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VAR(비디오 판독)이 '한 건' 해낸 걸까. 축구 역사상 가장 엄격한 오프사이드 반칙이 선언됐다.
VAR '희생양'이 된 선수는 이탈리아 세리에A 엠폴리 풀백 타이론 에부에히다. 그는 17일(한국시간) 열린 2023/24 이탈리아 세리에A 16라운드 토리노 원정 경기서 선발 출전했다.
전반 25분 토리노는 두반 사파타의 헤더로 1-0 앞서나갔다. 곧바로 엠폴리도 역습에 나섰다. 전반 30분 에부에히의 골이 터진 것이다. 엠폴리가 얻어낸 코너킥에서 높게 뜬 공이 중앙 수비수 아르디안 이스마일리의 머리에 맞았지만 골로 연결되진 못했다. 이 때 바로 옆에 있던 엠폴리의 수비수 세바스티아노 루페르토가 토리노 골문 앞으로 공을 찼다. 쇄도하던 에부에히가 이를 툭 건드려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러나 토리노 선수들은 즉각 팔을 높게 쳐들며 오프사이드를 호소했다.
이후 VAR은 에부에히가 오프사이드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 오프사이드가 불과 몇 mm(밀리미터) 차이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축구 전문 매체 '풋볼 이탈리아'는 해당 소식을 전하며 "세리에A가 시행하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감지 기술에 의하면 에부에히 축구화의 일부분이 최종 수비수보다 앞서 있었다"고 밝혔다.
세리에A가 경기 중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에부에히의 왼팔 전체와 더불어 발쪽에 미세한 돌출이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왼팔의 경우 득점을 만들 수 있는 신체 부위가 아니기 떄문에 오프사이드 판정 요소에서 고려되지 않지만 발로는 득점을 올릴수 있기 때문에 고려되는 부위다.
얼핏 보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돌출이 에부에히 골을 무산시켰다는 이야기다.
경기가 열린 당일은 에부에히 28번째 생일이었다. 지난 2022/23시즌을 앞두고 엠폴리에 합류한 에부에히는 이번 득점을 통해 자신의 세리에A 통산 3번째 득점을 뽑아낼 수 있었으나 실패했다.
결국 엠폴리는 1점차를 뒤집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여러모로 극적인 득점 취소가 된 셈이다.
엠폴리 감독 오렐리오 안드레아촐리는 경기 종료 후 해당 득점 취소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것보다 웃어 넘기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에부에히가 발 볼이 조금 넓은 것 같다"며 "(골키퍼가 공을 잡으면 6초 이내로 방출해야하는) '6초룰'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더 확인하고 싶었다. 어쨌든 규칙은 규칙이기 때문에 지켜야한다"고 밝혔다. 다른 규칙은 엄격히 지키지 않으면서 왜 오프사이드만 이렇게 매정하게 판단하느냐는 뜻이었다.
세리에A가 2023년 1월부터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체축구연맹(FIFA)에 의하면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은 오프사이드가 발생할 경우 VAR실에 즉각 경고를 보내며 경기장 내 팬들과 TV 시청자들에게 3D 이미지를 제공해 이해를 돕는다.
공 중앙에 부착된 센서가 초당 500번의 신호를 보내 공의 좌표를 알려주며 경기장 지붕에 설치된 12개의 전용 카메라가 공을 쫓으며 추적한다.
이어서 각 선수에 29개의 득점 가능 신체 부위를 지정, 추적하며 오프사이드 발생시 공이 출발할 때 좌표와 득점을 만든 선수의 신체부위 좌표를 상세히 정리해 이미지로 만든다. 에부에히의 득점 취소 또한 철저한 판독 아래에 이뤄졌다.
프리미어리그 또한 최근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가까운 시일 내에 해당 기술이 리그의 판정 수준을 원활히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축구심판기구(PGMOL) 의장인 하워드 웹 전 심판은 지난 11월 "해당 기술을 현재 시험중"이라며 "긍정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나 지난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서 VAR실의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리버풀이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넣은 골이 취소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은 논란이 있는 판정을 제거하겠다는 프리미어리그 의지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풋볼 이탈리아, FIFA 공식 홈페이지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