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목동, 유준상 기자) 완벽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로 떠오른 김길리(성남시청)가 그 주인공이다.
김길리는 15~17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CUP-ISU(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2023/24에 출전, 여자 1500m 1·2차 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면서 올 시즌 첫 월드컵 '다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혼성계주 2000m 동메달, 여자계주 3000m 은메달로 개인종목뿐만 아니라 단체종목에서도 시상대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시작이 순조로웠다. 김길리는 대회 2일 차인 16일 여자 1500m 1차 레이스 예선에서 2분36초749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준결승에서도 2분40초868로 조 1위에 오르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승에서도 2분35초785의 기록으로 7명의 선수 중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에 통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튿날 여자 1500m 2차 레이스도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준결승에서 2분29초889의 기록으로 무난하게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김길리는 결승에서 2분23초746으로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스월드(미국), 허너 데스멋(벨기에) 등을 제치고 연이틀 금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아무리 '에이스'라고 해도 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2개 이상 수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홈에서 열린 대회인 점을 감안해도 결코 쉽지 않았다. 더구나 개인 종목에 혼성 및 여자계주까지 모두 소화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클 법도 했다.
그러나 금메달과 다관왕을 향한 의지가 확고했다. 김길리는 "체력적인 부담은 있었지만, 목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 같다"며 "계주에서 살짝 아쉽긴 했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다관왕에 오르게 돼 감회가 새롭고 기쁘다. 개인전 다관왕 이후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특히 김길리는 경기 초반 중하위권에 머무르며 상대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아웃코스 추월로 역전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그는 "아무래도 바깥쪽으로 돌다 보면 안에 있는 선수에 비해 체력적인 소모가 크다. 체력와 스피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평소에) 운동량을 많이 소화한다. 장거리 러닝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비결을 전했다.
주니어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길리는 지난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종합 1위를 마크하면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2-2023시즌 2차 대회 여자 1500m에서 첫 월드컵 개인전 금메달을 수확한 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최민정(성남시청)과 함께 대표팀을 이끌어갈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김길리는 지난 3월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으나 주저앉지 않았다. 올 시즌 1차 대회 여자 1000m 2차 레이스 금메달, 1500m 은메달로 순조롭게 시작한 뒤 2차 대회 여자 1500m 1차 레이스 금메달, 2차 레이스 은메달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3차 대회 여자 1500m에서도 은메달 1개를 추가하며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김길리는 여전히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는 "아직 많이 부담을 느끼고, 에이스가 되기에는 한참 먼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서 정말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길리는 이대로라면 남녀 시즌 세계랭킹 1위에게 주어지는 '크리스털 글로브'를 품을 수 있다. '크리스털 글로브'는 지난 시즌 신설된 상으로, 초대 수상자는 남자부 박지원(서울시청)과 여자부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이었다.
현재 랭킹 포인트 865점인 김길리와 2위 산토스-그리스월드(805점)의 격차는 60점이다. 김길리가 기복 없이 남은 5차, 6차 대회를 소화한다면 1위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그는 "현재 1위인 만큼 욕심이 나긴 한다. 계속 1위를 지킬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2024년 2월로 예정된 월드컵 5차 대회와 6차 대회는 각각 독일 드레스덴,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개최된다.
사진=목동,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