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그만이다.
토트넘 홋스퍼의 감독 안지 포스테코글루의 생각도 그렇다.
토트넘은 6일(한국시간) FA컵 3라운드 경기서 번리를 만나 1-0 진땀승을 거뒀다.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으나 전체적으로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특히 골문 앞 마무리가 매우 아쉬웠다. 토트넘은 후반 33분 터진 측면 수비수 페드로 포로의 페널티지역 오른쪽 환상적인 오른발 중거리 슛이 골망을 출렁여 겨우 체면을 세웠다.
포스테코글루 또한 공격진의 무딘 모습에 실망한 모양새다. 동시에 목표인 다음 라운드 진출은 이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부진의 책임을 묻는 가혹한 '회초리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골문 앞에서 기회를 약간 낭비하긴 했지만 이겼으니 됐다"며 경기 내용을 강평했다.
포스테코글루는 "경기는 충분히 우리의 것이었지만 골문 앞에서 낭비하는 모습을 약간 보였다"면서도 "그래도 컵 대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방법을 찾고 승리를 거두는 것"이라고 전했다.
공격 지역에서 기회를 낭비한 것에 대해 재차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이미 일어난 일이다. (부진했던 경기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이어 "토너먼트에서 진출하기 위해서는 평소와 달리 색다른 일이 일어나야 한다"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승리를 거둘 수도, 혁신적인 방식으로 승리를 거둘 수도 있지만 오늘처럼 특별한 방식으로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경기서 중앙 공격수로 출전한 히샤를리송은 경기 내내 이렇다 할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단 두 번의 슛만 기록한 그는 전반 10분 골문 왼쪽에서 좋은 기회를 잡았으나 다소 허무한 슛을 보이며 공을 번리에게 헌납했다.
미드필더 올리버 스킵이 기회를 엿보던 히샤를리송에게 좋은 패스를 연결했고 히샤를리송도 온사이드를 유지하며 좋은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골문 먼 쪽을 노린 슛이 크게 빗나가며 골킥으로 연결됐다.
전반 15분엔 번리가 수비 지역에서 실수를 저질러 곧바로 토트넘 역습이 시작됐다. 히샤를리송은 이번에도 공을 잡고 골문 앞까지 전진했으나 주력이 약간 부족, 번리의 센터백 하네스 델크루아가 강하게 압박을 걸자 슛 타이밍을 내줬다. 압박에도 끝내 슛을 시도했으나 번리 골문으로 굴러가며 쉬운 선방으로 이어졌다. 축구 통계 전문 플랫폼 '풋몹'은 히샬리송에게 평점 6.5점을 부여했다. 팀 내 가장 낮은 점수였다.
반면 포스테코글루가 '특별한' 승리를 거둘 수 있게 한 포로는 경기 내내 종횡무진 상대를 휘저으며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포로는 풀타임 출전하며 양질의 패스를 다수 보여주며 총 3번의 기회를 창출했다. 또한 67%의 드리블 성공률을 보이며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이 있는 모습이었다. 4번의 태클 시도 중 3번의 성공을 거둔 포로는 볼 경합 성공률 62%를 기록했다. '풋몹'은 그에게 평점 9점을 부여하며 맨오브더매치(MOM)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는 포로에 대해 "이번 경기서 수비에 매우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며 "그는 윙백으로 뛰는 것에 익숙하고 더 막중한 수비적인 부담을 끌어안게 됐지만 우리는 항상 포로에게 공격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시즌 내내 토트넘의 창의적인 경기에 큰 부분을 차지했고 골대도 몇 번 맞추는 불운도 겪었다"며 "정말 어린 선수지만 특출난 재능을 보이고 있다. 매 경기 열심히 뛰어주고 있다"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팀 주장이자 공격 핵심으로 손꼽히는 손흥민이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차출되자마자 다소 불안한 공격력을 보인 게 토트넘의 현실이다. 손흥민의 부재를 언제고 특별한 방식으로만 해결할 순 없는 포스테코글루는 FA컵 다음 라운드 진출에 안도를 느낌과 동시에 재정비를 할 전망이다. 몇몇 포지션에서 선수 보강이 예상된다.
토트트넘은 오는 15일 오전 1시 30분에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3/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경기로 일정을 재개한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