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황희찬이 소속팀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와 사실상 종신 계약을 체결한 결정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재계약 직전 빅클럽 이적설이 꾸준히 나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울버햄프턴은 2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 최다 득점자 황희찬은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내용으로 2028년까지 새로운 장기 계약을 체결, 구단에 자신의 미래를 약속했다"라며 황희찬과의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맷 홉스 울버햄프턴 단장은 "황희찬이 구단에 온 후 항상 고통스러운 항해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모든 걸 바쳤다. 이제 팬들은 그가 경기장에서 하는 일, 득점, 게리 오닐 감독의 팀에서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하는 일은 감사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라고 밝혔다.
황희찬에 대해 그는 "황희찬의 다재다능함은 최전방을 가로질러 경기를 하는 오닐 감독에게 정말로 도움이 됐다"라며 "그도 페드루 네투처럼 오닐 감독이 그에게 보여준 믿음에 도움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이곳에 온 후 최고의 축구를 할 수 있었다"라고 칭찬했다.
홉스 단장은 "황희찬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황소처럼 강하다"라며 "그가 경기장 안팎에서 행동하는 모습과 축구에 대한 태도를 보면 매우 강한 사람이지만 선수들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 "황희찬의 영어 실력은 정말 훌륭하다. 확실히 내 한국어보다 뛰어나다"라며 "그는 라이프치히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자신감을 되찾았고, 자신감이 강해질수록 경기장에서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냈다"라며 팀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황희찬을 거듭 칭찬했다.
황희찬 또한 "여기 머물게 돼 정말 기쁘고 팀 동료, 스태프, 가족,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울버햄프턴에 머물게 돼 정말 행복하다. 난 여기서 플레이하는 것을 즐기고 삶과 축구를 비롯해 모든 걸 즐기고 있다"라며 "난 아주 좋은 팀원과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고, 여기 있는 모든 게 놀랍다. 난 계속해서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고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재계약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올 시즌 넣은 9골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만 팀원들과 코칭스태프,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골과 도움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난 코칭스태프로부터 많은 걸 배웠기에 내 골은 팀을 위한 것이다.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면서 "난 새로운 계약에 만족하지 않는다. 가끔 동료들과 우리의 야망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우린 같은 야망을 갖고 있다. 승리를 위해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있으며 팀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울버햄프턴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황희찬은 "시작은 좋았고 득점도 많이 했지만 몇 달 지나면서 부상을 당하며 힘든 시간도 있었다"라면서 "그래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게 꿈이었기에 매일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정말 즐겁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고,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클럽에 미래에 대해선 "우린 좋은 코칭스태프와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매 경기 꼭 이기고 싶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줘 많은 승점을 가져다주고 싶다"라며 열의를 불태웠다.
황희찬은 "정말 신난다. 너무 신난다. 난 계속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내 팀을 위해, 내 팬을 위해, 내 가족을 위해 뛸 것"이라며 "우리가 이 시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난 매일 최선을 다할 것이고 우린 계속 나아갈 거다"라고 다짐했다.
황희찬은 이번 계약으로 구단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됐다. 유럽 축구 전문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울버햄프턴과 황희찬은 새로운 거래에 합의했다. 이 계약으로 황희찬은 구단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과 같은 수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황희찬은 울버햄프턴에서 주급 3만 파운드(약 4980만원)를 수령하고 있었다. 구단 내 최고 연봉을 수령하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인 파블로 사라비아의 주급은 9만 파운드(약 1억4762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황희찬이 이번 재계약에 서명함으로써 사라비아와 비슷한 수준의 급료를 받게된 것이다.
다만 2028년 6월까지 4년 반을 연장한 결정은 다소 아쉽다. 1996년생인 황희찬은 2028년이 되면 31세가 된다. 사실상 울버햄프턴 종신이나 다름없다. 기존 계약이 2026년 6월까지였던 만큼, 추후 활약상과 상황 등을 조금 더 지켜보고 재계약을 추진했어도 충분했다.
빅클럽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졌다면 재계약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도 있었고, 빅클럽 이적도 자유계약에 가깝게 이뤄질 수 있었다. 빅클럽 입장에서도 30대에 접어든 중하위권 팀 에이스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는 것과 이적료를 주고 데려오는 건 명백하게 다르다. 만에 하나 지금보다 활약이 떨어져 울버햄프턴과의 동행을 마치게 된다고 해도 자유계약 신분인 만큼 더 많은 팀들을 선택지로 두는 것도 가능했다.
30대에 접어들고 이적하는 것보다는 이번이 이적하기에 여러 측면에서 가장 적절한 시기이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 입성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을 정도로 전성기에 진입한 지금이 빅클럽에 도전하기에도 더 좋았다. 하지만 2028년까지 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FA 이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재계약 소식이 나오던 시점에서 황희찬에게 아스널 등 빅클럽이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었다.
스페인 아스는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스널이 황희찬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울버햄프턴은 아스널 등 황희찬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들을 차단하고 황희찬을 붙잡기 위해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 역시 "황희찬은 이번 시즌 팀 핵심이 됐다. 구단은 황희찬의 훌륭한 경기력을 추가 계약으로 보상하고자 한다"라며 울버햄프턴이 아스널로부터 황희찬을 지키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프리미어리그 유일 무패우승에 빛나는 아스널이 황희찬에게 관심을 드러낸 만큼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 역시 황희찬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연봉도 아쉽다. 새 계약을 체결한 황희찬의 주급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468만 파운드(약 77억원) 수준이다. 현재 리그 8골로 팀 내 최다골 및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6위에 오른 선수에게는 다소 적은 연봉이다. 울버햄프턴 구단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렇다면 더욱 이적을 추진했어야 했다. 현실에 만족하고 섣불리 재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쉽다.
물론 황희찬이 지금까지 울버햄프턴에서 잦은 부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지금 시점에 재계약 손길을 내민 울버햄프턴에게 오히려 감사할 정도다.
황희찬은 울버햄프턴에서 그동안 잦은 부상으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 2021년 여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울버햄프턴에 임대된 후 완적 이적 옵션을 포함한 조건으로 이적했다. 그는 이적 직후 득점포를 가동하며 활약했고 다음해 1월, 1400만파운드(약 226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주전 경쟁에서 치고 나가야 하는 타이밍에 번번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특히 햄스트링 부위를 자주 다쳐 폭발적인 드리블이 주 무기였던 황희찬에게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시즌 부상 등으로 인해 32경기에 나와 4골3도움만 기록하며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지난 겨울부터 방출설이 돌았고,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매각 대상으로 분류되고는 했다. 실제로 리즈 유나이티드와 조세 무리뉴 감독의 AS로마, 독일 볼프스부르크 등이 황희찬 영입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재정 상황이 악화된 울버햄프턴은 주장 후벵 네베스를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로 이적시키는 등 여러 선수들을 떠나보냈다. 이미 지난 여름 황희찬과 울버햄프턴의 동행이 끝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아직 빅클럽에 도전할 때가 아니라고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말했듯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이번 시즌 깜짝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막 적응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곧바로 빅클럽으로 떠나는 게 무모한 도전인 것도 맞다.
지금까지 부상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식단까지 바꿔야 했을 정도로 고전했던 황희찬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을 사람이다. 여러 조건들을 판단해보고 빅클럽 이적이 아닌 울버햄프턴과 재계약이 현실적으로 최선이라고 결론지었을 것이다.
다만 빅클럽으로 이적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기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울버햄프턴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