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해외 축구의 아버지(해버지)' 박지성은 2005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당시 잉글랜드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이적해 화제를 뿌렸다.
맨유는 1999년 트레블(3관왕)을 이룩한 구단이어서 유럽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커리어 끝판왕' 같은 맨유로 갔다고 해서 박지성의 이적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미드필더로 뛰면서도 상대 에이스를 꽁꽁 묶고 공격과 수비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선수인 터라 그를 원하는 곳은 맨유 이적 후에도 속속 나타났다.
이탈리아 최고 명문 유벤투스와 한 때 보라색 돌풍을 일으켰던 피오렌티나 등도 있었지만 박지성이 맨유에서 뛸 때 가장 뜨거웠던 이적설은 역시 독일 '1강'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이었다.
박지성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왼팔뚝에 주장 완장을 차고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일궈냈는데 이후 그의 뮌헨행 이야기가 터져나온 것이다.
2010년 7월 폭스스포츠, 골닷컴 등 미국 매체들은 맨유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측면 수비수 필립 람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런데 마침 뮌헨도 맨유에서 원하는 선수가 있어 미드필더 박지성 혹은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게 보도의 골자였다.
미국 스포츠로 말하면 트레이드, 유럽 개념으론 스왑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맨유는 뮌헨으로부터 당시 27살인 람을 팔 의사가 충분히 있다는 대답도 들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서도 이 가능성을 전했다. 당시 언론은 "퍼거슨 감독이 베르바토프를 올드 트래퍼드에서 한 시즌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는 말을 했다. 아울러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 스쿼드에 여전히 주요 인물"이라면서도 "측면 수비수 하파엘 다 실바가 맨유 1군으로 준비됐다고 보긴 어렵다. 퍼거슨 감독이 람을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러 언론이 동시다발적으로 보도를 냈고, 정황도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박지성의 뮌헨 이적 가능성은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맨유도 훌륭한 구단이지만 뮌헨 역시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 뛰어보고 싶어하는 큰 구단, 명문 구단이기 때문이다. 당시 첼시, 아스널과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맨유와 달리 뮌헨은 침체기를 끝내고 다시 분데스리가 '1강'으로 날아오르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우승 복'이 많은 박지성에 트로피를 더 할 수 있는 팀이기도 했다.
여기에 박지성의 핵심 관계자도 넌지시 긍정적인 뉘앙스를 전했다. 언론을 통해 뮌헨 정도면 고려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응한 것이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등번호 13번에 걸맞는 위상을 갖고 있는 선수였다. 리오넬 메시, 안드레아 피를로 등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을 저지하면서 골도 넣었다. 하지만 완벽한 주전으로 보긴 또 어려워서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에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전략에 따라 18인 엔트리에 아예 빠져 팀이 8년 만에 유럽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결승포를 터트리며 자신의 건재를 알린 만큼 뮌헨에 가면 새로운 축구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적설이 커지자 박지성 에이전시도 "뮌헨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것이 없다"고 했고, 박지성도 맨유 훈련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전혀 들은 적이 없다. 언론에서 들은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수년 뒤 그가 은퇴하고 나서 뮌헨 이적설이 진실이 살짝 공개되긴 했다.
박지성은 2012년 맨유에서 말레이시아 저가항공사 '에어 아시아'를 운영하는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퀸스파크 레인저스(QPR)로 이적했다가 2013년 친정팀인 네덜란드 PSV에서 임대로 1년 뛰고 2014년 여름에 은퇴했다.
수원에 있는 박지성축구센터에서 박지성이 그간 입었던 소속팀과 대표팀 유니폼을 전부 걸어놓고 은퇴식을 치렀는데 그 자리에서 박지성 측은 뮌헨의 러브콜은 있었음을 시인했다.
박지성은 맨유에 잔류하고도 2011년 FC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와 90분을 다 뛰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또 자신이 뛰길 원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두 번째로 나서는 등 맨유에 남았던 것이 괜찮은 선택이었음을 알렸다. 다만 뮌헨 이적설이 나왔을 때 박지성이 또다른 명문에 가서 새 날개를 활짝 펴기를 바랐던 팬들도 적지 않았다.
박지성이 뮌헨으로 갔더라면 지금의 김민재 이상으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것으로 간주되는 이유다. 뮌헨은 2018년에도 토트넘에서 뛰던 손흥민과 연결됐으나 이적설은 금세 사라졌다. 같은 해 새내기 공격수 정우영에 이어 지난해 김민재를 통해 한국 축구과 인연을 맺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