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M)가 오는 11일 오전 4시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4강전 맞대결을 갖는 가운데 레알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지난 2020년 ATM 우승 기회를 저지한 치명적인 백태클이 화두에 올랐다.
2019-2020시즌 레알과 ATM이 맞붙었던 수페르코파 결승전에선 두 팀이 연장전까지 치닫으며 팽팽한 0-0의 균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까지 5분을 남겨둔 연장 후반 10분, ATM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가 역습상황에서 천금같은 패스를 받아 약 40m를 질주, 내달리기 시작했다. 레알 수비를 맡고 있던 발베르데와 다니 카르바할이 따라붙었지만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이 때 발베르데는 작심한 듯 자신의 몸을 던져 모라타에게 백태클을 걸었다. 모라타는 즉시 넘어져 아쉬움과 분노가 섞인 표정을 드러냈고 명백한 득점 기회를 방해한 발베르데는 즉시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했다.
남은 5분여 시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레알이 승부차기에서 4-1로 이겼다. 2017-2018시즌 이후 처음 대회 우승을 거머쥐게 됐다.
이날 발베르데는 양 팀으로부터 하늘과 땅 차이의 평가를 받았다. 레알 팬들은 발베르데가 대담한 백태클로 퇴장을 불사하며 팀을 실점 위기에서 구원했다고 박수를 보낸 반면 ATM 팬들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며 강한 비판을 보냈다.
그리고 올 시즌 다시 수페르코파 맞대결을 펼치는 두 팀의 경기에 앞서 발베르데 본인이 당시 백태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9일 발베르데와의 경기 전 기자회견을 공개하며 과거의 태클을 반복하겠냐고 물었다. 이에 발베르데는 "당연하다. 난 다시 하라면 또 할 수도 있다"며 자랑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만약 우리가 0-3으로 지고 있었다면 (실점이 의미가 없어) 태클을 걸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당시 결승전이었고 0-0이었다. 난 내 팀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위해서라도 똑같이 태클할 것"이라며 "팀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ATM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 또한 이런 발베르데의 희생을 높게 산 적이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뼈아픈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발베르데가 진정한 맨 오브 더 매치(MOM)"라며 "그에게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을 했다고 전해줬다. MOM은 그 경기 최고의 선수에게 줘야 한다. 발베르데는 그 태클로 경기를 이겼으니 진정한 MOM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 그는 퇴장당하고 떠나는 발베르데의 머리를 가볍게 툭 두드리며 적장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관대한 반응을 보였다.
발베르데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 맞대결에서 이강인에게 터무니 없은 태클을 범하고는 바로 주먹지르기를 하고 포효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이듬해 2월 라리가 레알-마요르카전에서도 마요르카 에이스 이강인을 강하게 쓰러트리더니 히죽히죽 웃어 한국 축구팬들에게 큰 비난을 받았다.
레알은 지난 2021-2022시즌 이후 2년 만의 대회 트로피 사냥에 나선다. 레알과 ATM 외에 4강전 대진표 맞은 편에는 지난 시즌 코파 델 레이(스페인 FA컵) 준우승자 자격으로 참여한 CA 오사수나와 지난 시즌 라리가 우승자 FC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갖는다. 만약 레알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통산 14회 우승한 바르셀로나의 바로 뒤를 잇는 13회 우승을 이룩하게 된다.
이번 대회는 4강과 결승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1일부터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더 가디언, 마드리드 유니버설 공식 SNS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