31홈런, 83타점, OPS 0.839를 기록했고 2022 시즌에도 타율 0.300, 158안타, 28홈런, 57타점, OPS 0.921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내야수의 퍼포먼스를 뽐냈다. 1990년생으로 올해 만 34세가 되지만 에이징 커브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하성은 알투베 다음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2021 시즌 샌디에이고와 맺은 계약기간 4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76억 원)의 계약이 2024 시즌을 끝으로 종료되기 때문에 올겨울 김하성의 거취가 뜨거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구단과 상호합의에 따라 2025 시즌까지 계약을 1년 연장할 수 있지만 김하성이 FA 권리 행사를 1년 미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해 10월 2023 시즌을 마치고 귀국해 행사에 참석한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 엑스포츠뉴스 DB
김하성은 외려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2012 시즌 종료 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었던 계약기간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약 1746억 원)의 한국인 역대 메이저리거 최고 금액 계약을 충분히 뛰어넘는 계약이 기대되고 있다.
'CBS 스포츠'는 "A.J.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이 김하성에게 2025 시즌 상향된 (연봉) 조건을 제시하고 계약 기간을 더 늘리는 연장 계약에 나설지 궁금하다"며 "프렐러 단장은 김하성을 샌디에이고에 붙잡아 두고 싶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김하성과 샌디에이고는 2025년 1000만 달러의 상호 옵션을 갖고 있는데, 지난 두 시즌 동안 김하성이 보여준 생산력을 감안하면 이걸 거절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는 다음 겨울 시장에서 가장 생산적인 중앙 내야수 중 한 명으로 떠오를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는 낮은 가격에 이적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최근 "샌디에이고가 김하성과 연장 계약을 체결한다면 계약기간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약 1171억 원)에서 1억 5000만 달러(약 1982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김하성의 시장 평가는 매우 높다.
김하성은 2020 시즌 종료 후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샌디에이고에 입단하며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데뷔 시즌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21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117경기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으로 김하성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타격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유격수, 2루수, 3루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수비력과 탁월한 주루 센스는 빅리그 정상급이었지만 방망이가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 엑스포츠뉴스 DB
김하성은 다행히 빅리그 2년차부터 무서운 적응력을 보여줬다. 2022 시즌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 150경기 타율 0.251(517타수 130안타) 11홈런 59타점 OPS 0.708로 타격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선정돼 빅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내야수가 됐다.
2023 시즌에는 샌디에이고가 FA(자유계약) 시장에서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2억 8천만 달러(약 3487억 원)의 초대형 계약과 함께 영입하면서 김하성은 포지션을 2루로 옮겨야 했다. 정규리그 개막 전에는 트레이드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팀 내 입지도 흔들렸다.
하지만 김하성은 지난해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38도루 OPS 0.749의 성적표를 받아 메이저리그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후반기 체력 저하 여파로 타율이 다소 낮아진 부분은 아쉬웠지만 샌디에이고의 리드오프 자리를 꿰찬 뒤 팀의 돌격 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빠른 발과 생산성 높은 타격을 통해 샌디에이고의 핵심 선수로 올라섰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김하성. 엑스포츠뉴스 DB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그물망 수비도 인정받았다.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되는 역사를 썼다.
김하성은 내야수 보강이 절실한 팀들과 꾸준히 트레이드 링크가 뜨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시애틀 매리너스, 보스턴 레드삭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이 김하성이 필요한 팀들로 꼽고 있다.
샌디에이고 역시 선수단 교통정리 차원에서 김하성을 타 팀으로 이적시키고 약점을 보강하는 걸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몇 년 간 대대적인 투자에도 2022 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MLB닷컴은 "김하성은 2024 시즌 연봉 800만 달러를 받는다. (샌디에이고를 제외한) 메이저리그 29개의 팀은 김하성을 영입함으로써 전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며 "김하성은 다재다능하고 3개의 포지션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이미 많은 중앙 내야 옵션을 갖고 있고 김하성을 트레이드함으로써 로스터의 심각한 구멍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하성이 스토브리그 남은 기간 트레이드 없이 2024 시즌 개막을 준비한다면 페넌트레이스 첫 경기는 한국에서 치른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오는 3월 20~21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MLB World Tour Seoul Series 2024 Presented By Coupang Play)'에서 격돌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해 7월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의 한국 개최를 확정했다.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와 류현진, 박찬호가 오랜 기간 몸담았던 LA 다저스의 대전이 결정됐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MLB 정규 개막 2연전에 앞서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팀 코리아와 스페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키움은 김하성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활약한 친정 팀이다. 김하성은 MLB 서울시리즈가 열리는 고척스카이돔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홈 구장으로 사용해 고향 같은 곳이기도 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