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최고 대우와 함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입성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팀 동료' 오타니 쇼헤이의 발언을 떠올리게 만든 장면이 미국과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야마모토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에서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영어로 입단 소감을 준비한 그는 "안녕하세요, 다저스의 야마모토 요시노부입니다. 명문 구단의 일원이 돼 기쁘고, 다저스를 내 새로운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원소속구단인) 오릭스 버팔로스와 다저스의 관계자분들, FA 계약 과정에 있어서 많은 지원을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다저 블루'를 입게 돼 정말 기쁘다. 관중이 가득 찬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하는 게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22일 야마모토가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4189억원) 규모의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 최고액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종전 기록은 2014년 1월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의 7년 총액 1억 5500만 달러였다. 또한 야마모토는 2019년 12월 뉴욕 양키스와 9년 총액 3억 2400만 달러에 사인한 게릿 콜을 뛰어넘고 빅리그 투수 최대 규모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야마모토는 아직 빅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경기를 치르지 않았으나 일찌감치 스카우트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2017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팔로스 소속으로 데뷔한 뒤 이듬해 30홀드를 기록했고, 2019년부터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야마모토의 존재감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 건 2021년이었다. 야마모토는 그해 26경기 18승 5패 평균자책점 1.39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와 올해도 각각 26경기 15승 5패 평균자책점 1.68, 23경기 16승 6패 평균자책점 1.21로 호투를 펼쳤다. 덕분에 2021년부터 올해까지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3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또한 야마모토는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 출전해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올해 WBC에서는 2경기(1경기 선발) 7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면서 일본의 우승에 기여했다.
야마모토의 행보에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종료 이후 FA(자유계약) 시장이 개장하면서 영입전이 본격화됐고, 연일 야마모토의 이름이 언급됐다. MLB.com은 지난달 초 오프시즌 FA(자유계약) 랭킹 상위 25명의 선수를 소개하면서 야마모토를 2위로 평가하는가 하면,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야마모토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이 공식화된 이후 7년 총액 2억 12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뉴욕 메츠의 경우 스티븐 코헨 구단주가 직접 야마모토를 집으로 초대할 정도로 적극적인 관심을 표현했고,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도 3억 달러 이상을 영입 조건으로 제시하며 영입전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팀은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야마모토와 면담을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 팀 내 주축 선수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또한 야마모토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다저스는 FA로 오타니를 품고 트레이드로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했지만, 자금적인 여유가 있었다. 당장 많은 비용을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타니가 연봉의 상당액을 계약 기간 뒤에 받는 '유례없는 연봉 지급 유예'(unprecedented deferrals)를 먼저 구단에 제안했고, 2024년부터 10년간 연봉 200만 달러를 받은 뒤 2034~2043년에 '무이자'로 나머지 6억 8000만 달러를 받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다저스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기자회견 당시 '승리'와 '우승'을 거듭 강조했던 오타니처럼 야마모토 또한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야마모토는 "이기고 싶은 팀과 함께한다는 건 매우 중요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오타니의 지급 유예로 팀이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체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존경했던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단순히 동경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선수들이 동경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오늘부터 다저스의 일원으로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팬들에게 약속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야마모토의 '다짐'은 지난 3월 WBC에서 일본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오타니의 '더그아웃 연설'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미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 앞에 선 오타니는 "1루에는 폴 골드슈미트가 있고, 중견수에는 마이크 트라웃이 있으며, 외야에는 무키 베츠가 있다. 야구를 하면서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선수들이 이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경하는 것만으로 그들을 넘을 순 없다. 그들을 넘어서고 정상에 서기 위해 여기에 온 만큼 오늘 하루만은 그들에 대한 동경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라고 얘기한 바 있다. 결승전 결과 못지않게 크게 주목을 받은 장면이었다.
메이저리그 투구 분석가이자 '피칭 닌자'라는 사이트를 운영 중인 롭 프리드먼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오타니의 연설과 야마모토의 기자회견 내용을 함께 소개했다. 발언의 맥락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야마모토가 오타니의 연설을 인용했다는 걸 강조했다.
프리드먼의 게시물을 접한 일본 야구 팬들은 "올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연설을 번역해 주셔서 감사하다", "야마모토가 오타니의 연설을 인용했다는 걸 깨달았다", "발언의 의도를 보여줬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일본인들이 (야마모토의 인용으로 다시금 주목받게 된) '오타니 연설'의 영향력을 소개한 미국 언론에 감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타니도, 야마모토도 아직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소화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발휘할 시너지 효과에 벌써부터 야구 팬들의 기대감이 한껏 올라갔다. 일본의 WBC 우승을 이끌었던 두 선수가 다저스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까.
사진=AFP, 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