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이 내년 시즌 입을 유니폼이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친정팀 한화 이글스와 만났다. 류현진 앞에는 13년 만에 KBO리그 복귀, 미국 메이저리그 잔류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는 가운데 어느 쪽이든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화 구단은 28일 "손혁 단장이 금일 저녁 류현진과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큰 의미가 있는 자리는 아니다. 단장님께서 류현진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내면서 친분이 두터워 매년 비 시즌 때마다 한국에서 자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손혁 한화 단장은 2022년 부임 전부터 류현진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류현진도 2022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의 협상 문제로 인한 직장 폐쇄로 스프링캠프 시작이 늦어지자 한화의 거제도 스프링캠프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는 등 친정팀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류현진은 2020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맺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85억 원)의 FA(자유계약) 계약이 올 시즌을 끝으로 종료됐다. 원 소속팀 토론토 잔류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 가운데 베테랑 선발투수를 원하는 빅리그 타 구단 이적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이달 초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 종료 후에도 류현진의 거취는 결정된 게 없다. 미국 현지 매체에서는 류현진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약 관련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류현진은 토론토 이적 첫해였던 2020 시즌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활약했다. 당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단축 시즌으로 치러지기는 했지만 류현진은 토론토가 기대했던 1선발의 위용을 보여줬다.
2021 시즌은 31경기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로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부상 없이 풀타임을 치른 시즌 평균자책점이 처음으로 4점대를 기록했다. 2022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선수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류현진은 일단 재기에 성공했다. 1년 넘게 피나는 재활 과정을 거쳐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 올 시즌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성적표를 받았다. 부상 복귀 첫 시즌 6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특유의 안정적인 게임 운영 능력도 입증했다.
류현진은 1987년생으로 내년이면 만 37세가 되는 노장이다. 빅리그 구단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와 부상 경력 때문에 류현진 영입을 주저할 수는 있다. 다만 계산이 서는 선발투수 확보가 목적이라면 류현진은 충분히 긁어볼 가치가 있는 복권이다.
류현진은 일단 지난달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단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제안을) 들어봐야 한다"며 "윈터 미팅이 끝난 12월 중순쯤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짧게 자신의 거취 관련 계획을 밝혔다. 이후에는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휴식과 개인 훈련을 병행하면서 2024 시즌을 준비 중이다.
류현진이 만약 메이저리그 잔류가 아닌 KBO리그 복귀를 선택한다면 행선지는 무조건 2006년 프로 데뷔 때부터 2012년까지 활약했던 한화 이글스다.
류현진은 2006년 루키 시즌부터 KBO리그를 지배했다. 30경기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으로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3개의 타이틀을 따냈고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을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류현진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통산 190경기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의 기록을 남기고 2012 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다. LA 다저스가 무려 2573만 7737달러(약 331억 3733만 원)라는 포스팅 금액을 입찰해 류현진의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
2018년 KBO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포스팅 시스템 협상 방식을 개전하기 전까지는 포스팅 대상 선수의 이적료를 가장 높게 입찰한 구단이 단독 협상권을 가지는 방식이었다.
류현진은 다저스와 계약기간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463억 5000만 원)에 계약을 맺고 빅리거가 됐다. 2013 시즌 30경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2014 시즌 26경기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 2017 시즌 25경기 5승 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77, 2018 시즌 15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 2019 시즌 29경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빅리그 수준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하던 당시에도 현역 선수로의 마침표는 친정팀 한화에서 찍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최근에도 이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강조했다.
류현진은 FA가 아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해외 리그로 나갔기 때문에 KBO리그 규약에 따라 한국 내 소유권은 한화에 있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4년을 뛰어야만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류현진이 한화 복귀를 결정한다면 한화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스타이자 여전히 빅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베테랑 선발투수와 2024 시즌을 함께할 수 있게 된다.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FA 시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2루수 안치홍을 계약기간 4+2년, 총액 72억 원에 영입했다.
지난달 2차 드래프트에서는 SSG 랜더스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을, 28일에는 포수 이재원을 데려와 팀 전체에 부족한 경험을 메웠다. 올 시즌 정규리그 9위로 4년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피했지만 내년에는 5강권 도약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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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