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채널'이 선정한 역대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외국인 선수 소란 목록에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올랐다.
'베이스볼 채널'은 16일 '사상 최악 프로야구 역대 소란 외국인 선수 5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여기에는 쿠바 출신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1984년생인 구리엘은 2004년 쿠바리그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한 특급 유망주였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 쿠바 야구 국가대로 참가, 결승에서 호주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맛봤다.
구리엘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쿠바의 은메달에 힘을 보탰다. 김경문 감독이 이끌었던 당시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 대회 결승에서 쿠바를 만나 3-2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역사가 써졌다.
벌써 15년이 넘게 흘렀지만 구리엘은 한국 야구팬들 앞에 1년 중 여러 차례 얼굴을 드러낸다. 한국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확정 순간 쿠바의 마지막 타자가 구리엘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3-2로 앞선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선발투수 류현진이 1사 만루 역전 위기에 몰렸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던 포수 강민호가 퇴장당하는 등 분위기는 점차 한국에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야구의 신은 한국 쪽으로 미소를 보냈다. 한국은 바뀐 투수 정대현이 1사 만루에서 상대한 구리엘에게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6-4-3 병살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드라마 같은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구리엘은 노 볼 투 스트라이크로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정대현이 던진 3구째 바깥쪽 변화구를 받아쳤지만 힘 없는 유격수 앞 땅볼이 됐다. 타격 후 1루까지 전력으로 내달렸지만 병살을 막지 못했고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구리엘과 정대현의 인연은 7년 뒤 2015 WBSC 프리미어12로 이어진다. 한국은 대회 8강에서 쿠바를 만났고 7-2 승리를 거두면서 준결승에 진출했다. 구리엘은 7년 만에 성사된 정대현과 재대결에서 베이징 올림픽 결승과 똑같은 유격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또 한 번 울었다.
구리엘은 국가대표팀에서 한국을 상대로 많은 상처를 안았지만 선수 개인 커리어는 매우 훌륭하다. 2016년 만 32세의 늦은 나이에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 통산 909경기에 나섰다.
특히 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7 시즌 타율 0.299 158안타 18홈런 75타점 OPS 0.817로 맹활약했다. 빅리그 커리어 하이는 2019 시즌으로 타율 0.298 168안타 31홈런 104타점 OPS 0.884를 기록했다.
구리엘은 이후 2023 시즌 마이애미 말린스로 팀을 옮겨 108경기 타율 0.245 73안타 4홈런 27타점을 기록한 뒤 미국 야구에서 커리어가 끊겼다.
일본 매체가 구리엘을 소환한 건 구리엘의 짧지만 강렬했던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시절 때문이다. 구리엘은 2014 시즌 요코하마 유니폼을 입고 62경기 타율 0.305 73안타 11홈런 30타점 OPS 0.884로 맹타를 휘둘렀다. 요코하마는 빼어난 기량을 선보인 구리엘과 당연히 재계약을 추진했고 구리엘도 요코하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구리엘은 허벅지 부상 치료를 이유로 2015 시즌 팀 합류를 미뤘고 끝내 연락까지 두절됐다. 요코하마는 결국 2015년 4월 구리엘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베이스볼 채널'은 "구리엘은 일본 시절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요코하마 입단 한 달 만에 첫 홈런을 터뜨리며 출발도 좋았다"며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7월 오키나와 원정을 거부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고 설명했다.
또 "요코하마 2년차에는 부상을 이유로 아예 일본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2015년 4월 2일 계약이 해지됐다"며 "구리엘은 이후 메이저리그 휴스턴으로 팀을 옮겼고 2017년과 2022년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스볼 채널'이 선정한 다른 말썽꾸러기 외국인 선수 4명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었던 투수 브래드 페니,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뽑았던 투수 댄 미첼리와 타자 후안 프란시스코, 한신 타이거즈 소속이었던 타자 마이크 그린웰 등이다.
브래드 페니는 메이저리그 통산 119승을 올린 특급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2 시즌 개막 후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뒤에도 마운드로 돌아오지 못하면서 퇴출됐다.
댄 미첼리도 화려한 빅리그 커리어를 가졌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전성기 시절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일찌감치 짐을 쌌다.
마이크 그린웰은 한신에게 상처만 남기고 떠났다.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서 130홈런을 쏘아 올리고 두 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경기 중 자신의 타구에 맞은 뒤 다리 부상을 입자 "야구를 하지 말라는 신의 뜻"이라며 갑자기 은퇴를 발표하는 영화 같은 순간을 남긴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후안 프란시스코는 2014 시즌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16홈런을 쳐낸 장타자였지만 2015 시즌 요미우리에서는 힘을 못 썼다. 18타수 11삼진이라는 처참한 기록만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