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리버풀과 아스널은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참가를 원하는 것일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빅6'라고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토트넘 홋스퍼, 첼시, 리버풀, 아스널은 지난 2021년 ESL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가입한 팀들로 파악됐으나 모든 팀이 곧바로 철수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국제축구연맹(FIFA)를 비롯한 각종 국제축구 기관이 제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팬들의 분노 또한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23일(한국시간) 유럽사법재판소는 UEFA와 FIFA 등이 ESL의 설립을 방해하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규정, ESL 탄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후 유럽의 숱한 빅클럽들이 이 결정에 반대하며 ESL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으나 아스널과 리버풀 만큼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며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아스널과 리버풀은 ESL에 참가하려는 것인가. 여전히 반대 입장문을 내놓지 않고 있다. 팬들의 분노가 자자하다"고 전했다.
이는 다른 '빅6' 구단 맨유, 맨시티, 토트넘, 첼시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맨유의 경우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먼저 ESL 반대를 외친 구단이 됐다. 구단은 "ESL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우리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UE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잉글랜드축구협회,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다른 구단들과의 긴밀한 협조를 이어나가며 유럽 축구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토트넘, 첼시, 맨시티는 약 5시간이 흐른 뒤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유럽 축구 가치를 보존하는 것에 앞장서겠다"고 맨유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아스널과 리버풀만이 침묵을 지키고 있기 떄문에 해당 구단 팬들은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과거 ESL에 '빅6'가 가입했다는 발표에 아스널과 리버풀 팬들 또한 홈구장에 모여 시위한 적이 있다. '가디언'은 당시 "수천명의 아스널 팬들이 구단 앞에서 시위를 열고 있다"며 "팬들은 구단주 크랑키가(家)의 퇴진을 열망했다"고 전했다. 결국 실질적인 구단 운영 전권을 잡은 아들이자 디렉터인 조쉬 크랑키가 사과와 함께 ESL에서의 철수를 알리고 팬들은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리버풀 또한 ESL 가입 발표 이후 팬들의 반발에 시달린 끝에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구단은 '스피리츠 오브 샹클리스' 등 유명 리버풀 팬덤들과의 토의 끝에 "구단 운영에 팬들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해 팬들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현재 두 구단은 과거 힘겨웠던 시위와 협상을 무위로 되돌리고자 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영국과 웨일스 축구팬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축구 서포터즈 연맹(FSF)'은 ESL에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구단들을 향해 "ESL은 '유러피언 좀비리그'"라며 "정당하지 않은 탈주, 배신은 용납될 수 없다"고 전했다. ESL에 가입하면 자동적으로 프리미어리그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탈주'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어 "팬들과 구단, 그리고 선수들마저도 모두 ESL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리버풀과 아스널의 신속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 총리 리시 수낙은 21일 ESL이 부활하려는 움직임에 "불법적인 탈주와 무허가 리그 참가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축구 구단을 관리 감독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이탈을 막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국가 차원에서 내비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