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1992년에 출범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처음으로 여성 심판이 주심을 맡았다.
프리미어리그는 2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베카 웰치는 풀럼이 번리를 상대로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심판한 최초의 여성 심판이 되면서 역사를 만들었다"라고 발표했다.
풀럼과 번리는 24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맞대결을 치렀다. 경기 결과는 승격팀 번리가 후반 2분에 터진 윌손 오도베르의 선제골과 후반 21분 산데르 베르게의 추가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풀럼전 승리로 번리는 승점 11(3승2무13패)이 되면서 꼴찌에서 벗어나 19위에 올랐다. 승점 21(6승3무9패)인 풀럼은 12위를 지켰다.
프리미어리그 팬들은 이날 경기에서 번리의 승리뿐만 아니라 경기를 관장한 심판을 주목했다. 이날 풀럼-번리전을 맡은 레베카 웰치 심판은 다름 아닌 여성으로, 여성이 경기 주심을 맡은 건 1992년에 출범한 프리미어리그 3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프리미어리그에 따르면, 2010년부터 심판을 시작한 웰치는 여자 슈퍼리그, 여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지난 8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심판으로 활동했다.
2018년과 2020년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홈구장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FA컵 결승전을 맡는 등 규모가 큰 대회와 경기의 심판을 관장하면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여성 프로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웰치는 실력을 인정받아 2021년부터 남자 경기에도 배정되기 시작했다. 2021년 잉글랜드 4부리그인 리그2 경기를 맡으면서 잉글랜드 풋볼리그 최초의 여성 심판이 됐다. 또 버밍엄 시티와 플리머스 아가일 간의 FA컵 3라운드 경기를 관장하면서 1871년에 창설돼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FA컵에서도 최초의 여성 심판으로 이름을 새겼다.
지난 시즌엔 잉글랜드축구심판기구(PGMOL) 개발 그룹 일원으로 리그컵과 2부리그인 챔피언십에서 각각 2경기를 담당했다.
2023/24시즌에 웰치는 PGMOL으로부터 '셀렉트 그룹2'에 배정됐다. 셀렉트 그룹1에 속한 심판들은 주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맡으며, 일부 베테랑 심판은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FIFA 국제대회 경기나 UEFA 유럽 대항전과 같은 권위 있는 대회에서 심판을 맡는다.
셀렉트 그룹2에 배정된 이들은 챔피언십뿐만 아니라 리그1과 리그2 경기를 판정하며, 때때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대기심을 맡을 수 있다. 웰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풀럼 간의 11라운드에서 프리미어리그 최초로 여성 대기심으로 나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대기심이 되면서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긴 웰치는 18라운드에서 풀럼과 번리전 때 경기를 총괄하는 주심으로 등장해 다시 한번 새 역사를 썼다.
이날 웰치는 90분 동안 반칙을 총 22회(풀럼 5회, 번리 17회)을 선언했고, 옐로카드 3장(풀럼 2장, 번리 1장)을 꺼내들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SNS 상에서 웰치의 판정을 칭찬하면서 그녀의 프리미어리그 심판 데뷔전은 성공으로 끝났다.
주심으로 데뷔해 프리미어리그 새 역사를 쓴 웰치는 다음 라운드에서 비디오판독(VAR)을 보조하는 심판진 일원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편, 프리미어리그에 최초로 여성 심판이 등장한데 이어 곧 흑인 심판도 등장할 것으로 예고돼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가 쓰일 예정이다.
영국 축구리그 역대 3번째 흑인 심판인 샘 앨리슨은 오는 27일 오전 12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루턴 타운 간의 19라운드 경기를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프리미어리그 최초 흑인 심판으로 데뷔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